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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안중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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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원 [fullip] 쪽지 캡슐

2001-07-03 ㅣ No.1442

우리 이모는 서점을 한다.

그렇다고 대전 시내 중심가에 있는 몇 층 짜리 대형 서점은 아니고,

학교 앞에 있는 문제집 팔고, 참고서 팔고, 뽑기 있는 서점도 아니다.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대형 상가 - 음, 상가는 대형이구나. - 에

작은 가게를 얻어서 어린 애들이 보는 책들과 비디오 테잎을 판다.

 

 

어떤 종류든지 장사나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별의별 일들을 다 겪으면서 살겠지만,

유난히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그 교육열 과잉의 원인이 되는 주부들을 상대하다 보니

우리 이모도 참 웃지 못할 일들을 많이 경험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매일매일 말이다.

 

 

어느 날이었다.

아줌마 두 명이 가게에 들어왔다.

(여자들은 참 이상하다.

화장실에 갈 때도 꼭 둘이서 손 붙잡고 가고,

뭐 사러 갈 때도 혼자 가는 걸 꺼리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경우에는 한 명이 뭔가를 사러 들어오면,

다른 한 명은 값을 깎으려고 겐세이를 놓게 마련이다.

 

 

그 날 우리 이모네 가게에 들어온 아줌마 한 명은 책을 찾아보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냥 따라온 또 다른 아줌마 한 명은 그 책들에 대해서 꼬박꼬박 트집을 잡더란다.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 이모,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넘긴다.

그러나 겐세이 아줌마도 역시 우리나라 아줌마답게 겐세이로 꼬장을 부린다.

그렇게 한 명은 고르고, 다른 한 명은 트집 잡기를 30분 정도 했다고 한다.

급기야 우리 이모도 성질이 난다.

 

 

「어린이 위인전기 18권 안중근 의사」편을 들고 흥미있게 훑어보던 아줌마,

그리고 그 아줌마 옆에서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 트집을 잡던 겐세이 아줌마,

보다보다 못한 우리 이모, 참다참다 못 참는다.

 

 

""아니, 아줌마. 이 책 보신 적 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그러자 그 겐세이 아줌마가 대답한다.

 

 

""당연하죠. 제가 본 적이 있으니까 잘 아는 거 아니겠어요?

우리집 애가 이 책을 보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자기도 이 다음에 커서 의사 될꺼라고 하던데요?""

 

 

그 때 옆에서 책을 들고 서있던 아줌마가 묻는다.

 

 

""근데 안중근 의사는 무슨 과 의사여?""

 

 

우리의 호프, 겐세이 아줌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옛날 사람이니까 허준처럼 한의사지, 그럼 이 사람이 내과 의사겠어? 청진기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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