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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시(고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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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가락으로 쓰는 편지
- 고정희 -
무정한 이여, 하고 소리쳐 부르면 앞산이 그 소리 삼켜 버리고
정말 무정한 이여, 하고 소리쳐 부르면 뒷산이 그 소리 삼켜
버리고 다시 무정한 이여, 하고 먼 산 향하여 토악질 하면
안산에 주룩비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일시에 안산을 적시는 주룩비, 과천을 적시고 군포를 적시고
포일리를 적시는 주룩비, 끝내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주룩비
내 생의 목마름 조금 적실 수도 있으련만, 아아 주룩비,
잠들지 못하는 것들 품어 함께 노래할 수도 있으련만,
외로움의 우산 밖으로 밖으로 미끄러져내려 빠르게 떠나가는
물줄기는 꼭 당신 뒷모습 같아 나는 서러움에 목이 메이고
어디선가 소쩍새 우는 소리로 사랑의 축대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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