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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40.1-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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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숙 [ehal0808] 쪽지 캡슐

2002-04-16 ㅣ No.161

요셉이 감옥에서 해몽하다

 

 40  이런 일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에집트 왕에게 술잔을 드리는 시종장과 빵을 구워 올리는 시종장이 상전인 에집트 왕에게 무슨 잘못을 저지른 일이 생겼다. 파라오는 술잔을 드리는 시종장과 빵을 구워 올리는 시종장, 두 사람에게 화가 나서 경호대장 집에 있는 감옥에 집어 넣었다. 그 곳은 바로 요셉이 갇혀 있는 곳이었다. 경호대장은 요셉을 지명하여 그 시종들의 시중을 들게 하였다. 그들이 감옥에 들어온지 여러 날이 지났다, 에집트 왕에게 술잔을 드리는 시종장과 빵을 구워 올리는 시종장은 어느날 밤, 감옥에 갇힌 몸으로 같이 꿈을 꾸었는 데 두 꿈은 뜻이 너무나 달랐다. 아침에 요셉이 그들에게 가 보니 그들은 크게 근심하고 있었다. 요셉은 자기 주인 집 감옥에 함게 갇혀있는 그들 파라오의 관리들에게 물었다. "오늘은 안색이 좋지들 못하시군요. 왜 그러십니까?" 그들이 대답하였다. "우리가 꿈을 꾸었는데 아무도 풀어 줄 사람이 없소." 요셉은 "꿈을 푸는 것은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고 말하면서 자기에게 이야기해 달라고 청하였다.

  술잔을 드리는 시종장이 요셉에게 자기의 꿈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내가 꿈에 보니까, 내 앞에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있었소. 그 포도나무에는 가지가 셋이 뻗어 있었는데 싹이 나자마자 꽃들이 피고 포도송이가 익더군, 내 손에는 파라오의 잔이 들려 있었소. 나는 포도를 따서 그 잔에다 짜 넣고는 그 잔을 파라오의 손에 받쳐 드렸다오." "그 풀이는 이렇습니다. 앞으로 사흘이 되면 파라오께서는 당신을 불러 내어 복직시킬 것입니다. 당신은 전날 술잔을 받들어 올리던 관습대로 파라오의 손에 그 잔을  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당신이 잘 되시는 날 나를 생각해 주십시오. 나에게 친절을 좀 베풀어 주셔야 하겠습니다. 파라오에게 내 이야기를 하여 이 집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나는 억울하게 히브리 사람들의 당에서 유괴되어 온 사람입니다. 나는 여기서도 이런 구덩이에 들어 올 만한 일을 한 일이 없읍니다."

  그 풀이가 좋은 것을 보고 빵을 구워 올리는 시종장도 요셉에게 이야기를 했다. "나도 꿈을 꾸었는데 흰 과자를 담은 바구니 셋을 내가 머리에 얹고 있었소. 제일 윗 바구니엔 파라오에게 드릴 온갖 구운 음식들이 담겨져 있었소, 그런데 새들이 내 머리에 이고 있는 그 바구니속에서 그것들을 먹고 있더군." "그 풀이는 이렇습니다"하며 요셉이 말해 주었다. "바구니 셋은 사흘을 말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사흘이 되면 파라오는 당신을 불러 내어 나무에 매달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고기를 새들이 조아 먹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 그 날은 파라오의 생일이어서 왕은 신하들을 다 모아 놓고 잔치를 베풀었다. 술잔을 드리는 시종장과 빵을 구워 올리는 시종장은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 불려 나왔다. 그런데 술잔을 드리는 시종장은 술잔을 드리는 자리에 복직되어 파라오의 손에 잔을 올리게 되었으나, 빵을 구워 올리는 시종장은 매달려 죽었다. 이렇게 그들은 요셉이 해몽해 준 대로 되었다. 그러나 술잔을 드리는 시종장은 요셉을 까마득하게 잊어 버렸다.

 

요셉이 파라오의 꿈을 풀다

 

  그로부터 세월이 이 년이나 흐른 뒤 파라오가 꿈을 꾸었다. 그는 날일강 가에 서 있었다. 난데없이 살이 찌고 잘 생긴 암소 일곱마리가 강에서 나와 갈대 풀을 뜯고 있었다. 그런데 곧 이어 여위고 볼품없는 암소 일곱마리가 뒤따라 나오는 것이었다. 그 여위고 볼품없는 소들은 강가에 먼저 나와 있는 소 들 곁으로 가는가 했더니, 이내 그 살이 찌고 잘 생긴 소들을 잡아 먹었다. 그러는데 파라오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그는 다시 잠이 들어 다시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줄기 하나에서 일곱 이삭이 나와 토실토실 여물어 가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뒤이어 돋아 난 일곱 이삭은 샛바람에 말라 여물지 못하는 것이었다. 더우기 그 마른 이삭이 토실토실하게 잘 여문 일곱 이삭을 삼켜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는데 파라오는 잠에서 깨어나 그것이 꿈인 줄 알게 되었다. 파라오는 아침부터 마음이 뒤숭숭하여 사람을 보내어 에집트의 마술사와 현자들을 다 불러 들이고는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아무도 파라오의 꿈을 풀지 못했다. 그때 술잔을 드리는 시종장이 파라오에게 아뢰었다. "오늘에야 제 잘못이 생각납니다. 언젠가 폐하께서 소신과 빵 구워 올리는 시종장에게 노하셔서 경호대장 댁 감옥에 짐어 넣으신 일이 있으셧읍니다. 소신과 그는 같은 날 밤에 꿈을 꾸었는데 두 꿈의 내용이 너무나 달랐읍니다. 그 때 거기에는 우리와 함게 젊은 히브리 사람 하나가 있었는데 그는 경호대장의 종이었읍니다. 저희들이 꿈 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니, 그는 그 꿈을 하나하나 풀이해 주었읍니다. 그리고 그가 우리에게 해몽해 준 대로 소신은 복직이 되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매달려 죽었읍니다."

