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스산한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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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 [agnes0115] 쪽지 캡슐

1998-10-31 ㅣ No.12

지금 어린이 미사 중이에요.

 

바람에 흔들리며 마른 잎들이 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봅니다.

그런데, 저는 춥다고 느껴지는데, 그래도 밖에는 농구를 하겠다고 이리저리 바구니 높이를 맞추고 있는 학생들이 보이네요. 미사시간이라 농구는 못하고 준비만 해요. 미사중에는 농구를 금하고 있거든요.

 

저희 성당 대문을 들어오면 건물 1층 정면에 사무실이 있고 그 위로 올라가면 성당이에요.

마당에 농구대가 하나 있는데, 재작년 여름 청년들이 일일 찻집(?)을 해서 모은 돈으로 늘씬한 농구대를 하나 사왔거든요.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든지...

 

마땅히 놀 곳이 없는 동네 아이들도 와서 농구를 해요. 꼭 저희 성당 어린이, 학생, 청년들을 위해 설치된 것은 아니거든요. 학교 끝나면 농구공 하나 들고와서 성당입구 계단에 가방을 죽 늘어놓고 쌀쌀한 날씨에도 웃옷이 흠뻑 젖도록 운동을 해요.

 

공 튀기는 소리가 퍼지지 않고 울려 사무실로 그 소리가 다 들어와 여름에는 고욕이에요. 지금은 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좀 나아요. 그래도, 삼삼오오 모여 즐거워하며 건강하게 웃는 얼굴을 보면 흐믓해요. 그래서 흐리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 이 토요일 오후가 그리 쓸쓸하지만은 않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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