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2동성당 게시판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12.13

인쇄

반수미 [lusia0502] 쪽지 캡슐

2001-01-10 ㅣ No.4110

[ 황산테러 6살 태완이,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 12 ]

 

아이의 치료 시간이다.

온 몸에 떨어져 나간 각질의 밑 피부는 붉은 빛이다.

각막이 떨어져 나간 두 눈의 모습은....

 

얼굴 치료 과정을 볼 수가 없다.

 

눈을 감았다. 아이의 치료과정을 피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

...................

언제부턴가 눈이 따갑다고 해, 안약을 치료 중에 넣었다

엄마는 아이 눈을 바라보며 안약을 넣었다.

그건 눈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 하나라도 기억에 남기고 싶다. 어떤 모습이든....

의사 분들은 그 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하신다.

감각이 없다는 말씀이리라...

엄마는 아무래도 좋았다.

내 가슴의 고통이 크면 클수록, 아이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들어 질 수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지금,

 

엄마는 아이의 얼굴을 피하고 있다.

 

엄마의 가슴으로 아이의 상처를 치료하고 싶었지만......

아이가 이런 엄마의 모습을 안다면...

 

아이는 그렇게 또 하루의 날을 보내고,

또 하루의 날을 맞이한다.

 

열이 40도 5부를 오르내리고..

 

구토와 설사가 더해지면 서 그 작았던

음식의 양도 거부 해 버린다.

 

배가 아프다고 한다.

두 손을 맞비벼 아이 배에 가져다 대지만,

붕대 밑의 배에는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다.

견디기 힘든가 보다.

엄마는 아이의 고통을 가질 수 없음에 더 한 고통이 가해진다.

잠 속에 빠져드는 시간들이 길어지고,

 

아이는 치료 시간에 내던 유일한 거부의 몸짓도 기력이 다해 작아진다.

모든 걸 마음 데로 하라는 ....

체념의....

 

하루는 아이가 이렇게 묻는다.

’누가 나를 이 병원에 데려 왔냐’고...

너무 아프게 해서 다시는 이 병원에 오지 않겠단다...

이 병원은 너무 깜깜하고 ,

검사를 많이 해서 싫다고 한다.

..............

그래도 아이는 치료를 잘 받아 주었다.

 

화상치료는 어른들도 견뎌내기 힘이 든단다.

진통제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약을 투여 할 수는 없다고 하셨다.

나중 에 상처로 인해 감염되는 병균들에 대한 저항이 줄어들면,

회복이 늦다고 하신다.

 

아이가 어떻게 견딜까?

어떻게 저 치료를 받아내고 있을까...

 

엄마는 치료 시간만 되면 눈물 한소끔 씩 쏟아낸다.

울면 안 된다고.. 아이에게 미안해서 ...

 

아이에게 부끄러워서 울지 말자고 다짐해도...

쏟아지는 눈물은 걷잡을 수 없는 아이의 상태처럼 마음과 같지 않다.

 

폐혈증....., 그 균들이 보이기 시작 한 단다.

균들이 보이기 시작해, 항생제를 바꾼다고 하신다.

 

설사와 구토는 항생제에 대한 거부를 일으켜서 일어나는 부작용이란다.

그래서 약을 바꿔야 하고,

또 그 약에 대한 부작용이 일어나면 또 다른 약을 바꿔야 하고....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에 쓰이는 항생제를 다 쓰고...

그 다음엔....

 

엄마는 아이에게 말했다.

’우리 태완이 잘 이겨 낼 거야, 태완이 잘 견뎌 줬잖아.

태완아, 조금만 참아.’

 

’정신력이 대단한 아입니다. 지금껏 버틴 것 도...’

모두들 장하다고 하신다...

............

어느 날 아이는 엄마를 불러 얘기한다.

’이사를 가지 않겠다’고

아이 아빠와 하는 ’퇴원하면 시골 가서 살자’는 얘길 들었는지,

이사하면 너무 좋아하는 3층 이모를 보지 못하니까....,

이모가 없어서 이사 안가겠단다.

아이의 이모는

 

엄마보다도, 형아 보다도 아이가 2등으로 좋아하는 ,

아빠다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사를 가게 되면 그 이모랑 헤어져야 하니까 이사 가면 안 된단다.

 

지금 우리 가족은 아이를 잃어버린 그 집에서

그냥 머무르고 지내고 있다.

사람들은 이사 가면 좀 덜 하지 않겠냐 고 하지만 .....

 

 

[ 황산테러 6살 태완이,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 13 ]

 

아이가 사고를 당하고 한달이 지날 무렵...