  파라오는 곧 사람을 보내어 요셉을 불러 오라고 영을 내렸다. 그들은 서둘러서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 내었다. 그가 면도하고 옷을 갈아 입고 파라오 앞에 나서자 파라오는 요셉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꿈을 하나 꾸었는데 아무도 풀 사람이 없다. 그러던 중 내가 들으니 너는 꿈 이야기를 듣기만 하면 푼다면서?" 요셉이 파라오에게 대답하였다. "저에게 무슨 그런 힘이 있겠읍니까? 폐하께 복된 말씀을 이러 주실 이는 하느님뿐이십니다." 파라오는 요셉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기 시작하였다. "나는 꿈에 나일강 가에 서있었다. 난데없이 살이 찌고 잘 생긴 암소 일곱마리가 강에서 나와 갈대풀을 뜯는 것이었다. 이어 암소 일곱 마리가 뒤따라 나왔는데 나는 에집트 온 땅에서 그렇게도 볼품없고 여윈소는 처음 보았다. 그런데 여위고 볼품없는 그 소들이 먼저 나온 살진 일곱 마리 소를 잡아 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잡아 먹고도 여전히 볼품없어서 그것들이 다른 소를 잡아 먹었으려니 짐작할 수도 없었다. 그 때 마침 깨어났다가, 다시 꿈을 꾸었는데 이번에는 줄기 하나에서 이삭 일곱이 돋아 나 토실토실 여물어 갔다. 그러나 곧 뒤이어 돋아 난 일곱이삭은 샛바람에 말라 여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마른 이삭이 잘 여문 일곱 이삭을 삼켜 버렸다. 내가 이 이야기를 마술사들에게 했으나 그 뜻을 일러 주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폐하의 꿈은 결국 같은 내용입니다." 하고 요셉이 파라오에게 말하였다. "앞으로 될 일을 하느님께서 폐하게 미리 알려 주신것입니다. 잘 생긴 암소 일곱마리는 일곱 해를 말합니다. 잘 여문 이삭 일곱도 일곱 해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그 꿈은 결국 같은 내용입니다. 뒤따라 나타난 마르고 볼품없는 일곱 암소나 샛바람에 말라 비틀어진 일곱이삭도 일곱 해를 말합니다. 이것은 흉년이 일곱 해 계속 될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폐하께 말씀드린 것같이, 폐하께서 하실 일을 하느님께서 미리 보여 주신 것입니다. 앞으로 올 일곱 해 동안 에집트 온땅에는 대풍이 들겠읍니다. 그러나 곧 뒤이어 흉년이 일곱 해 계속될 것입니다. 에집트 땅에서 언제 배불리 먹은 일이 있엇더냐는 듯이 옛일을 까마득히 잊어 버리게 될 것입니다. 이런 흉년으로 나라는 끝장이 납니다. 이렇듯이 뒤따라 오는 흉년은 하도 심해서 배부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조차 아는 사람이 없게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 같은 꿈을 두번씩이나 꾸신 것은 하느님께서 이런 일을 어김없이 하시기로 정하셨고 또 지체없이 그대로 하시리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폐하께서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사람을 뽑아세워 에집트 온 땅을 다스리게 하시는 것이 좋겠읍니다. 이 나라 일을 감독할 자들을 세우시어 풍작이 계속되는 일곱 해 동안 에집트 땅에서 나는 것을 그 오분의 일씩 받아 들이도록 조처하십시오. 앞으로 올 좋은 세월 동안 온갖 식량을 거둘어 들이셔야 합니다, 폐하의 권한으로 밀을 거두어 들여 도시들에 식량을 저장하도록 하십시오. 그 식량은 에집트당에 일곱 해 계속될 흉작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온 나라가 기근으로 망하는 일을 면할 것입니다."

 

요셉이 세계의 기근을 해결하다

 

파라오와 그의 신하는 이 제안이 좋아 보였다. 그리하여 파라오는 자기 신하들에게 "우리가 이처럼 신통력을 지닌 사람을 어디서 찾겠느냐?" 하고는 요셉에게 부탁하였다. "하느님께서 너에게 이 모든 것을 알려 주셨으니 너만큼 슬기롭고 지혜로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나의 온 왕궁을 네 수하에 두겠다. 내 백성은 다 네가 시키는 대로 따를 것이다. 내가 너보다 높고는 것은 이 자리에 앉았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파라오는 요셉에게 "내가 너를 에집트 온 땅의 통치자로 세운다"고 하며, 손에서 옥새 반지를 빼어 요셉의 손에 끼워 주고는 고운 모시 옷을 입혀 준 다음 목에다 금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그리고는 요셉을 자기의 병거에 버금가는 병거에 태우고 행차할 때마다 앞서가며 "물렀거라"하고 외치게 하였다. 이렇게 그를 에집트 온 땅의 통치자로 세운 다음, 파라오는 요셉에게 일렀다. "내가 왕이지만 너의 승낙 없이는 에집트 전국에서 사람들은 손 하난 발 하나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파라오는 요셉에게 사브낫바네아라는 새 이름을 지어 주고 온이라는 곳의 사제 보디베라의 딸 아세낫을 아내로 주었다. 이렇게 하여 요셉은 에집트 온 땅의 통치자로 나타났다.

  요셉이 에집트 왕 파라오를 섬기기 시작했을때 그의 나이는 삼십세였다. 요셉은 파라오의 앞에서 물러나와 에집트 전국을 순찰하였다. 칠 년 동안 풍년이 들어 땅에서는 많은 소출이 났다. 이렇게 에집트 땅에서 칠 년동안 생산된 각종 많은 식량은 그는 거두어 들였다. 그리고 그 식량을 여러 도시에 갈무리해 두었다. 도시마다 근처 밭에서 나는 식량을 저장시켰다. 이렇게 요셉이 갈무리한 밀은 바다의 모래더미 같았다. 마침내 너무 많아서 계산할 수 없어 기록을 중단할 수 밖에 없이 되었다.

  흉년이 오기 전에 요셉은 돈이라는 곳의 사제 보디베라의 딸 아세낫에게서 두 아들을 얻었다. "하느님께서 나의 온갖 쓰라림과 아버지의 집 생각을 잊게 하셨다"하면서 요셉은 맏아들의 이름을 므나쎄라 지었다. 둘째는 "내가 고생하던 이 땅에서 하느님께서는 나를 번성하게 하셨다"하면서 이름을 에브라임이라 지었다. 에집트 땅에서 칠년이나 풍년이 들어 흥청댔지만, 그런 세월이 다 지나자, 요셉이 말한 대로 칠 년 동안 흉년이 계속되어 온 세상에 기근이 들지 않은 나라가 없었다. 그러나 에집트 온 땅에는 양식이 있었다. 에집트 온 땅에 흉년이 들자 백성들은 파라오에게 양식을 달라고 호소하였다. 파라오는 온 에집트 백성들에게 "요셉에게로 가서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하고 명하였다. 기근이 온 땅을 휩쓸고 있는 동안 요셉은 모든 창고를 열고 에집트사람들에게 곡식을 팔았다. 에집트 땅에 기근은 날로 심해 갔다. 그 기근은 온 세계를 휩쓸고 있었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모두 곡식을 사려고 에집트로 가서 요셉에게 몰려 있었다.

 

요셉이 형들을 처음으로 만나다

 

  야곱은 에집트에 곡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아들들에게 말하였다.

"왜 서로 얼굴들만 쳐다보고 있느냐? 내가 들으니 에집트엔 곡식이 있다더라. 그러니 내려 가 곡식을 사 오너라. 어떻게든지 살아야지 이러고 있다가 그냥 죽을수야 없지 않느냐?" 그래서 요셉의 열 형은 에집트로 밀을 사러 떠났다. 그러나 야곱은 요셉의 아우 베냐민만은 형들과 함께 보내지 않았다. 베냐민이 무슨 변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가나안 땅에도 기근이 들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아들들도 다른 사람들 틈에 끼어 곡식을 사러 내려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에 요셉은 이미 그 땅의 통치자가 되어 있었다. 그가 바로 그 땅 온 백성에게 곡식을 파는 책임자였다. 요셉의 형들은 도착하는 길로 얼굴을 땅에 대고 그에게 절을 했다. 요셉은 형들을 보자 곧 알아 보면서도 남을 대하듯이 거칠게 말하였다. "너희는 어디서 온 자들이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가나안 땅에서 양식을 사러 왔읍니다."

  형들은 요셉을 알아 보지 못했으나, 요셉은 형들을 알아 보고 형들이 이렇게 되리라 꾸었던 꿈을 생각하면서 을러 메었다. "너희들은 간첩이지? 이 땅의 헛점을 살피러 왔지?" 그러자 형들은 변명을 늘어 놓았다. "아닙니다, 나리, 소인들은 그저 양식을 사러 왔을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한 아버지의 자식입니다. 우리는 거짓말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절대로 간첩이 아닙니다." 그가 말하였다. "그럴 리가 없다. 너희는 틀림없이 이 땅의 헛점을 살리러 왔어." 그들이 대답하였다. "소인들은 본래 열 두 형제였읍니다. 우리는 한 아버지의 아들들인데, 아버지는 지금 가나안 땅에 계십니다. 막내 동생은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 있읍니다. 동생 하나는 없어졌읍니다." "내 말이 틀림없다. 너희는 간첩이야" 하고 요셉은 을러 메었다. "너희를 시험해 봐야겠다. 너희 막내 동생을 이리로 데려 오지 않고서는 파라오가 살아 계시는 한 여기에서 절대로 나갈 수 없다. 너희 가운데서 한 사람을 보내어 동생을 데려 오너라. 그 동안 너희는 옥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너희 말이 참말인지 시험해 봐야겠다. 만일 데러 오지 못하면 그 때엔 파라오가 살아 계시는 것처럼 너희가 간첩이라는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그리고서 사흘 동안 그들을 감옥에 가두어 두었다.

