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퍼온글]안중근 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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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모는 서점을 한다. 그렇다고 대전 시내 중심가에 있는 몇 층 짜리 대형 서점은 아니고, 학교 앞에 있는 문제집 팔고, 참고서 팔고, 뽑기 있는 서점도 아니다.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대형 상가 - 음, 상가는 대형이구나. - 에 작은 가게를 얻어서 어린 애들이 보는 책들과 비디오 테잎을 판다.
어떤 종류든지 장사나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별의별 일들을 다 겪으면서 살겠지만, 유난히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그 교육열 과잉의 원인이 되는 주부들을 상대하다 보니 우리 이모도 참 웃지 못할 일들을 많이 경험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매일매일 말이다.
어느 날이었다. 아줌마 두 명이 가게에 들어왔다. (여자들은 참 이상하다. 화장실에 갈 때도 꼭 둘이서 손 붙잡고 가고, 뭐 사러 갈 때도 혼자 가는 걸 꺼리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경우에는 한 명이 뭔가를 사러 들어오면, 다른 한 명은 값을 깎으려고 겐세이를 놓게 마련이다.
그 날 우리 이모네 가게에 들어온 아줌마 한 명은 책을 찾아보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냥 따라온 또 다른 아줌마 한 명은 그 책들에 대해서 꼬박꼬박 트집을 잡더란다.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 이모,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넘긴다. 그러나 겐세이 아줌마도 역시 우리나라 아줌마답게 겐세이로 꼬장을 부린다. 그렇게 한 명은 고르고, 다른 한 명은 트집 잡기를 30분 정도 했다고 한다. 급기야 우리 이모도 성질이 난다.
「어린이 위인전기 18권 안중근 의사」편을 들고 흥미있게 훑어보던 아줌마, 그리고 그 아줌마 옆에서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 트집을 잡던 겐세이 아줌마, 보다보다 못한 우리 이모, 참다참다 못 참는다.
""아니, 아줌마. 이 책 보신 적 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그러자 그 겐세이 아줌마가 대답한다.
""당연하죠. 제가 본 적이 있으니까 잘 아는 거 아니겠어요? 우리집 애가 이 책을 보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자기도 이 다음에 커서 의사 될꺼라고 하던데요?""
그 때 옆에서 책을 들고 서있던 아줌마가 묻는다.
""근데 안중근 의사는 무슨 과 의사여?""
우리의 호프, 겐세이 아줌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옛날 사람이니까 허준처럼 한의사지, 그럼 이 사람이 내과 의사겠어? 청진기 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