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정이 넘치는 세상 그런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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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온화 [onwha] 쪽지 캡슐

2001-09-21 ㅣ No.3081

- 정이 넘치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라 -

 

오늘도 어김없이 5시 반 새벽산엘 올랐다.

많이 추웠다. 내일은 잠바를 걸쳐야겠다.

등산객 수도 줄었고, 어둠은 한참 뒤에야 가셨다.

 

오늘은 자주 오르던 도봉산의

능선사, 구봉사, 성불사, 천진사로의 방향을 바꾸어

불교의 수신사라고 하는 천축사까지 단숨에 뛰어 올라 갔다 왔다.

산 사이 큰 나무와 큰 나무를 연결한 곳엔

"1300여년에 빛나는 찬란한 문화의 숨결’ 이라고

’일요일은 무료공양’이라고 자비자애의 플랭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렇다!

세상 인심 다 야박해도

절에선 무료로 공양을 할 수 있게 하는구나!

역시 다르구나!

암, 다르고 말고......

 

그런데

절 근처 ’해후소’ 라고 한자로 씌어 있는 곳에

’출입금지’ 라 쓴 빨간 페인트글씨가 눈에 띄는 순간

정이 뚝 떨어져 버리는 솔직함을 어쩔 수 없었다.  

 

이 절을 찾거나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산을 좋아하거나 산처럼 마음이 넓은 사람일텐데

온갖 가슴들을 쓸어내리다 참지 못하고 내뱉는

그 고통의 배설물 쯤을 자비자애한 절에서조차

받아주지 못하다니.......

 

마음이 씁쓸하고 못내 가슴이 저렸다.

 

그래도

짙푸른 하늘엔 조각배 구름 동동

춤추는 나무들 위론 산들산들 갈바람 한없이 따라가고

학교 길가엔 지금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절에선

사람들에게선

어디에서건

이젠

정을 느낄 수 없는 걸까?

 

-- 2001년 9월 18일 새벽산길에서

박온화 루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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