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이제는 그리움 저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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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완 [raph] 쪽지 캡슐

2000-03-12 ㅣ No.559

누군가가 젖비린내 내음을 가진 친구가 그립다고 말을 한다.

순수한 친구! 아마 사회에서 만난 친구보다는 학창시절의 친구중에서나 찾을 수 있는 친구.

방밖에 가득찬 봄을 바라보며 나도 보고픈 친구들을 생각해 봤다.

 

조그만 노래책을 들고 다니며 항상 즐겨 노래부르던 중학교 친구는 나에게 우리 가곡뿐만 아니라 외국 가곡까지도 알 수 있게 하였고 그래서 난 지금도 외우고 부르줄 아는 노래가 가곡밖에 없단다. 고등학교를 시험보고 들어가던 시절이어서 1년을 재수를 하게된 그 친구는 그이후 만날수 없게 되었지만 지금도 노래를 흥얼거리면 난 그 친구가 보고싶다. 지금의 제기동 미도파백화점 자리가 성동역이었을 때 우리는 철로길에서도 놀았다. 철길에 대못을 놓고 기차가 지나가면 뛰어가 납작해진 못을 보며 좋아했고 늦동이 막내아들이었던 친구의 집에가서 귀여움도 받았는데 이 봄날 그 친구는 무얼하고 있을까. 난 아직도 옛날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는데 어찌 변했을까?

 

 초등학교 2학년때 아무도 성당에 다니지않는 우리 집에서 난 벌써 오래동안 영세도 받지 않은채 성당을 다니고 있었지. 그때 추운 겨울날 새벽 미사를 가자고 친구집에 가서 난 그 친구를 깨웠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친구의 이불속에 들어가 누웠던 기억이 난다. 6학년까지 같이 놀았는데 이사를 가는통에 헤어졌던 친구. 그 친구의 어머니와 형과 동생까지 모두 그리움의 저편에서 오늘 나를 부른다. 엄종석 다미아노. 내 신앙생활의 뿌리에 그 친구가 있다.

다시 만날 수 없다 하여도 난 언제나 그가 그립다.

 

군대 생활 3년을 마치고도 우리는 못내 아쉬워 늘상 만나 술마시고 담배피고 떠들고 하였다.

하지만 혼자 고고한척하던 나는 술만 마시면 멍멍이 같아지는 그 아이들이 싫어 (그때는 81년도경으로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장난치고, 동네방네 다들으라고 소리지르고) 연락을 끊었었다. 지금도 그들은 잘들 만나고 있으리라. 지금 40대중반으로 들어오면서 그들이 보고싶다. 이제 점잖아졌겠지? 군대생활의 그 많은 정경이 지금 살아서 온몸으로 일어나고 있단말이다. 그리움과 버무러져서----

 

그리움 저편에 아직도 꼭꼭 숨어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가 하나 있으니 내 아내가 무서버

아마 그러나보다. 나보기가 싫어 숨어 있을라면 그러던가 말던가.  하지만 레스또랑이 뭐고

다방(그때는 커피숖이란 것이 없었지)이 뭔지 가르쳐준 그 아이가 이제 조금은 보고플 때도 있다. 시집간지가 20년이 넘었다지 아마.

 

그래 봄이다. 괜시리 실없어지는 계절,  하늘 가득 구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조각도 하는 봄!!!

오늘 가슴가득 봄을 마시고 있다. 난 지금 봄에 취하는 중이다.

진달래!!!!

: 진정

: 달콤한

: 내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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