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인쇄

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10-21 ㅣ No.2414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주일. 2002. 10. 20)

                                                 제1독서 : 이사 2, 1 ∼ 5

                                                 제2독서 : 로마 10, 9 ∼ 18

                                                 복   음 : 마태 28, 16 ∼ 2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시간입니다.  주변의 산들이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고, 하늘은 청명함 그 자체로 우리에게 깨끗하게 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더욱이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하면서도 따뜻함을 지니고 있어서 힘들면서도 기쁘게 살아가려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인 전옥주 가타리나 님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어서 옮겨 봅니다.  "한 화가가 절친한 친구인 유명 배우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 화가의 그림 그리기 솜씨는 그 실력을 따라갈 만한 인재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실력가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화가가 아무리 친구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 해도 그 친구(배우)의 참 모습을 화폭에 담을 수가 없어서 무척이나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고뇌하던 화가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화를 왈칵 내며 친구를 향해 '자네는 어떤 인물의 흉내도 잘 내었지. 도대체 자네의 진짜 얼굴이 어떤 건지 보여지지 않으니 자네의 초상화를 그릴 수가 없네…'라고 말했습니다.

  이 화가의 외침은 어쩌면 때와 장소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순수하지 못한 오늘날 우리들의 실상을 탓하는 것도 같아 한 번 묵상해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나 온당치 못한 일을 저지르게 되면, 곧잘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돌려 자신의 잘못과 부끄러움을 감추려하기도 합니다.  자기 행실의 부끄러움 때문에 작은 손으로라도 얼굴을 감싸며 숨고 싶어한다면, 그 모습은 차라리 아름답게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하여 도리어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시키려고 아우성치는 행태를 자주 보게 되어, 너무나 혼란스러워 가끔은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전교 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라고 하신 이 말씀에 따라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예수님께서는 "내가 세상 끝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항상 함께 있겠다고 하시는 이 말씀은 전교하기 위해 나서는 우리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2독서에서 로마인들에게 "예수는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또 하느님께서 예수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다는 것을 마음으로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러나 믿지 않는 분의 이름을 어떻게 부를 수 있겠습니까?  또 들어 보지도 못한 분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말씀을 전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들어야 믿을 수 있고 그리스도를 전하는 말씀이 있어야 들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전교를 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하느님의 말씀보다는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전교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길에서 "예수를 믿으시고 예수를 믿으면 천국을 가지만, 믿지 않으면 지옥을 갑니다."라고 외치는 이들의 소리처럼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전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전교는 하느님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집안에서 매일 지지고 볶고 싸우는데, 이웃이 그것을 다 아는데, 밖에 나가서 "성당에 다니시죠."라고 한들 되겠습니까?  회사에서 매일 농땡이나 치고 잔머리 굴려 가며 자기 주머니나 채우려고 하고, 불의와 부정을 보면서도 눈감아 버리고, 술만 먹으면 개망나니가 되는 사람이 다른 이들보고 '성당에 나가자.'라고 한들 되겠습니까?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고, 왕따 시키고, 돈이나 빼앗고, 때리고, 힘 자랑이나 하는 학생이 다른 학생보고 '성당에 나가자'라고 한들 되겠습니까?  하느님의 진리, 하느님의 정의, 하느님의 자비,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말없이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고 아름다운 전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쉽게 전교 할 수 있습니다.  위선의 가면을 쓰고 전교 한다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선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하느님의 말씀과 행적을 따라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전교일 것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의 올바른 삶과 사랑하는 삶으로 전교 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1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