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한심이의 일요일 "어제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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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4-04-19 ㅣ No.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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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심이의 한심한 어제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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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요일 낮의 날씨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봄 날이었습니다.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청명하고

햇볕은 따사로운 가운데 간간히 산들 바람이 불고

하여, 저는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교중 주일미사를 마치곤,

이제는 주차 당번에서 해방되었기에,

실로 수년만에 마나님을 대동하고 나들이를 갔습니다.

마나님은 그만 감격에 겨워서

딸래미와 12시 미사를 가려던 것을 팽개치고,

내 마음이 혹 변할쎄라 부리나케 화장도 않고 따라나왔습니다.

이토록 좋아하는데...

그동안 너무나 무심했던 내 자신를 자책해 보았습니다.

참으로 나는 나쁜 넘입니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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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행지는

그동안 동창회 산악회를 하면서 수없이 다녀왔던

"서울 과천 대공원"이었습니다.

마나님은 우리 아이들의 젖먹이 시절 함께 와보곤 처음이랍니다.

참으로 미안한 마음 금치 못했습니다.

이 한심이는 초중고 및 대학과 그리고 군대의 동기회와 동문회를 하랴,

회사 일과 이에 관련된 행사를 하랴,

성당의구역짱 노릇도 하랴,

그것도 부족하여 그외 벌려 놓은 각종 소속된 모임 행사들을 하랴,

그동안 이곳을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도 왔었는디...

특히 옛날 동창생들과 감자전과 꽁치를 지지던

대공원 동물원 뒷편의 팔각정 앞을 지나면서 참으로 감개무량하였습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상춘객들이 엄청 붐볐습니다.

홍학이 춤추는 모습도 보고,

곰의 재롱도 보고,

코뿔소의 박치기 모습도 보고,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제대로 된 모자가 없어서

아들넘의 다 떨어진 모자를 빌려 쓰고 궁상을 떨었지만,

그거이는 별로 중요치 않았습니다.

봄 나들이로 마음이 들떠서 종일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우리 마나님은 너무나 행복해 하였기 때문입니다.

흑~흑~흑~

앞으로는 자주 이렇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굳게 다짐했드랬어요.

왼쪽 무릅팽이가 아파서 내려올 때는 리프트를 타고 하산했지요.

 

 

우리 마나님은 이 리프트에 그만 맛이 "뽕"하고 갔습니다.

귀가 후, 혼자지만 허겁지겁 가벼운 발걸음으로 저녁미사를 가는 마누라를 배웅하면서

가슴 부듯해 한, 어느때 보다도 더욱 기쁜 일요일이었습니다.

과천 대공원 입장권 3,000원이 가치가 이렇게 큰 기쁨을 주다니...

다음주에는 가까운 이웃들과 또 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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