  사흘째 된던 날 요셉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도 하느님 두려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너희는 이렇게 하여라. 그래야 살 수 있다. 만일 너희가 정직한 사람이라면, 너희 형제 중 한사람만 감옥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너희 집안 식구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곡식을 가지고 가거라. 그리고서 너희 막내 동생을 나에게로 데려 오너라. 그렇게 하면 너희 말이 참말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너희는 죽음을 면할 것이다." 그들은 그대로 하기로 하고 서로들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다. "사실이지, 우리가 동생에게 그 짓을 하고 어떻게 벌을 면하겠니? 그렇게 가슴 아프게 애원하는 것을 보면서도 못 들은 체했는데! 그때문에 우리가 이런 곤경에 빠진 거야." 그러는데 르우벤이 그들에게 한 마디 했다. "그 애에게 못할 짓을 하지 말자고 내가 너희에게 말하지 않았더냐? 그런데 너희는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제 그의 피가 앙갚음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과 요셉 사이에 통역이 서 있었기 때문에 요셉이 자기들의 말을 듣고 있는 줄은 몰랐다. 요셉은 그들 중 시므온을 불러 내어 그들이 보는 앞에서 묶었다. 그리고는 그들의 그릇에 밀을 채우고 그들의 돈을 자루 하나 하나에 다시 넣고 그리고 돌아 가는 도중에 먹을 양식까지 주라고 지시하였다. 그대로 되었다.

 

  요셉의 형들이 가나안으로 돌아 가다

 

  그들은 곡식을 나귀에 싣고 길을 떠났다. 밤에 묵을 곳에 이르러 그들 중 하나가 나귀에게 먹이를 먹이려고 자루를 풀다가 그 아귀에 자기의 돈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았다. "내 돈이 도로 돌아왔다. 아, 여기 내 자루 속에 있어!" 이렇게 외치는 소리를 듣고 형제들은 얼빠진 사람처럼 떨면서 서로 아우성을 쳤다. "하느님 맙소사. 이게 어찌 된 일이냐?" 그러면서 그들은 가나안 땅으로 아버지 야곱에게 돌아왔다. 돌아 오는 길로 그 동안 겪은 모든 일을 보고 하였다. "그 나라의 어른이 우리를 보고 자기네 땅을 살피러 온 간첩이라면서 심한 말로 몰아 세웠읍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짓말이라고는 통 모르는 사람으로서 간첩질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변명했지요, 우리는 본래 열 두 형제인데 한 아버지의 자식이고 동생 하나는 이미 없어졌고 막내는 지금도 가나안 땅에 아버지와 함께 있다고 했읍니다. 그랬더니 그 나라 어른이, 이러이러하게 하면 우리가 정직한 사람인 줄 알겠다면서 우리들 중 한사람만 남기고 나머지는 집안 식구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곡식을 가지고 길을 떠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막내를 데려와야 우리가 간첩이 아니고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닌 줄 알겠다는 것이었읍니다. 그러면 형제를 도로 내주고 마음대로 그 땅에 드나들게 해 주겠다고 하였읍니다."

  그들은 자루를 비우다가 자루마다 돈 주머니가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아버지와 함께 그 돈 주머니를 보고는 겁이 덜컥 났다. 아버지 야곱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나에게서 자식을 하나 하나 빼앗아 가는구나. 요셉도 없어졌고 시므온도 없어졌는데 이제 와서 베냐민마저 데려 가겠다는 거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르우벤이 다짐하며 말하였다. "만일 제가 베냐민을 아버지께로 다시 데려 오지 못한다면 제 두 아들을 죽이셔도 좋습니다. 저에게 그 애를 맡기십시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를 아버지께 다시 데려 오겠읍니다. 그러나 그는 막무가내였다. "이 애만은 데리고 가지 못한다. 그 형은 죽었고 이 애 하나 남았는데 가는 길에서 무슨 변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할 셈이냐? 너희들은 이 늙은 것이 백발이 성성해 가지고 슬퍼하며 지하로 내려 가는 꼴을 보고 싶으냐?"

 

요셉의 형들이 베냐민을 데리고 길을 떠나다

 

  그러나 땅에 기근이 심해만 갔다. 그들이 에집트에서 가져온 곡식은 떨어져 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의 아버지는 다시 가서 양식을 좀 더 사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유다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 어른이 우리들에게 분명히 경고했읍니다. 동생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고 말입니다. 만일 아버지께서 동생을 우리와 함께 보내신다면, 내려 가 양식을 아버지께 사다 드리겠지만, 그 애를 보내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내려 가지도 못합니다. 그 어른 말씀이 동생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고 했읍니다." 이스라엘이 "동생이 또 하나 있다는 소리는 왜 해서 나를 이리도 괴롭히느냐?"고 걱정하자 그들은 이렇게 변명하였다. "그 어른이 우리와 우리의 일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아버지가 아직도 살아 계시는지, 또 다른 동생은 없는지 낱낱이 캐물었읍니다. 그가 묻는 대로 대답하다 보니 그런 것까지 털어 놓게 되었읍니다. 그가 우리더러 동생을 데려 오라고 할 줄이야 어찌알았겠읍니까?" 유다가 나서서 아버지 이스라엘에게 다짐하였다. "그 애를 저에게 맡겨 보내주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곧 떠나 가겠읍니다. 아버지나 우리 자식들이나 우리나 다 살아야지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제가 그 애를 책임지겠읍니다. 그 애를 저에게서 찾으십시오, 만일 그 이를 다시 데려다가 아버지 앞에 세우지 못하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제 평생에 아버지께 죄인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꾸물거리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두 번은 갔다 왔겠읍니다." "정 그렇다면 이렇게들 하여라" 하고 아버지 이스라엘이 아들들에게 일렀다, "이땅에서 난 가장 좋은 소출을 그릇에 담고, 또 그 어른에게 드릴 선물로 유향과 꿀을 얼마쯤, 그리고 향고무, 몰약, 유향나무 열매, 감복숭아를 가지고 내로 가거라. 돈은 갑절해서 가지고 가거라, 너희 자루 아귀에 들어 돌아 왔던 그 돈도 도로 가져가거라. 아마 그것은 잘못된 것이었을 게다. 너희 동생도 데리고 어서 그 어른에게로 돌아 가거라.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그 어른으로 하여금 너희에게 자비를 베풀게 해 주시기 바란다. 그래서 남기고 온 그 아이와 베냐민을 돌려 보내 준다면 오죽이나 좋겠니! 하지만 자식을 잃어야 한다면 잃었지 멸수 있겠느냐?"

