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대림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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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3-12-15 ㅣ No.2812

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다해. 2003. 12. 14)

                                                 제1독서 : 스바 3, 14 ~ 17

                                                 제2독서 : 필립 4, 4 ~ 7

                                                 복   음 : 루가 3, 10 ~ 18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날도 상당히 추워져서 정말 겨울에 들어섰다는 것을 실감나게 합니다.  추워지면 따뜻한 곳을 찾게 됩니다.  우리 주위에는 추위 속에서도 우리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 양미간을 찌푸려가며 바늘 구멍만한 크기의 구슬을 꿰어 번 돈 4만 5천 원.  한 달 동안 수고한 보람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돈이지만 모자라는 생활비에 보탬이 될 수 있어 무척 고맙게 여깁니다.  지난 토요일에도 부업해서 번 돈 4만 5천 원을 아이 손에 고스란히 넘겨주며 늦기 전에 새 학년 참고서를 사라고 일렀습니다.  그랬는데······.  한창 멋 부릴 나이에 새 교복 한 벌 못 사주고 이웃집에서 얻어다 입혔건만 싫은 내색 하나 없던 딸아이는 이번에도 못난 어미를 기어이 울리고야 말았습니다.  “엄마, 선물이에요.  엄마가 주신 돈으로 제 참고서도 사고 엄마 신발도 한 켤레 샀어요.”  “얘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전 과목 다 사려면 빠듯했을 텐데······.”  알고 봤더니 헌 책방을 뒤져 참고서를 사고, 남은 돈으로 새 신발을 사온 것입니다.  뒤축이 다 닳아버린 엄마의 신발이 마음에 걸렸었는지 ······.  그날 밤 딸아이는 헌 참고서에 남겨진 전 주인의 흔적들을 지우느라 밤늦도록 지우개를 문질러댔다.  도와주겠다는 것도 한사코 마다하더니 (나 역시 부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아침엔 손이 저려 수저도 잘 못 드는 눈치였습니다.  못난 엄마에겐 너무나 과분한 내 딸!  내겐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든든한 딸입니다.(김경연. 여의주. 2033. 2월호에서)

 

  오늘은 자선주일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기도와 단식과 자선을 회개의 중요한 방법으로 여겨왔습니다.  회개와 보속은 자연스럽게 자선을 행하게 합니다.  사랑이 담긴 자선은 회개와 보속의 증거인 셈입니다.  사랑이 없는 자선은 거짓 자선입니다.  그래서 자기과시로 베푸는 자선은 회개와 보속이 되기보다는 받는 이에게 아픔을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세리와 군인을 비롯한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게 각자의 처지에서 어떻게 회개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도와 단식과 자선을 하는 회개의 삶은 자신의 처지를 알지 못하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학생으로서, 좀 더 새로워지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반성해 봐야 합니다.  엄마가 준 돈을 가지고 새참고서보다는 다리품을 팔아 헌 참고서를 사고 엄마의 신발을 사드린 그 딸아이처럼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엄마의 신발을 사면서 분명 딸아이는 기뻤을 것입니다.  엄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딸은 자신이 한 일에 행복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새 참고서를 구입해도 되었지만 자신의 이러한 모습에서 기쁨을 맛보았을 것입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회개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회개의 삶을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조금은 힘들도 어렵겠지만 기도하며 자신을 내어 놓는 자선은 우리에게 기쁨을 알려줍니다.  이 기쁨을 함께 나누어보지 않으시렵니까?  우리가 베푸는 사랑이 우리에게 기쁨이 되어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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