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작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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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아 [cya] 쪽지 캡슐

1999-09-20 ㅣ No.1321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게 하소서 그리움으로 가슴 아프다면 그 아픔마저 행복하다 생각하게 하소서 그리워할 누가 없는 사람은 아플 가슴마저도 없나니 아파도 나만 아파하게 하소서 둘이 느끼는 것보다 몇 배 더하더라도 부디 나 한 사람만 아파하게 하소서 간구하노니 이별하고 아파하는 이 모든 것 그냥 한번 해보는 연습이게 하소서 다시 만나 더욱 사랑할 수 있게 하는 다시는 헤어져 있지 않게 하기 위한 그런 연습이게 하소서 진작부터 비는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걸어야 내 그리움의 끝에 닿을 것인지 걸어서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밤새도록이라도 걷겠지만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다 버리고 나는 마냥 걷기만 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도 그냥 건성으로 지나치고 정처없이 밤길을 걷기만 했습니다.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다지만 짧은 이별일지라도 나는 못내 서럽습니다. 내 주머니 속에 만지작거리고 있는 토큰 하나, 이미 버스는 끊기고 돌아갈 길 멉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걸어서 그대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대의 마음으로 갈 수 있는 토큰 하나를 구할 수 있다면 나는 내 부르튼 발은 상관도 없을 겁니다. 문득 눈물처럼 떨어지는 빗방울, 그때서야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아아 난 모르고 있었습니다. 내 온 몸이 폭싹 젖은 걸로 보아 진작부터 비는 내리고 있었습니다. 나무가 미련없이 잎을 버리듯 더 자유스럽게, 더 홀가분 하게 그리고 더 자연스럽게 살고 싶습니다. 하나의 높은 산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낮은 언덕도 넘어야 하고, 하나의 큰 바다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작은 강도 건너야 함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삶의 깊 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찮고 짜증스럽기조차 한 일상의 일 들을 최선의 노력으로 견디어 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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