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동성당 게시판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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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기 [jamesbae] 쪽지 캡슐

2001-02-23 ㅣ No.606

그토록 매섭던 추위가 엊그제 같은데....

그 추위 덕분에 우리집 보일러가 터져서 돈 좀 들었지만.

 

그렇던 추위가 어느새 봄 소식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요즘 부는 봄바람도 아니고 겨울 바람도 아닌 그 바람이

이제 봄 소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오늘 아침 기상 예보로는 오전에는 비, 오후에는 눈이니까

우산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이 또한 비가 틀림없다면 분명

봄비이리라.

 

언젠가 봄비를 흠뻑 맞으면서 하얗게 말랐던 잔디 사이로

파릇파릇 새 순이 돋아나는 오솔길을 혼자 저벅저벅 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는 온갖 세상 고민 나 혼자 다 할 때

였고, 꿈의 크기도 이상의 나래도 지금보다 몇 배나 컷던

그런 때이기도 하다.

 

아침에 먹었던 봄동 걷저리도 그렇고, 이제는 달래며 냉이가

밥상위에 봄을 알려 줄 것이다. 분명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온갖 식물들이 겨우내 참았던 생장 욕구를 분출할 것이고,

터지는 꽃망울 마다 우리의 어둡고 차갑던 눈길을 부드럽게

해 주리라. 꽃을 보고 화낼 사람이 없을 것이고, 꽃을 보면서

향기를 맡고 싶어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봄을 좋아한다.

 

나른한 봄 기운에 쏟아지는 잠과의 전쟁도 기대가 된다.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시골 들길에라도 가고 싶다.

여기 저기 농부들의 바쁜 몸놀림도 보일테고, 나물 캐는

처녀라도 있지 않겠나. 그런 시골길을 예전처럼 또 걷고

싶어지는 봄이 기다려 진다.

 

도시에서도 꼬마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계절

제각기 한 학년씩 진급하여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계절

볼이 빨개지는 여고생들의 재잘거림(경험에 의하면 지겨웠지만)

이 꽉차있는 교실....

새로운 커플을 어떻게 만들어 볼까 걱정아닌 걱정을

해보는 새내기 대학생들....

 

이 모두가 봄에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봄이 어서 왔으면 한다.

 

이제 우리 성당에도 새로운 식구가 늘어나는 봄일 것이고

주일학교 어린이들도 새로운 반친구를 만날 것이다.

주일학교 선생님들은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일 것인데

아무런 도움도 드리지 모하고 봄타령만 하고 있어 미안하다.

 

그래도 봄은 우리를 활기차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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