 

요셉이 형제를 다시 만나다

 

  그리하여 그들은 선물을 마련하고 돈을 갑절로 준비하여 베냐민을 데리고 길을 떠나 에집트로 내려 가 요셉 앞에 섰다. 요셉은 베냐민이 그들과 함께 온 것을 보고 자기 집 관리인에게 일렀다. "이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 가거라. 짐승을 잡고 상을 차려라. 이 사람들은 나와 함께 점심을 먹을 것이다." 관리인은 요셉이 명하는 대로 해 놓고, 그들을 요셉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들은 요셉의 집으로 끌려 가는 줄 알고 떨면서 수군거렸다. 우리가 이렇게 끌려 가는 것은 틀림없이 저번에 우리 자루 속에 담겨져 돌아 왔던 돈 때문일 것이다. 달려들어 나귀를 빼앗고는 우리를 자기 종으로 삼으려는 거야."  요셉의 집 문간에 이르렀을때 그들은 요셉의 집 관리인에게 다가 서서 변명을 늘어 놓았다. "나리, 우리는 지난번에 양식을 사러 내려 왔었읍니다. 그런데 우리가 밤에 묵을 곳에 이르러 자루를 풀어보니 우리의 돈이 자루마다 그 아귀에 고스란히 그대로 들어 있었읍니다. 우리는 그 돈을 이렇게 다시 가지고 왔읍니다. 우리 수중에는 양식을 살 돈이 또 있읍니다. 누가 우리 자루 속에 그 돈을 넣었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관리인은 "안심하십시오. 걱정할 것 없읍니다. 당신들의 하느님, 당신들의 아버지의 하느님께서 그 보따리에 보화를 넣어 주셨을 겁니다. 나는 당신들의 돈을 이미 받았읍니다"하고 말하면서 시므온을 데려 왔다, 그리고는 그들을 모두 요셉의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씻을 물을 내어 주었다. 또 나귀에게도 먹이를 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거기에서 식사하게 될 것이란 말도 해 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정오에 요셉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선물을 준비하였다.

  요셉이 집 안에 들어 서자, 그들은 가져온 선물을 가지고 집 안으로 들어 가 그의 앞에 내놓고는 땅에 엎드려 절을 했다. 그러자 그가 그들에게 인사하며 물었다. "저번에 늙은 아버지가 계시다고 하더니, 그분이 잘 계시냐? 아지고 살아 계시냐?" 그들은 "어른의 종인 저희 아버지께선 잘 계십니다. 지금도 살아 계십니다" 하면서 몸을 굽혀 절을 했다. 요셉은 눈을 돌려 동복 동생인 베냐민을 보며, "이 애가 바로 너희가 저번에 말하던 막내 동생이냐?고 묻고는, "너 참 귀엾구나.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라"하고 말하였다. 요셉은 동생이 애처로운 생각이 끓어 올라 한바탕 울고 싶어 허둥지둥 자기 방으로 가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는 얼굴을 씻고 도로 나와서 가슴을 진정 시키고 음식을 차리라고 명했다. 그들은 요셉에게 상을 따로 차려 올리고 그의 형제들에게도 따로  차려 주고 요셉과 함께 먹는 에집트 사람들에게도 따로 차려 주었다. 에집트 사람들은 히브리 사람들과 자리를 같이 해서 음식을 먹으면 부정을 타게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은 요셉앞에 맏아들로부터 막내 아들에 이르기까지 나이 순서를 따라 앉게 되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해 하였다. 한 사람 한 사람 먹는 음식을 요셉의 상에서 날라다 주는데, 베냐민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다섯 몫이나 더 주었다. 그들은 요셉과 더불어 취하도록 마셨다

 

베냐민의 자루에서 은잔이 나오다

 

  그런 뒤에 요셉은 자기 집안 관리인에게 시켰다. "저 사람들 자루에다 양식들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채워 주어라. 그리고 자루마다 그 아귀에 자기들이 가져온 돈을 도로 집어 넣어 주는데 막내의 자루에는 그가 가져왔던 양식값과 함께 내 술잔도 함께 넣어라. 이 은잔 말이다." 그는 요셉의 분부대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그들은 나귀를 이끌고 길을 떠났다. 그러나 그들이 그 도시에서 나와 멀리 가기전에 요셉은 자기 집안 관리인에게 명령을 내렸다. "빨리 그들의 뒤를 쫓아 가거라. 그리고 그들을 따라 잡거든 이렇게 호통을 쳐라. ’너희는 왜 배은망덕하느냐? 어쩌자고 은잔을 훔쳐 왔느냐? 그것은 바로 내 주인께서 따라 마시는 잔이요 점을 치시는 잔이다. 어찌하여 이렇게 사람으로선 못할 짓을 했단 말이냐!"

  그가 그들을 따라 잡고 그대로 호통을 치자 그들은 "나리, 어찌 그런 말씀을 다 하십니까? 소인들이 그런 짓을 하다니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며 이렇게 장담하는 것이었다. "저번에 자루 아귀에서 나온 돈을 가나안 땅에서 나리께 갖다 드리기까지 하지 않았읍니까?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나리의 상전댁에서 은이나 금을 훔치겠읍니까?  소인들 중 누구한테서라도 그것이 나오면 그를 죽여도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까지 나리의 종으로 삼으셔도 좋습니다." "그래, 너희 말대로 하자. 은잔이 나오는 자루 임자는 나의 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야 무슨 죄가 있겠느냐?" 그들은 급히 자루를 땅에 내려 놓고는 저마다 풀었다. 관리인이 맏아들에서 시작하여 막내 아들에 이르기까지 뒤지자, 그 잔이 베냐민의 자루에서 나왔다. 그러자 모두 옷을 찢으면서 저마다 나귀에 짐을 다시 싣고 그 도시로 되돌아 갔다.

  유다와 그 형제들이 요셉의 집에 이르러보니 요셉은 아직도 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이 그 앞에 엎드리자 요셉은 "이 따위 짓을 하다니! 나같은 사람이 점도 못 칠줄 알았느냐?" 하고 호통을 쳤다.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겠읍니까? 어찌 입을 놀릴 수 있겠읍니까? 변명할 여지도 없읍니다." 하면서 유다가 아뢰었다. "하느님께서 소인들의 죄를 들추어 내셨읍니다. 그러니 이제 잔이 나온 이 애나 우리나 할 것 없이 모두 어른의 종이 되는 길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읍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 하고 그가 대답하였다. "잔이 나온 사람만 내 종이 되고 너희 나머지는 아버지에게 평안히 올라 가거라."

 

유다가 대신 종이 되겠다고 나서다

 

  그러자 유다가 그에게 나아가 다시 아뢰었다. "어른, 소인이 어른께 긴히 한 말씀 드리겠읍니다. 너무 노여워 마시고 들어 주십시오. 어른께서는 파라오에 못지 않으십니다. 어른께서 소인들에게 아비나 동생이 있느냐고 물으셨을때, 저희는 늙은 아버지가 있고 그가 늘그막에 얻은 아이가 있다고 아뢰었읍니다. 그 애와 한 배에서 난 형은 죽고 그 애만 남았는데, 아버지는 그 애를 애지중지한다고 아뢰었읍니다. 어른께서는 그 애를 직접 눈으로 보게 데려 오라고 하셨읍니다. 그러나 저희는 그 애가 만일 아버지를 떠나면 아버지는 숨이 넘어갈 형편이어서 아버지를 떠날 수 없다고 어른께 아뢰지 않았읍니까? 그 때 어른께서는 소인들에게 말씀하셨읍니다. ’너희가 막내 동생을 데리고 내려 오지 않고서는 내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할것 이다.’ 그래서 저희는 어른의 종 우리 아버지에게 올라 가서 그 말씀을 전했읍니다. 그 후에 저희 아버지께서는 다시 가서 식량을 좀 사오라고 하셨지만, 저희는 내려 갈 수 없다고 하였읍니다. 막내 동생이 함께 간다면 내려 갈 수 있지만,함께 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른의 얼굴을 볼 수 없다고 말씀입니다. 그랬더니 어른의 종 저희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읍니다. ’너희들은 나에게 아들 둘을 낳아 준 아내가 있었던 것을 다 알것이다. 그런데 한 아이가 없어졌을 때 나는 그 녀석이 틀림없이 짐승에게 당했다고 생각했었다. 그 후로 아직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너희가 만일 이 아이마저 나에게서 데려 갔다가 무슨 변이라도 만난다면 그때엔 이 늙은 백발이 슬퍼하며 지하로 내러 가는 꼴을 보겠느냐?’ 이제 그 애 없이 어른의 종 저희 아버지에게로 돌아간다고 하십시다. 아버지의 목숨은 그 애의 것과 하나로 얽혀 있으므로 애가 없는 것을 보면 곧 숨이 넘어가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소인들은 어른의 종 저희 아버지로 하여금 백발로 슬퍼하며 지하로 내려 가시게 하는 격이 됩니다, 만일 그 애를 아버지에게 도로 데려 가지 못한다면 소인이 평생 아버지에게 죄인이 되리라 다짐하고는 그 애를 제가 책임지고 나섰읍니다. 그러니 이제 그 애 대신 소인을 남겨 두시어 어른의 종으로 삼으십시오. 그러나 그 애만은 형들과 함께 돌아 가게 해 주십시오. 그 애 없이 제가 어떻게 아버지에게 올라 갈 수 있겠읍니까? 아버지에게 닥칠 불행을 저는 차마 볼 수가 없읍니다."

