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2동성당 게시판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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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미 [lusia0502] 쪽지 캡슐

2001-01-05 ㅣ No.4076

[ 황산테러 6살 태완이, 49일간의 아름다운시간 7]

 

아이가 깜깜하다고 한다.

아이에게 무슨말을 할까.

엄마는 더이상 끄낼 말이 없다.

그 날 아침의 일 ,아이의 기억을 꺼집어 낸다....

 

골목에서 본 사람이 있었던가? 혀 짮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한 남자를 보았다고 한다.

내 귀가 의심스럽고 가슴이 떨린다.

 

사고가난 그 아침 그 시간 그 골목에서....

그 현장, 그 곳에서....... 그를 보았단다.

아니길 바랬다.

아이의 대답에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응, 응한다 .

 

모질고 독한 엄마는 ,아이의 말을 녹음을 해 나간다.

 

VCR로 녹화도 하고 중요한 부분에선 녹음기도 가져다 댔다.

치료하는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이의 상처는 두 눈을 앗아가기 위해 고개가 뒤로 젖혀진 상태로

약품이 부어 진 듯

 

머리 뒤로 약품이 흘러 내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담당 과장님은 입안으로 이만큼 약품이 들어 갈 수는 없노라 하셨다.

약품이 입에 닿으면 입을 다물게 된다고 하신다.

하지만 아이의 입안은 약품으로 온전히 녹아 있다.

 

아이는 눈과 입에 집중적으로 약품이 가해진 것 같다.

 

누군가 고개를 뒤로 젖힌 체 약품을 부운 것이다.

 

왜 눈과 입의 상처가 더 심해야만 했을까?

왜 아이의 눈과 입을 ....

엄마는 찍고 또 녹음한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독한 엄마가 있을까?

세상에 이보다 더한 벌을 받을 수 있나?

두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엄마, 위에서(사고를 당한 곳은 골목 윗 부분) 뜨거웠을 때......,

억수로 큰 전봇대하고 작은 전봇대 있는데서...... ".

그 남자는 언제나 아이의 이야기 속에 있다.

아이는 그가 부었노라 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나기 직전

그를 보았다 한다

아이가 본 그는 왜  거기 있었을까?

그는 그 날 아침 그곳에 간 적이 없다고 한다.

아이는 그날 아침 왜 그곳에서 봤다고 할까.

내 아이가 틀렸을까?

그 날의 일을 너무나 상세히 기억하고 얘기하는데...... .

일곱번째

 

[ 황산테러 6살 태완이, 49일간의 아름다운시간 8]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으르르 잠이 드음 니다.

 

치료에 고통 스러워 하고 상처에 아파해 하면 엄마는 아이의

귀에가 대고 이 노래를 조용히 부름니다.

아이는 듣기를 가만히 하고 있다, 이내 숨소리가 고르게 대곤 합니다.

 

깨어있는 시간 보다 잠들어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는 아일 불러본다.

"태완아 ,태완아" 아이가 꼼짝을 않는다.

혹시나 하는 두려움으로.

가볍게 흔드니, 아이가 움찔 한다.

긴 한숨이 입에서 새어 나온다.

 

매일 같이 새로운 음식을 찾는다. 많은 돈도 들지 않는 ....

엄마랑 시장 갈 때 먹은 만두, 이모가 만들어준 김치 부침,

우리엉아랑 아빠랑 놀러 갈 때 먹은 뼈 있는 고기,

국수, 통닭, 라면, 냉면. 생생우동,.....

어쩌다 구해오면 아이는 작게 오무려 진 입 사이로 ,병아리 모이만큼도 못되는 양에

입맛을 잊은 듯 맛이 없다한다. 나중에 집에 가서 엉아랑 먹는단다.

그 날이 언제 일까.우리 엉아랑 통닭 먹던 그 날이 언제 올까

아이가 먹고 싶은 건 그 음식일까 ,

아님 엄마처럼 돌리고 싶은 예전,

그 날에 대한 목마른 그리움일까 .....

 

갑자기 아이 얼굴이 생각나질 않는다.

아무리 떠올려도 ,떠올려도... 붕대 밑에 감춰진 그 아픈 모습만이 자꾸만 자꾸만....

아이와 아빠를 두고 미친 듯 집으로 달렸다. 아일 보기 위해...

앨범 속에서 아이 사진을 찾았다. 낯선 아이가 엄말 보고 웃고 있다.

몇장의 사진을 챙겨,

큰아이가 학교서 돌아오기 전에 얼른 집을 나섰다.

큰아이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뭐라 말해야 하나, 동생에 대해 물으면 대답을 어떻게 하나....

 

병원에 돌아와 큰애랑 통화를 했다.

’엄마 언제 오는데.’

 

’태완이 언제 다 나을 수 있는데.’

 

’엄마 우리 친구가 신문에서 태완이 나왔다 카더라’

 

엄마도 ,우리 형아도 긴 할말을 할 수가 없다.

 

원래 말수가 적었던 큰애는 더 이상 말이 없다

또 무슨 말을 더 들은 겔까

 

’태우야 괜찮아 조금 있으면 태완이 다 나을 수 있어

그 때 까지만 우리 태우가

좀 참고 기다려, 엄마랑 아빠랑 태완이 다 나으면 갈게’

..........

’태우 방학하면 태완이 한테 데려다 줄게,

태우 태완이 보고 싶지?.

우리 태완이도 형아야 보고 싶어해 ,그래도 잘 참고 있잖아.

태우야 ,조금만 참아.’

울먹이는 태우가, ’응 ’ 하고 대답한다.

 

학교 다니는 아이의 눈과 귀를 막을 수는 없나 보다.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 큰애가 받을 충격을 감추고 싶다.

어떻 하나, 어떻 하나.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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