각 방송사에서 모두들 다녀가신다.

침묵의 병실이 부산하다.

모 방송사 기자분의 난데없는 질문에

’뭐 말이야’ 한다.

아이를 달래 좋은 아저씨니까, 괜찮다고 하지만 불안한 아이의 모습은 지울 수 없다.

사고 직후 아이의 모습이 신문, 방송에 많이 나갔다.

하지만 엄마는 어느 것 하나 접하지 않았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꿈결인 듯....

모 방송국 기자 분- 그 사람 잡아서 혼내줄까’

아이는 ’누구 말이야’

-’응 태완이 다치게, 아니 아프게 한 사람...’

첨엔 대답 않든 아이가

’혼내 줘, 잡아서 열 방 때려 줘’한다’

방송들이 연일 이어지고,

곳 곳에서 격려의 편지와 전화들이 온다.

엄마는 당황 스럽다. 낯선 사람에게서 전 해지는 따뜻한 위로가 .

첨 사고가 나고 긴 시간 동안 외로웠었다.

세상이라는 현실이 두렵다.

분명 아이 잘못으로 당한 사고는 아닐 진데...

부모를 잘못 만난 아이가 저렇게 있는데......

엄마는 전화선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위로의 말에 그저,

’네’ ’네’ 한다.

........

아이가 저렇게 있는데...

한없이 땅속으로 빠져 드는 기분이든다.

서울에 있는 한 여자분의 전화가 계속 온다.

어느듯 그분의 전화가 기다려 지고...

아이는 친숙하게 통화하는 소릴 듣고 ’엄마 ,누구야’ 묻는다.

’으응,서울에 있는 이모얀데...,태완이 모르는 이모야,

근데 태완이 아파서 걱정 돼서 전화하는 거야, 태완이 빨리 나으라고.’

’응 알겠다 엄마.’

어느날 그 서울의 얼굴 모르는 이모야가 소포를 부쳐왔다.

곰인형에... 태완이가 갖고 싶어하던 지갑에....

도날드가 달린 부채...

...........

...............

편지와 함께 아이에게 보여준다.

아니 만지게 해준다.

주먹만한 곰인형의 배를 누르면 노래가 나온다.

아이의 손 끝에 그 인형을 대어주니 슬그머니 뺀다.

엄마는 ’형아야, 많이 아프나 -태완아 인형이 묻네’

그 소릴 듣는 아이의 보일 듯 말 듯한 입이 씨======익 한다.

쬐끄막히 나온입이.....

아이의 손을 잡고

’태완아-,

이건 코

이건 입

어머 곰돌이가 옷 입었네...

그리고 이건...(가슴이 터질 듯 하다)

태완아 곰돌이 눈...

..............

.............

태완아 곰돌이가 옷 입었네. 윗도리도 입고, 바지도 입고, 바지에 멜방도 했네.

아이가 슬그머니 곰 인형을 만지작거린다, 손끝으로....

그 작은 곰을 한 손에 꼭 쥘수가 없어 두 손의 끝으로 맞잡아 쥔다.

손끝으로 아이는 곰을 자꾸만 만지작거린다.

힘 든 치료와 시간별로 이어지는 검사에 아이는 잔득 움추려 있다.

간호사분들과 긴 바늘로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을 찔러 혈액을 채취하는

선생님들의 발소리가 들리라 치면 아이는 민감하고 짜증난 소리로

’나가라 해’ 한다 .얼마나 두려울까?

보이지 않는 세상의 두려움..

엄마는 그 말을 들어 줄 수가 없다.

아이가 그렇게 무서워하는 검사임에도 ...

검사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매 시간 마다 해야하는 혈액 채취...

줄여달라고 눈물로 부탁드린다, 엄마가...

폐혈증 검사라나? 아침저녁으로 그 검사는 끊임이 없다.

정맥과 동맥의 검사가 다르다는 것...

엄마도 그 시간이 너무도 싫다.

긴 바늘이 아이 몸 속을 들어가는 것만 봐도 소름이 돋는데...

그 아픔을 아인 어떻게 견딜까. 깊 숙한 곳의 혈관을 찾지 못하면

바늘이 이리 저리 아이 몸속에서 헤집고 다니고...,

자지러 진 듯한 아이의 비명이 나온다.

참다 못한 아빠는 검사를 하지 말라고 의료진들께 강한 반감을 표한다.

엄마는 어쩔줄 모른다.

가만히 있는엄마를 아이는 아는지,

화난 아빠를 달래려,

아이는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오늘은 이제 한번만 검사하면 되나’.

엄마는 아이의 대견스러움에 목이 메인다

 



3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