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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집중] 여대생사망설에 대한 최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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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웅 [fullofjoy] 쪽지 캡슐

2008-08-20 ㅣ No.7744

변호인: “증인, 전경에게 방패나 헬멧은 군인으로 치면 총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렇게 아무렇게나 방치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그날만 그랬습니다.”
변호인: “혹시 통의동 파출소에서 시위 진압 곤봉 같은 것이 지급됐나요?”
이○○: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변호인: “그러면 어떻게 시위대를 막았나요?”
이○○: “간부들이 그날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전경 대원들은 자지도 못하고 밤새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을 몸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변호인: “그렇게 잠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테면 시위 참가자 목을 졸라 체포하는, 그런 경우도 있었을 것 같습니까?”
이○○: (한참 생각하다가)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난 8월 13일 서울중앙지법 523호. 최○○씨(48·경기 안성)에 대한 3차 공판이 열렸다. 30분 늦게 열린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전경 2명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수염이 자라 초췌한 얼굴로 재판정에 나온 최씨는 재판의 서두에서 “할 말이 있다”며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이 재판의 근본적 원인과 논란에 대해 말하겠다. 내가 (주장한 것이) 거짓이냐 아니냐가 핵심이다. 내가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은 검사 측에 있다. 내가 본 것은 사실이다. 내가 목격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입증하지 못한다면 공소사실 전체가 무효다. (검찰의 주장은) 내가 허위사실을 주장해 다중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진실이냐 아니냐, 사망이 있었냐 없었냐가 재판의 목표고 결론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모두발언을 마무리했다.
“나는 공익을 위한 것이고, 기자 신분이다. 누군가의 비리를 캐려고 도청을 한 것도 아니다. 단순 목적의 단순 게재가 이렇게 큰 범죄가 되는지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법정서 진실 공방 계속
진실 공방은 계속되고 있었다. 2차 공판에 비해 이날 재판은 비교적 일찍 마무리됐다. 재판의 쟁점은 하나로 모인다. 2008년 5월 31일부터 6월 1일, 더 줄여 6월 1일 새벽 12시 30분부터 2시 30분 사이,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파출소 앞 도로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다. 당시 현장에 있던 최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공호흡 또는 심폐소생술을 받는 ‘누군가’를 목격했고, 그 ‘누군가’가 차에 실려 떠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모토롤라 MS800 기종)로 이 현장을 10여 장 촬영했고, 이튿날 오후 2시쯤 그 내용을 게시판에 올렸다. 최씨가 올린 글의 제목은 “‘살인경찰’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이었다.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두 남녀가 체포되어 목조르기 자세로 끌려나오다 실신, 남성은 깨어났으나 20대 초중반의 여성은 인공호흡·심장 마사지를 했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이 여성은 구급차가 아닌 봉고차로 이송되었다. 목격자는 나를 포함해 5명 내외였고,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전경은 일종의 명령불복종 사태를 일으켰다. 부대는 해산·철수되고 다른 부대로 교체되었다.”

같은 날 최씨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역시 아고라 게시판에 올렸다. 이틀 뒤 최씨는 경찰에 체포됐다.
여대생 사망설. 누리꾼은 줄여서 ‘망설’이라고도 하고 ‘망사설’ 또는 ‘샤먕설’이라고도 했다. 일종의 ‘인터넷 은어’가 된 이유는 ‘여대생 사망설’과 관련된 내용을 주요 포털에 올리는 족족, 삭제되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여대생 사망설과 관련한 언론 보도는 비대칭적이다. 이 사안과 관련해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기사를 내놓는 언론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이날 재판을 8월 15일자 기자수첩과 사설로 다뤘다. 장상진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가 쓴 기자수첩의 타깃은 방청객이다. 장 기자는 “방청객들은 증인의 한마디 한마디에 분개하거나 즐거워했고, 경찰이 최씨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여러 차례 입증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은 사실을 외면했다”며 “(아고라에 떠 있는 글들을 보면) 무슨 사이비 종교단체를 취재하는 것 같다”고 적고 있다. 반면 경향신문·한겨레 등은 6월 5일 “여대생 사망설을 주장했던 최씨가 체포됐다”는 기사를 내보낸 뒤 최씨에 관한 한 두 달간 침묵하고 있다.

