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신부님과~ 염소~^ㅡ^

인쇄

정미은 [jme0110] 쪽지 캡슐

2004-05-22 ㅣ No.3266

염소수염을 단 할아버지 신부님이 주일 강론을 하면 언제나 맨 앞 줄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늙은 본당 신부님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를 보면서 내심 흐뭇해했다. 그리고 자기 강론에 번번이 저토록 감동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리하여 어느 날 미사가 끝난 다음 "할머니는 제 강론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감동적이었나

 

요??"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겸연쩍은 듯이 "신부님, 홀로 사는 제가 십여 년

 

동안 자식처럼 키우던 염소가 얼마 전에 죽었습니다. 참으로 죄송하지만 신부님만 쳐다보면

 

그 염소 생각이 나서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라고 했다 한다.

 

우리의 삶은 대로 엄청난 오해나 착각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 있을 수 있다는 것"

 

이 아니라 오해와 착각 속에서 끝없이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도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내가 오랫동안 어버이처럼 따르며 존경하는 어느 원로 시인은 당신께 공이 될 만한 말씀을

 

드리면 즉시 "여보게 우리 둘이 서로 쳐다보면서 칭찬하면 바보가 되네~!!" 하고 말머리를

 

바꾸신다. 어쩌면 ’허탈과 공허’로 인간의 실존이 위협당하는 오늘, 타인의 안목을 위해

 

끝없이 포장하고 색칠해진 엉뚱한 나의 모습이 아니라 더 ’실재에 가까운 나’를 만날 수

 

있을 때만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켜 놓고 볼 수 있는 눈을 지닌, 참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어디 있을까? 우주의 신비를 벗겨 내는 인간의 위대함을 얘기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스스로 자기 육안으로 직접 자기 얼굴을 본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거울과 같은 반사 매체를 통해서 자기 얼굴을 본다. 인간의 외적 조건이 이러하다면

 

하물며 인간 내면의 세계는 어떠할까??

 

사람은 누구나 ’만남’을 통해서만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람이 한

 

눈으로는 거리를 측정할 수 없듯이 우리 내면 세계의 눈도 ’마음의 눈’과 더불어 인간의

 

본능적인 초월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믿음의 눈’을 지닐 때만이 자기 실존의 위치를

 

알아보게 될 것이다.                                 

 

 

 

                                                         (조광호 님 - 신부,화가)

 

- 6월 좋은생각 中 에서...... -

 

 



2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