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하루 하루 엄마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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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6-05-08 ㅣ No.6647

 하루 하루 엄마가 달라집니다.

 

내 표정이 어두우면 같이 어두워지시던 엄마가,

내 표정이 슬퍼지면 같이 울적해 하시던 엄마가,

늦은밤, 잠 못 자면 함께 뒤척이시던 엄마가,

내가 괴로워하는 듯하면 안절 부절 못하시던 엄마가

달라졌습니다.

내 자리에, 내 곁에 계시질 않는 겁니다.

점점 내 자리, 내 곁에 계시질 않는 겁니다.

 

쉰을 바라보는 자식이고,

팔순을 갓 넘긴 엄마기에,

엊그제만 해도 함께 세월을 먹고사는구나 했던 엄마였는데,

이제

하루하루

엄마가 달라집니다.

 

나를 챙기는 것도 잊으시고

오히려

챙겨 줘야 먹고 걷는 아이처럼,

엄마는 하루 하루

거꾸로 어려집니다.

두 살 배기 아가처럼 어려져 버렸습니다.

두 살이면 세 살이 되고 네 살이 되는 '두살'이 아니라

두 살 다음엔 한 살이 되어 버리는 아가가 되었습니다.

 

엄마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두 살 다음에 한 살이 되면,

한 살 다음에... 영원히 엄마를 잃고 나면,

엄마라고 부르던 '엄마'소리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때부턴 왠지 '어머니'라고 부르게 될 것 같아

가슴이 저려집니다.

 

난, 쉰을 바라보지만,

엄마가 달라져도

그저 평생 '엄마'라고 부르는 게 좋은데,

영영 엄마를 잃고 나면

'엄마'소리도 잃을 것 같아

가슴이 저려 집니다.

 

엄마가 달라지면

어머니가 되는 건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려집니다.

 

* 위 시는 홍문택 신부님  시집에서 퍼온 시 입니다.*

 

오늘 어버이날, 팔순을 넘긴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의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며 신부님의 이 시가 가슴 저리게 와 닿습니다.  그리고 머잖아 나도 이런 어머니의 모습으로 살아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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