 

요셉이 자기 정체를 드러내다

 

  요셉은 시종들 앞에서 복받치는 감정을 억제할 길 없어 "모두들 물러나거라" 하고 외쳤다. 이렇게 요셉은 모든 사람을 물리고 나서 자기가 누구인지를 형제들에게 알렸다. 그가 우는데 울음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에집트의 모든 사람들에게 들렸고, 파라오의 집에도 들렸다. 요셉은 형제들에게 털어 놓았다. "내가 바로 요셉입니다! 아버지께서 아직 살아 계시다고요?" 형제들은 그의앞에서 너무나 어리둥절하여 입이 얼어 붙고 말았다. 요셉이 그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자, 그제야 가까이 옆으로 갔다. 요셉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나를 에집트로 팔아 넘겼지요. 그러나 이제는 나를 이 곳으로 팔아 넘겼다고 해서 마음으로 괴로와할 것도 얼굴을 붉힐 것도 없읍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목숨을 살리시려고 나를 형님들 보다 앞서 보내신것입니다. 이 땅에 기근이 든지 이태가 되었읍니다. 아직도 밭을 갈아 곡식을 거두려면 다섯 해가 더 지나야 됩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형님들보다 앞서 보내신것은 형님들의 종족을 땅 위에 살아 남게 하시려는 것이었읍니다. 그어니 나를 이 곳으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파라오의 어른으로, 그 온 집안의 주인으로 삼으시고 에집트 전국을 다스리는 자로 세워 주셨읍니다. 지체 말고 어서 아버지께로 올라 가 아버지의 아들 요셉의 말이라 하고 이렇게 전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저를 온 에집트의 주인으로 삼으셨읍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저에게로 내려 오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여러 아들과 손자들을 거느리시고 양과 소와 모든 재산을 가지고 고센 땅에 사시면서 저와 가까이 계실 수 있읍니다. 다섯 해 기근이 지나가도록 아버지께서 사실 수 있게 모든것을 거기에 장만해 놓겠읍니다. 아버지께서 거느리시는 식구들과 딸린 목숨이 아쉬운 것 없도록 해 드리겠읍니다.’ 이제 형님들께서는 아우 베냐민과 함께 이 말을 하는 것이 바로 요셉이라는 것을 눈으로 똑똑히 보셨읍니다. 내가 에집트에서 어떤 영화를 누리고 있는지, 그 밖에 무엇이든지 본대로 다 아버지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지체 말고 어서 가서 아버지를 이리로 모시고 내려 오십시오."

  그리고 나서 요셉은 친동생 베냐민의 목을 부등켜 안고 울었다. 베냐민도 그의 목에 매달려 울었다. 다시 요셉의 형들과 일일이 입을 맞추어 인사하고는 붙잡고 울었다. 그제야 형들은 그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야곱을 모시러 형제들을 보내다

 

요셉의 형제들이 왔다는 소식이 파라오의 집안에 전해지자 파라오와 그의 신하들은 기뻐하였다. 파라오가 요셉에게 말하였다. "형제들에게 이르시오. 짐승들에 짐을 싣고 가나안땅으로 돌아 가서 아버지와 온 식구를 이리로 데려 오라고 이르시오. 또한 내가 에집트에서도 가장 좋은 땅을 주어 그 땅의 기름진 것을 먹고 살게 하겠다더라고 이르시오. 또 이렇게 내 말을 전하시오. ’너희들의 어린것들과 아내들이 타고 오게 마차들을 가지고 가러라. 그리고 아버지를 모셔 오도록하여라. 가지고 있던 세간 같은 것은 아까와 말라. 에집트 전국에서도 가장 좋은 땅이 그대들의 것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아들들은 하라는 대로 하였다. 요셉은 파라오의 명령대로 그들에게 마차를 내어 주고 여행길에 먹을 양식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각 개인에게 나들이옷 한 벌씩을 주었고 베냐민에게는 은돈 삼백세겔과 나들이옷 다섯 벌을 주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에집트에서 난 귀한 물건을 수나귀 열 마리에 가득 실어 보내었고 야곱이 여행길에 먹을 밀이나 빵 같은 음식을 암나귀 열 마리에 가득 실어 보내었다. 형들과 아우를 떠나 보내면서 요셉은 도중에 서로 탓하지들 말라고 당부하였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에집트에서 가나안땅으로 아버지 야곱에게 돌아 왔다.

 

돌아 온 그들은 "요셉이 지금도 살아 있읍니다. 전 에집트를 다스리는 자가 되었어요"하고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그는 다만 어리둥절하여 그 말을 곧이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요셉이 한 말을 다 전해 듣고 자기를 데려 오라고 보낸 마차들을 보고 나자 아버지 야곱은 제 정신이 돌아 왔다. "이제는 죽어도 한이 없다. 내 아들 요셉이 살아 있다니... 죽기전에 가서 그 애를 봐야지"하고 이스라엘은 중얼거렸다.

 

야곱이 에집트로 떠나다

 

 46   마침내 이스라엘은 모든 식구를  거느리고 재물을 챙겨 길을 떠났다. 브엘세바에 이르러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께 제사를 올리는데 그 날 밤 하느님께서 환상중에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셨다. "야곱아, 아곱아." "저를 부르셧읍니까?" 하고 야곱이 대답하자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느님, 네 아비를 보살피던 하느님이다. 에집트로 내려 가는 것을 꺼리지 말라. 내가 거기에서 너를 강대국으로 만들리라. 내가 너와 에집트까지 내려 가리라. 그리고 내가 너를 거기에서 반드시 다시 올라 오게 하리라. 요셉의 손이 네 눈을 감겨 줄 것이다." 야곱은 브엘세바를 떠났다. 이스라엘의 아들들은 파라오가 아버지 야곱을 모셔 오라고 보낸 마차에 아버지와 어린것들과 아내들을 태우고 떠났다. 야곱과 그가 거느리는 모든 자손은 가나안 땅에서 모은 가축과 재물을 모두 가지고 에집트로 들어 갔다. 그는 아들과 손자, 딸과 손녀 이렇게 그의 자손들을 데리고 에집트로 들어 갔다.

 

에집트로 내려 간 야곱의 식구들

 

  에집트로 들어 간 이스라엘 자손의 이름은 아래와 같다. 야곱과 그 자손들의 이름이다.

  야곱의 맏아들은 르우벤인데 르우벤의 아들은 하녹, 발루, 헤스론, 가르미요, 시므온의 아들은 여무엘, 야민, 오핫, 야긴, 소할과 가나안 여인에게서 난 사울이요, 레위의 아들은 게르손, 크핫, 므나리요, 유다의 아들은 에르. 오나느 샐라, 베레스, 제라였는데 에르와 오난은 가나안 땅에서 죽었다. 베레스의 아들은 헤스론, 하울이요, 이싸갈의 아들은 돌리, 부아, 야숩, 시므론이요, 즈블론의 아들은 세렛, 엘론, 야흘르엘이다. 이상은 레아가 바딴아람에서 야곱에게 낳아준 아들들이다. 그밖에 딸 디나가 있었다. 그의 편에서 난 자손은 아들 딸 합하여 삼십 삼명이었다.

