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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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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홍 [clemenskim] 쪽지 캡슐

2014-02-18 ㅣ No.7774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연을 날리기 위해 아이에게 연줄을 잡히고
연을 들고 언덕 위로 뛰어가는 어느 아버지의
높이 쳐든 오른팔과 길게 나리는
연 꼬리는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남자가 손을 흔들자
그를 알아보고 얼른 자전거 뒷자리에 앉으면서
남자의 허리를 감싸안는 어느 아가씨가
신고 있는 운동화의 유난히 하얀색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기 위해 길게 팔을
뻗은 뒤 잘 들어갔는지 궁금하여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어느 주부의 풍성한 뒷모습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조촐한 결혼식 날 반주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축가를 부르는 신랑신부 친구들의 밝고 힘찬
목소리는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속상한 일이 있어 우울하던 그녀가 같이 있는
친구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마음을
추스르고 밝게 웃는 모습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값싼 옷 인줄 알면서도 친구의 새 옷을 만지며
"옷감이 부드럽다. 색깔이 곱다, 따뜻하겠다"하고
부러운 듯 말하는 친구의 예쁜 말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등에 업고 있는 아이가 추울까 봐 손을
뒤로 젖히고 포대기 위쪽 끝을 아슬아슬하게
잡아 올리는 어머니의 애타는 손길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곧 떠나는 기차의 창 밖에 서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안에 앉아 계신 아버지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하고 손짓하는 아들의 유난히
큰 키는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출처 : 정용철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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