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속초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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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간 별 일 없으셨는지요?
또 건강은 어떠신지요?
저희는 모두 잘 있습니다.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 나온 인터넷 사이트 주소를 보고 이렇게 글 올립니다.
전 지역이 수해 때문에 난리인데 이 곳 속초는 비가 오락 가락 할 뿐 아직
큰 피해는 없습니다.
홍수 피해로 난리인 것을 보니 중,고등학교 다닐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는 지금처럼 새로 지은 시장이 아닌 낡은 목조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시장에서 살았었어요. 가게에 붙어있던 방에서 살림도 했었는데 비만 조금 많이
오면 가게는 물론 방안까지 물이 들어와서 물건을 이층으로 나르고 밤 새도록 수위를
지켜보면서 안절부절했었으니까요. 그 때는 일년에 한 두번씩 겪는 물난리와 불난리만
겪지않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화장실까지 달린 집에서 살고 있으니 참
행복한거죠. 그때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공중변소에 다녔거든요.
저희 식구는요, 요즘 이렇습니다.
엄마는 여전히 가게 나가셔서 부업으로 장사하시고 주업으로 친구들과 점심 드시고
차 마시고 얘기하시고 즐겁게 지내십니다.
그리고 연수(수산나, 제 딸요)랑 일주일에 두 세 번 만나는 것을 낙으로 삼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효도한답시고 엄마께 가고 엄마는 효도하는 것 귀찮으니(밥 해먹일랴, 연수가
어지럽히면 치울랴) 오지 말아라 하십니다.
이서방(제 남편)과 함서방(성은이 남편)은 교사로서 학생으로서 방학을 맞아 모처럼
백수처럼 신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한 동안(사순절 기간 내내) 입덧이 심해서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직장을
한 달동안 쉬었습니다.
이제는 그 때보다는 잘 먹고 있습니다. 10월이면 한 식구가 늘어납니다.
도마회집 정젬마도 임신했습니다.
할아버지! 건강하시고요 짬 나시면 속초에 놀러오세요.
또 연락드릴께요. 그리고 다른 분들 편지도 많으니까 답장은 하지 마세요.
안녕히 계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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