  가드의 아들은 시브욘, 하끼, 수니, 에스본, 에리, 아로디, 아르엘리요, 아셀의 아들은 임나, 이스와, 이스위, 브리아인데, 그들에게는 누이 세라가 있었다. 브리아에게는 아들 헤벨과 말기엘이 있었다. 이상은 라반이 딸 레아에게 딸려준 질바가 낳은 자손들이다. 이렇게 야곱이 질바에게서 딸 레아에게 딸려 준 질바가 낳은 자손들이다. 이렇게 야곱이 질바에게서 낳은 자손은 십 육명이다.

  야곱의 아내 라헬에게서 난 아들은 요셉과 베냐민이었는데, 요셉은 에집트 땅에서 므나쎄와 에브라임을 얻었다. 이들은 온의 사제 보디빌라의 딸 아세낫이 그에게 낳아 준 아들들이다. 베냐민의 아들은 벨라, 베겔, 아스벨, 제라, 나야만, 에히, 로스, 무병, 후빔, 아르드이다. 이상은 야곱이 라헬에게서 낳은 자손들로서 모두 십 사명이다.

  단의 아들은 후심이요 납달리의 아들은 야하스엘, 구니, 예셀, 실렘이다. 이상은 라반이 딸 라헬에게 딸려 준 빌하가 낳은 자손들이다. 이렇게 야곱이 빌하에게서 낳은 자손은 칠명이다.

  야곱에게 딸린 직계자손으로 에집트에 들어 간 사람들은 며느리들을 빼고 전부 육십 육명이었는데 에집트에서 요셉에게 생긴 두 아들까지 합쳐 에집트에 간 야곱 가문의 식구는 모두 칠십 명이 되었다.

 

요셉이 가족을 마중하다

 

  이스라엘은 유다를 미리 요셉에게 보내고는 일행과 함께 고센 땅에 이르렀다. 요셉은 병거에 말을 메워 타고 고센으로 올라 가 아버지 이스라엘을 만나 아버지 앞에 나아가 목을 얼싸안았다. 목을 얼싸안고 우는데, 이스라엘이 요셉에게 말하였다. "이제는 죽어도 한이 없다. 마침내 네 얼굴을 이렇게 보다니, 네가 살아 있었구나!"

  요셉이 형제와 아버지의 집안 식구들에게 말하였다. "제가 올라 가 파라오께 이렇게 말씀드리겠읍니다. ’가나안 땅에서 살던 형제와 아버지 집안 식구들이 왔읍니다. 본디 가축을 치던 목자들이어서 소와 양과 모든 재산을 가지고 왔읍니다, 이렇게 말씀들 둘 터이니 파라오께서 부르시어 생업이 무엇이냐고 물으시거든 이렇게 대답하십시오. ’선조 대대로 저희는 어려서부터 가축을 치는 목자들입니다.’ 이렇게 말해야 고센땅에서 사실 수 있읍니다. 에집트 사람들은 도대체 목자라면 꺼려서 가까이 하지도 않습니다."

 

  야곱 일행이 파라오를 알현하다

 

요셉이 파라오에게 들어 가 말하였다. "제 아버지와 형제들이 소와 양을 몰고 모든 재산을 챙겨 가지고 가나안 땅에서 와 지금 고센에 있읍니다." 그러면서 자기 형들 가운데서 뽑은 다섯 사람을 파라오에게 소개하자 파라오가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의 생업은 무엇이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소인들은 양을 치는 목자입니다. 저희 선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계속하여 파라오에게 청을 드렸다. "저희들은 이 땅에 좀 머물 수 있을까 해서 왔읍니다. 가나안 땅에 기근이 심하게 들어 소떼가 풀을 뜯을 초장이 없어졌읍니다. 청컨데 소인들을 고센땅에 머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파라오는 요셉에게 말하였다. "경의 아버지와 형제들이 경을 찾아 온 것이 아니오? 에집트땅은 경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경의 아버지와 형제들을 가장 좋은 땅에 머물게 하시오, 고센 땅에 살게 하면 어떻겠소? 그리고 그들 가운데 유능한 사람이 있거든 경이 잘 알아서 내 가축을 돌보는 책임자로 세우시오."

  요셉은 아버지 야곱을 파라오 앞에 인도하여 만나게 하였다. 야곱이 파라오에게 만수무강을 빌자 파라오가 야곱에게 물었다. "얼마나 수를 누리셨소?" "이 세상을 떠돌기 벌써 백 삼십년이 됩니다. 얼마 되지는 않으나, 살아 온 나날이 궃은 일뿐이었읍니다. 소인의 조상들이 떠돌아 다니시며 누리신 수에 미치려면 아직 멀었읍니다." 이렇게 야곱은 파라오에게 대답하고는 다시 만수무강을 빌고 그 앞에서 물러났다. 요셉은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살 자리를 잡아 주고, 파라오의 분부대로 에집트 땅에서 가장 좋은 곳인 라므세스 지방을 그들의 소유지로 떼어 주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제와 온 가문에 속한 식구의 수대로 양식을 대어 주었다.

 

요셉의 양곡 관리

 

  기근은 점점 심해져서 온 세상에 양식이 떨어지지 않은 곳이 없게 되었다. 에집트 땅뿐 아니라 가나안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도 이 기근으로 더 버틸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모두들 요셉에게서 양식을 사 가다 보니 에집트 땅과 가나안 땅에 있는 돈이란 돈은 모두 요셉의 손에 들어 오게 되었다. 요셉은 그 돈을 파라오의 황실에 넘겼다. 이렇게 에집트 땅과 가나안 땅에서 돈이 떨어지게 되자 온 에집트 사람들이 요셉에게로 와서 청하는 것이었다. "양식을 대어 주셔야 하겠읍니다. 돈이 떨어졌다고 해서 어른께서 계시는데 우리가 죽을 수야 있겠읍니까?" "돈이 떨어 졌거든 가축이라도 가져오너라. 그러면 그 가축을 받고 양식을 내어 주겠다" 하고 요셉은 대답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가축을 요셉에게로 가져왔다. 요셉은 말과 소와 양과 나귀를 받고 양식을 내어 주었다. 이렇게 그 해에는 그들이 가져오는 온갖 가축을 받고 양식을 대어 주었다. 그 해가 다 지나 이듬해가 되자 그들은 요셉에게 와서 다시 청하였다, "돈은 다 떨어졌고 가축도 모두 어른께 갖다 바쳤는데 이제 와서 무엇을 숨기겠읍니까? 어른께서 보시는 대로 남은 것이라고는 우리 몸뚱이와 땅밖에 없읍니다. 그런데 우리나 우리들의 땅이 어른께서 보시는 앞에서 망할 수야 있겠읍니까? 그러니 우리들의 몸과 땅을 받으시고 양식을 주십시오. 우리들은 땅째 파라오의 종이 되겠읍니다. 씨앗을 주십시오. 그래야 땅은 황폐하게 되지 않고 우리도 죽지 않고 살것입니다."

