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이문근신부님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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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1-09-21 ㅣ No.3078

[엔젤사랑]의 이번주  성가연습 뒤의 기도시간에는  한국성음악의 개척자 이문근신부님을 위한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이문근신부님께서는 1980년 어제, 9월20일 62세로  선종하셨습니다. 명동성당에서 있은 신부님의 영결미사에 참석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당시 우리는 신부님이 본당을 맡으셨던  양재동성당에 나갔는데 돌아가시기 바로 전해의 마지막 성탄미사를 잊을수가 없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많은 신자들에게 성체를 영해주시느라 너무 지치셨지요 (당시에는 요즘같은 평신도 성체분배자도 없을때였지요). 노인이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평소  약간의 알코홀릭 증세를 보이시긴 하셨는데,  평생의 예술의 동지인 시인 최민순신부님이 돌아가신후 부쩍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신 것 같았습니다.이 신부님은 성체를 영해 주시다가 결국  의자에서 잠시 쉬셔야했고  당신을 염려하는 신자들의 눈빛을 알아차리시고  "걱정마,나  더 살 수 있어..." 이렇게 큰소리치셨지만  얼마후 본당을 떠나 신학교에 가셨다가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받았습니다.  

 

저는 또 신부님의 특별한 모습을 기억합니다. 우리 고등학교의 교내  합창경연대회때는 심사위원으로 참석해주셨고, 양재동 시절   내가  성체 모시러 나가면 우리둘째 아이가 아장 아장  따라나가서 저도 손 내밀고 서있는데 이 아이는  신부님이 성체를 안주면 앙!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지요. 이때 신부님께서는 "너도 이다음에 크면  많이 줄께 ..." 약속 하셨지요.

 

 얼마전 김수환추기경 팔순 축하미사때 이문근신부님이 작곡하신(1969) 추기경서임 축가 합창곡을 들으니 추기경을 처음 모시는 당시 한국교회의 기쁨과 희망을 표현한 곡이 너무나 힘차고 아름다와  역시 신부님은  훌륭한 교회음악 작곡가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의 사후로  훌륭한 성음악의 전통을 이어갈 인재들이 쉽게 나오지않는 우리의 척박한 현실이 안타까왔습니다.  

한국 성음악의 텃밭을 일구신  신부님을 기억하며 그분의 열정을 이을 후계자들이 많이  나오길 전례음악에 관심갖는 우리모두 기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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