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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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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현 [paul] 쪽지 캡슐

2000-01-30 ㅣ No.385

일행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서자 깜짝 놀랐다.  몇 년 만의 더위니

뭐니부산을 떨 때였는데, 박대통령은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부지런

히 닦으며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일행을 맞은 후 국제

적 로비스트인 외국인이 연신 손등으로 땀을 훔치는 것을 보자 그제야

비서를 불러 에어컨을 켜도록 지시했다.

로비스트는 준비해 온 수표를 꺼냈다.

 -각하, 본사에서는 각하의 열정을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좀더 준비했으면 좋았겠지만 국제 관행에 따라 가져왔습니다.

  받아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박대통령은 수표를 쓰윽 훑어보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로비스트

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쳤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

어나 악수를 청해올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좀더 인간미 있는 대통령이

라면 어깨를 두드리고는 포옹을 해올 것이다. 이제껏 커미션 봉투를

손에 든 후진국의 모든 지도자들이 그랬듯이.......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한참이나 수표의 액면가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굳은 표정으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일행은 지나치게 오래 걸린

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박 대통령은 일행 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일행은 당황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재빨리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떠

오르는 게 없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일행에게 대통령의 무심한 목소리

가 다가왔다.

 -집어넣으시오. 대통령인 내가 국민들이 죽도록 일해서 모은 이 돈을

  어떻게 받을 수 있겠소? 나라를 지키자고 한 푼 두 푼 아낀 돈인데

  말이오.

  수표는 집어넣으시오. 대신 이 돈만큼 무기를 더 주시오.

  일행은 감동했다. 이런 일은 무기 거래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기 거래 대금이라면 모두가 눈이 벌개져서 달려들었지만 박정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일행은 이 옹골찬 모습의 지도자를 보면

서 한국의 미래는 보장받을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내 그렇잖아도 무기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소. 여기 나와 있는 주한

미군 장성들 중에도 군수업체 하수인 노릇을 하는 작자들이 있질 않

나, 큰 거 팔아먹을 때는 국방장관이란 자가 노상 날아오질않나......

정작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주지도 않고, 심지어는 자기네 나라에서

단종된 것까지 팔아 먹지만 안 산다고 할 수도 없으니 우리 민족이 참

으로 가련하오. 더욱이 커미션이다 뭐다 해서 엽전이니 양코배기니 잔

뜩 붙어서 뜯어먹으니,이래 가지고 우리 조국에 미래가 있겠소? 당신

은 사람이 정직해 보이는데,본국에 돌아가면 이 커미션 대신 무기를

더 달라고 하시오. 이익금까지 빼면 액면가보다는 더 많은 액수의 무

기가 돌아올 수 있을 거요.

 -각하, 저는 진심으로 감격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후 무기 공급자는 그 커미션 액수의 두 배에 해당하는 무기를 보

내 주었다.

 

                                -김진명 소설 "한반도"중에서...-

 

오랜만에 독서 삼매경에 빠지게 해 준 책이었다.

출퇴근길 버스에서 졸며 의미없이 보내던 시간들을 한순간 바꾸어준 책.

김진명님의 "한반도"라는 소설은 한국 근대사의 순간에 자리하고 있던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바라보던 가난한 나라의 지도자의 고독과도 같은

나라 사랑과 결국 그 한없는 나라 사랑의 마음때문에 심복의 손에 죽어가는

모습, 또 그 죽음이 역사의 한 장에 비밀로 뭍혀가는 이야기들을 소설적

관점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에게 영원한 우방은 없고, 또 영원한 적도 없다라는 말은 이제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아니 결코 생각나지도 않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이제

다시 한번 이 말들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대국의 이권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또 무시 당하며 살아왔던 지난 우리

아버지 세대에게 우리가 보답하는 길은 아마도 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 한권에 굉장한 의미 부여를 하는것 같지만, 그래도 반성할 점은

반성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런 두서없는 글을 올린다.

 

테크노에 열광하고 타이타닉에 마음 아파하며 토이스토리에 즐거워 했던

우리 젊은 시간의 의식이 용가리, 쉬리, 서편제에게는 어쩌면 정말 유치함의

극치를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우리것에서도 멋스러움과 우리것의 소중함을 함께 느끼는데

우리 젊은이가 먼저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JFK의 죽음에 앞서 박정희라는 한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통치하던

우리의 현직 대통령이었던 사람에 대한 죽음의 의혹에 먼저 접근하고자 하는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혁명가요, 독재자 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쌓아

올린 조국 근대화의 업적을 무시하는 행동이나 말들은 우리를 한없이 약한 나라

국민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것을

먼저 주장 할 수 있는 아니 적어도 타의에 의해 숨겨져 있던 과거의 진실을 찾는데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때 진정한 강한나라가 되는것이라 생각한다.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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