  기근이 심해져서 에집트 사람들은 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모두들 토지를 요셉에게 팔았다. 요셉이 그것을 사서 파라오에게 바치고 보니, 에집트 온 땅은 파라오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온 에집트 땅에 사는 백성들은 다 그의 종이 되었다. 그러나 사제들의 땅만은 사들이지 않았다. 그 땅은 사제들이 파라오에게 하사받은 땅이었다. 그들은 파라오에게서 녹을 타 먹고 살고 있었기 때문에 땅을 팔 필요가 없었다. 요셉이 백성에게 선포하였다. "나는 오늘 너희와 너희 밭을 사서 파라오께 바쳤다. 여기 씨앗이 있으니 가져다 땅에 뿌려라. 그리고 추수때마다 오분의 일을 파라오에게 바쳐야 한다. 나머지 오분의 사는 너희 것이다. 그 중에 밭에 뿌릴 씨앗을 남기고는 너희와 너희 집안 식구의 양식으로 삼아라. 또 어린것들도 먹여 살려라." 그들이 대답하였다."어른께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셨읍니다. 그러니 어른 좋으실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파라오의 종이 되겠읍니다." 이렇게 하여 에집트 토지에 관하여 요셉이 만든 법령은 오늘날까지도 살아 있는데 그것은 즉 파라오게게 오분의 일을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제들의 땅 만은 파라오의 것이 되지 않았다.

 

야곱이 요셉에게 유언을 남기다

 

  이스라엘은 에집트 땅 고센 지방에 자리를 잡았다. 거기에서 땅을 차지하고 자손을 많이 낳아 크게 불어났다. 야곱은 에집트 땅에서 십칠년을 더 살았다. 그래서 야곱이 산 횃수는 모두 백 사십 칠년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죽을 날이 가까운 줄 알고 아들 요셉을 불러 당부하였다. "네가 정말 나를 기쁘게 해 줄 마음이 있거든. 네 신의를 성실하게 지켜 나를 에집트에 묻지 않겠다고 네 손을 내 사타구니에 넣고 맹세해 다오. 내가 내 조상과 같이 잠들면 나를 에집트에서 내다 그분들이 묻힌 자리에 함께 묻어다오." 그가 대답하였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하겠읍니다." "그러면 이제 나에게 맹세하여라." 요셉이 시키는 대로 맹세하자, 이스라엘은 침상 머리맡에 엎드러 하느님께 경배드렸다.

 

야곱이 에브라임과 므나쎄를 아들로 삼다

 

48 이런 일이 있은 뒤 요셉은 아버지가 아프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는 두 아들 므나쎄와 에브라임을 데리고 갔다. 아들 요셉이 문병왔다는 말이 야곱에게 전해지자. 이스라엘은 기력을 가다듬고 침상에 일어나 앉았다. 야곱이 요셉에게 일렀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가나안 땅 로즈에서 나에게 나타나 나를 이렇게 축복하셨다. ’내가 너에게 많은 자손이 생겨 너의 후손들에게 주어 길이 차지하게 하리라.’ 그런데 내가 너를 만나러 에집트로 오기 전에 내가 얻은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나쎄는 이제 르우벤이나 시므온과 같이 내 아들 항렬에 들어야 한다. 그 아이들 다음으로 난 아들들이 네 자식이 되는 것이다. 그 아이들은 형들이 차지할 유산을 상속받을 것이다. 내가 바딴을 떠나 가나안당에 와서 길을 가는 도중에 네 어미 라헬이 죽었다. 에브랏 채 못 미친 길가에 나는 에 어미를 묻었다. 그 에브랏이 곧 베들레헴이다."

  이스라엘이 요셉의 아들들을 보고 물었다. "얘들이 누구냐?" "이것들은 하느님께서 이 곳에서 저에게 주신 제 아들들입니다." 하고 요셉이 아버지에게 대답하였다. "이리로 가까이 오게 하여라, 내가 그 아이들에게 복을 빌어 주겠다." 이렇게 말을 했지만, 이스라엘은 나이가 많아 눈이 어두워 앞을 못 보는 처지였다, 요셉이 그들을 가까이 데려 오자 야곱은 그들에게 입을 맞추며 끌어 안고 요셉에게 말하였다. "나는 네 얼굴을 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 하느님께서 네 아이들까지 보게 해 주시는구나."

  요셉은 자기의 아이들이 아버지의 무릎에서 받고는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절을 했다. 그리고 요셉은 두 아이 가운데 에브라임은 오른 손으로 이끌어 이스라엘의 왼쪽에, 므나쎄는 왼손으로 이끌어 이스라엘의 오른쪽에 가까이 가게 하였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손을 엇갈리게 내밀어 아우인 에브라임의 머리에는 오른손을, 맏아들인 므나쎄의 머리에는 왼손을 얹고 이렇게 복을 빌어 주었다. "나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사악이 살아 가는 것을 지켜 보아 주신 하느님, 태어날 때부터 이날까지 나의 목자가 되어 주신 하느님, 온갖 어려움에서 나를 건져내준 하느님의 천사가 이 아이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나의 이름과 조상들의 이름 아브라함과 이사악이

  이 아이들에게 살아 있기를.

  이 세상 한복판에서 왕성하게 불어나기를 빕니다."

  요셉은 아버지가 오른손을 에브라임의 머리 위에 얹은 것을 보고는 못마땅하게 여겨 에브라임의 머리 위에 얹은 아버지의 손을 므나쎄의 머리에 옮겨 놓으려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아닙니다. 아버지, 이 아이가 맏아들입니다, 오른손을 이 아이 머리에 얹으셔야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거절하며 대답하였다, "아들아, 나도 안다. 왜 모르겠느냐? 이 아이도 한 족속을 이룰 것이다. 크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아우가 형보다 더 커져 그의 후손은 숱한 민족을 이룰 것이다."

  그 날 야곱은 이렇게 그들에게 복을 빌어 주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너희의 덕을 입고 살며

    ’하느님께서 너를 에브라임처럼,

   므나쎄처럼 세워 주시기 바란다’ 하리라."

  이렇게 그는 에브라임을 므나쎄보다 앞세웠다. 그리고 나서 그는 요셉에게 다시 말하였다. "나는 이제 죽겠지만 하느님께서 너희를 보살펴 주시어 조상의 땅으로 다시 돌아 가게 해 주실 것이다. 내 칼과 활로 아모리 사람 손에서 빼앗은 세겜 하나만은 내 형제들에게 주지 않고 너에게 준다."

 

야곱의 마지막 축복

 

49 그 후 야곱은 유언을 남기려고 아들들을 불렀다. "모두들 모여라. 훗날 너희에게 일어날 일을 내가 일러 주리라.

  야곱의 아들들아 모여 와  들어라.

  너희의 아비 이스라엘의 말을 들어라.

  르우벤아 너는 내 맏아들,

  내 힘, 내 정력의 첫 열매라, 너무 우쭐하고 세차구나.

  터져 나오는 물줄기 같아,

  걷잡을 수 없는 홍수 같아.

  끝내 맏아들 구실을 하지 못하리라.

  제 아비의 침상에 기어 들어

  그 소실마저 범한 녀석!

 

  시므온과 레위는 단짝이라,

  칼만 잡으면 사나와져

  나는 그들의 모의에 끼어들 생각도 없고

  그들이 모이는 자리에 섞일 마음도 없다.

  홧김에 사람을 쳐 죽이고

  닥치는 대로 소를 박살하는 녀석들!

  저주받으리라, 화가 나면 모질게 굴고,

  골이 나면 잔인 해지는 것들!

  내가 그들을 야곱의 자손 가운데서 분산시키고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흩뜨리리라.

  유다, 너는 네 형재들의 찬양을 받으리라,

  네 손은 원수들의 멱살을 잡겠고

  네 아비의 자식들이 네 앞에 엎드리리라.

  유다는 사자새끼,

  아들아, 너야말로 짐승을 덮여 뜯어 먹고는

  배를 깔고 엎드린 수사자라 할까?

  왕위 지팡이가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지휘봉이 다리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리라.

  참으로 그 자리를 차지할 분이 와서

  만백성이 그에게 순종하게 되리라.

