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23/0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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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23/01/07 가끔 ‘어느 것이 하느님의 뜻인가?’를 두고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1-33) 라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도는 주 예수님을 사랑하고 싶고, 그분을 모시고 싶고, 그분과 함께 살고 싶은 청원입니다. 그럼 아예 다른 것은 청하면 안 되는가?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카 11,9) 하십니다. 문제는 그 기도가 들어졌을 때 남몰래 눈물 흘리는 선한 이들이 생길 수도 있다면 하느님은 난감하실 듯싶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싸울 때, 천주교 신자와 아닌 이가 싸울 때, 한국 천주교 신자와 다른 나라 천주교 신자가 청할 때 그분은 오히려 냉담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것보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루카 11,13) 라고 가르치십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혼인잔치에 갔다가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요한 2,3) 라고 청합니다. 이 기도는 마리아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와 함께하는 공동체 전체의 결핍 상태를 해결해달라는 기도이기에, 주 하느님께서는 개입하고 싶지 않으시지만, 어머니의 간절한 청을 마지못해 들어주십니다. 그런 기도를 드릴 때 우리의 조급함이나 안타까움, 분노, 원망, 욕심을 넘어 평화로이 청하게 해 줍니다. 민족의 분단이라든가 세계의 평화 등등 우리가 오랫동안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는 경우나 상황은 우리의 희망을 느슨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가끔은 ‘하느님도 안 들어주실 거야, 하느님도 이 사람들의 극성 때문에 이루실 수 없으실 거야!’라고 까지 낙담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은 하루아침에 해결되거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주 하느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2베드 3,8) 그래서 주 하느님께서는 어느 누구의 자유의지도 꺾지 않으시고 스스로 자진해서 돌아오기를 기다리십니다. “여러분을 위하여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2베드 3,9) 이런 경우에 더욱 더 주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 해결해 주실 수 있고, 해결해 주시고야 말리라는 희망 어린 기도를 바쳐야 할 것입니다. “너희가 기도할 때에 믿고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마태 21,22) 하신 주 하느님께 의지하여 믿고 맡기며, 우리가 청한 바가 이루어질 때까지 차분하고 신실하게 꾸준히 우리의 할 바를 다 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