조선 “사이비 종교 취재하는 것 같다”
누리꾼은 조·중·동의 ‘인터넷 괴담’ 프레임을 제외하고 찾기 어려웠던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의구심을 키웠다. 연합뉴스가 “‘과잉 진압’ 허위 동영상에 경찰 ‘골머리’”라는 제목으로 6월 3일 18시 5분에 송고한 기사가 단적인 예다. 현재도 인터넷에 수정되지 않고 게재 돼 있는 이 기사엔 “확인 결과 (최씨의) 사진에 등장한 전·의경들은 당시 호흡 곤란으로 쓰러져 있던 ‘여성’을 심폐소생술로 소생시킨 뒤 경찰 차량을 이용해 병원으로 후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대목이 있다. “당시 현장에 쓰러진 여성은 없었다”는 경찰의 해명과 상반된 주장이다. 이 기사는 다른 언론사에 전송·게재돼 “연합뿐 아니라 많은 언론사가 ‘심폐소생술한 여성이 있다’고 보도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한겨레의 기사 수정도 의혹을 불러왔다. 당초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지만 내가 본 바로는 20대 여성이 확실하다”고 말했다는 최씨의 인터뷰가 실린 대목은 3시간 뒤 사라졌다. 그후 계속된 언론의 침묵은 의혹을 키웠다. 7월 11일, 대청호에서 떠오른 변사체가 누리꾼의 주목을 받았다. ‘대청호 미스터리’가 주목받은 것은 대청호 인근에 자리 잡은 2707전경부대가 5월 31일부터 6월 1일 당일, 경복궁 옆 시위 진압에 참여한 것이 당시 현장 동영상에 잡혔기 때문이다. 최씨가 목격한 ‘20대 여성’을 싣고 간 스타렉스 차량의 최종 행선지가 대청호였다는 의혹이다. 게다가 대청호 변사체를 보도한 옥천신문 편집국장이 7월 18일 회사를 떠났다. 누리꾼은 언론에 대한 외압을 의심했다.

논란 대상이 된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은 조심스러워 했다. 연합뉴스 기사를 작성한 박인영 기자는 당시 서울시경에서 연합뉴스가 팩스로 받은 보도자료 2개를 검토했는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해명’을 주제로 첫 번째가 ‘여대생 사망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여대생 사망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 보도자료에 전경이라고 되어 있는 부분을 여성으로 잘못 썼다”고 말했다. 착오로 인한 실수였다는 해명이다. 한겨레의 최현준 기자도 ‘우연의 요소’가 작용했다고 말한다. 최 기자가 최씨를 방송사와 함께 인터뷰한 것은 사실이다.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간 후, 서울청 담당팀장에게 “최씨가 다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인터넷에서) 한 번 떠보려고 글을 올렸다’라고 말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최 기자는 “일단 기사를 내리고 밤이 늦어서 다음 날 더 확인해서 쓰려고 했고, 그래서 야근자에게 기사를 내려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야근자는 최 기자에게 한 번 올라간 글을 내리기는 어렵고 수정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그때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의혹 대상 기자들 “단순 실수” 해명
옥천신문은 8월 15일자 보도에서 편집국장이 사임한 경위를 공개했다. 편집국장이 사임한 이유는 2007년 지역 사회복지단체의 외유 행사에 참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전임 편집국장은 ‘지역재활환우의 중국 여행’이라는 지역단체 프로그램에 회사에 보고 없이 10만 원을 내고 자원봉사 자격으로 4박5일간 휴가를 내고 다녀왔다. 옥천신문 대표를 지낸 오한흥 여의도통신 대표는 “개인적으로 외유 경위나 내역이 사직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전임 편집국장이 그런 문제에 대해 워낙 결벽증 비슷한 것이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옥천신문은 15일 보도에서 “윤리위원회는 이 행위가 언론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일체의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말아야 할 임직원의 의무와 청렴성과 품위 유지가 요구되는 기자직 사원의 윤리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았다”고 밝혔다.