  포도나무에 나귀를 예사로 매어 놓고

  고급 포도나무에 새끼 나귀를 예사로 매어 두리라.

  포도주로 옷을 빨고

  포도의 붉은 즙으로 겉옷까지 빨리라.

  눈은 포도주로 상기되고

  이는 우유로 희어지리라.

 

  즈불룬은 바닷가에 살며,

  배가 쉬는 항구가 되고

  그의 경계는 시돈에 이르리라.

 

  이싸갈은 힘센 나귀

  양 우리 사이에 엎드려 있으며

  쉬기 좋아하고

  제 고장 아름다운 줄만 알다가

  어깨를 디밀고 억지로 짐이나 지는 일꾼이 되었구나.

 

  단은 이스라엘 어느 지파 못지 않게

  제 백성을 다스리리라.

  단은 길가에 숨어 있는 뱀,

  오솔길에서 기다리고 있는 독사라,

  말발굽을 물어

  말탄 사람을 뒤러 떨어뜨린다.

 

  야훼여, 나 당신의 구원을 기다립니다,

 

  가드는 적군의 침입을 당하겠으나,

  그 침입자의 뒷통수를 치리라.

 

  아셀은 먹을 것이 넉넉하여,

  왕에게 진상하리라.

 

  납달리는 풀어 놓은 암사슴,

  아양떠는 소리 요란하구나.

 

  요셉은 열매가 주렁주렁한 가지,

  샘 가에 늘어진, 열매가 주렁주렁한 가지,

  담장 너머 뻗어 가는 가리라,

  사람들이 활을 쏘며 무섭게 다그쳐 몰려 왔다가

  활은 꺽어지고 팔마다 힘줄도 끊어 졌다.

  이것은 야곱의 강하신 이의 팔이 하신 일,

  이스라엘 목자의 이름으로 이룩된 일이다.

  너를 돕는 네 아비의 하느님께서 하신 일,

  너에게 복을 내리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하신 일이다.

  그 하느님께서 위로 하늘에서 내리시는 복,

  땅 속에 숨겨 두신 지하수의 복,

  젖가슴과 태에서 솟아나게 하시는 복,

  이삭과 꽃을 피우시는 복,

  태고적 산맥에서 흘러 내리서는 복,

  영원한 언덕에서 쏟아 내리시는 풍성한 복,

  이런 복을 요셉의 머리에,

  뭇 형제들 가운데서 뽑힌 요셉의 정수리에 내리시기를 비노라.

 

  베냐민은 약탈하는 늑대라,

  아침에는 그 움킨 것을 삼키고

  저녁에는 잡은 것을 나누어 먹는다.

 

야곱이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다

 

  이들이 모두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인데 그들의 아버지는 이렇게 그들 하나하나에게 알맞은 복을 빌어 주고는 분부하였다.

  "나는 이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나를 헷 사람 에브론의 밭에 있는 굴, 내 선조들 옆에 묻어 다오, 그 굴은 가나안 땅 마므레 앞 막벨라 밭에 있다. 그것은 아브라함께서 묘자리로 쓰려고 헷 사람 에브론에게서 밭재 사둔 것이다. 거기에는 아브라함과 사라 두 분이 묻혀 있고, 이사악과 리브가 두 분도 묻혀 있고, 나도 레아를 거기에다 묻었다. 그 밭과 거기에 있는 굴은 헷 사람들에게서 산 것이다."

  야곱은 이렇게 아들들에게 분부하고 나서 침상에 바로 누워 마지막 숨을 거두고 세상을 떠났다.

 

야곱의 장례

 

50 요셉은 아버지의 얼굴에 엎드려 울며 입을 맞추었다. 요셉은 자기의 시의들을 시켜 아버지의 몸을 썩지 않게 만들었다. 이렇게 썩지 않게 만드는 데 채워야 하는 날수 사십 일이 지났다. 에집트인들은 그를 생각하고 칠십 일 동안 곡을 했다.

  곡하는 날이 지나자 요셉은 파라오의 궁에 전갈을 보냈다. "여러분, 좋으시다면 파라오에게 이렇게 한 말씀 전해 주시오. ’제 아버지가 운명하시면서 당신께서 가나안 땅에 파 둔 무덤에 묻어 달라고 저에게 맹세를 시키셨읍니다. 그러니 제가 올라 가 제 아버지를 장사지내고 오게 허락해 주십시오." 파라오가 "그 분이 맹세 시킨대로 올라 가 선친을 장사지내도록 하오"하고 윤허를 내리자, 요셉은 아버지를 묻으러 올라 갔다. 파라오의 모든 신하와 그 궁에 있는 장로들과 에집트 전국에 널려 있는 모든 장로와 요셉의 온 집안과 그 형제들과 아버지의 집안도, 그들에게 딸린 아이들과 양과 소들만은 고센 땅에 남겨 둔 채, 모두 그를 따라 나섰다. 또 병거와 기병까지 그를 모셨다. 그것은 굉장한 행렬이었다. 그들은 요르단강 건너편에 있는 아닷의 타작 마당에서 그들이 곡하는 것을 보고 "에집트인들이 중대한 상사를 당했나 보다"하며 그 곳을 아벨미스라임이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 곳은 요르단강 건너편이다. 이렇게 야곱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명령대로 하였다. 아들들은 그의 시신은 가나안 땅으로 모셔다가 아브라함이 헷 사람 에브론에게 밭째 사서 묘자리로 삼은 마므레 앞 막벨라 밭에 있는 굴에 안장하였다. 요셉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같이 갔던 형제와 모든 사람과 함께 에집트로 돌아 왔다.

 

요셉의 너그러운 처사와 그의 최후

 

  요셉의 형들은 아버지가 돌아 가시자 "어쩌면 요셉은 우리가 미워 우리에게서 당한 온갖 억울함을 앙갚음할지도 모르겠다." 하면서 요셉 앞에 나가 빌었다. "아버지께서는 세상 떠나시기 전에 당신의 말씀을 요셉에게 전하라시면서 이렇게 분부하셨읍니다. ’형들이 악의로 한 일이건 어떻게 마음을 잘 못먹고 한 일이건 못할 짓을 한 것을 용서해 주어라. 네 아비를 돌보시던 하느님의 종들이 비록 악의에 찬 일을 했지만 용서해 주어라." 요셉은 이 말을 들으며 울었다. 형들도 울며 그 앞에 조아렸다. "이제 우리를 종으로 삼아 다오." "두려워하지들 마십시오. 내가 하느님 대신 벌이라도 내릴 듯 싶읍니까?" 하면서 요셉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에게 못할 짓을 꾸민 것은 틀림없이 형들이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도리어 그것을 좋게 꾸미시어 오늘날 이렇게 뭇 백성을 살리시지 않았읍니까? 그러니 이제 두려워하지들 마십시오, 내가 형 들과 형들의 어린것들을 돌봐 드리리라." 이렇게 위로하는 요셉의 말을 들으며 그들은 가슴이 터지는 듯 하였다.

  그 후 아버지의 집안과 함께 에집트에서 살다 보니 요셉의 나이 백 십세가 되었다. 그는 에브라임의 후손 삼 대를 보았다. 그리고 므나쎄의 아들 마길이 낳은 아이들도 자기 무릎에 받아 아들 항렬에 들였다,  

  요셉이 일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죽을 터이지만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너희를 찾아 오시어 이 땅에서 이끌어 내시고 아브라함과 이사악, 야곱에게 주시마고 맹세하신 땅으로 올라 가게 하실것이다,"

  다시 요셉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서약을 시켰다. "하느님께서 너희를 반드시 찾아 오실 것이다. 너희는 그 때 여기에서 내 뼈를 가지고 그리고 올라 가거라."

  요셉이 백 십 세에 죽자 사람들이 그를 썩지 않게 만들어 관에 넣어 에집트에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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