옥천신문 정창영 기자는 ‘대청호 변사자’와 관련해 네 꼭지의 기사를 썼다. 그는 “최초 10대 여성으로 추정했다 50대로 변경하는 과정을 경찰과 119쪽 양쪽에서 확인했다”라며 “시신이 발견될 당시 눈·코·입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부패 상태가 워낙 심해서 양쪽 모두 ‘10대 아니겠느냐’라고 추정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아직 사실이 무엇이냐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여학생 사망설을 함부로 괴담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오히려 경찰이나 조·중·동이 그런 식으로 발표하고 괴담으로 몰고 가기 때문에 불신이 가중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가 있다. 기자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누리꾼의 의혹 제기에 대해 그동안 언론은 자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부의 사실로 전체를 잘못 해석하거나 과장·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 중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역할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여대생 사망설을 ‘괴담’이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전제한 뒤 “만약 ‘괴담’이라면 ‘괴담’ 자체에 방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해명하고 만약 일부라도 진실이 담겨 있다면 언론은 그것을 파악해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최씨 구속은 인터넷 의사표현 재갈 물리는 것”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쟁점은 무엇인가.
“당시 현장에서 벌어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뭐냐는 것이다. 심폐소생술을 받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방모 상경 한 사람인지 다른 시민이 있는지 하는 것이다. 당시 상황에 대한 여러 목격자가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현재 피고인 최씨와 유사한 증언을 하는 사람이 있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 심폐소생술을 받고 스타렉스 차량에 실려간 사람이 있다는 것인데, 방 상경은 지난 공판에서 자신은 의식이 없어 잘 몰랐고, 나중에 들어 보니 자신을 실어 간 차량이 스타렉스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여러 의문이 있다. 강북삼성병원에 사실 조회한 결과 (방 상경은) 내원할 때 의식이 분명히 있었고, 업혀서 들어왔다. 인도에 누워 있는 사진의 경우 방 상경이 ‘자신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사진상 급박한 상황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의문이다.”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최씨는 경찰에서 ‘내가 (인터넷에서) 떠보려고 그랬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현재는 입장이 달라진 건가.
“경찰 발표 자체에 문제가 있다. 최씨가 조사를 받을 때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 ‘당신 못 본 것이 아니냐’ ‘못 본 것을 왜 거짓말 하느냐’ ‘국가가 전복될 위기이고 (당신은) 질서를 문란하게 한 당사자다’, 이런 추궁을 반복해서 들으면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 최씨는 자신이 본 사람이 정말 여자고, 사망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여대생 사망설의 진실 규명이 가능할까.
“재판과 관한 한 많은 사람이 형사 절차를 오해하고 있다. 진실 규명이 되려면 시체를 찾아야 하고, 또 그 사람이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시체를 찾는 것은 법정에서 할 수 없다. 형사 절차에서 유죄 입증은 검찰이 해야 하며, 변호인은 검찰 쪽 주장이 100% 사실이 아니라는 의심이 들게 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만약 여대생 사망이 진실이라면 외부에서 그것에 관한 증거를 찾아 현출해야 한다. 누리꾼은 이것을 잘 모른다. 진실은 외부에 있는 것이고, 법정은 진실을 표출시킬 통로인 것이다.”

인터넷에서 변호인의 역할 등에 논란이 있다.
“알고 있다. 내가 이 사건을 맡은 이유가 민변에서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궁금해하던 차였고, 무엇보다 이 사건은 인터넷 의사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정권 측의 첫 번째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반면,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민변으로서도 부담이 되는 사건이다. 사망설이 진실인가라는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렇게 구속하는 것이 과연 정부가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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