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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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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2-02-28 ㅣ No.8858

 

불어로 노숙이란 말은

<도르미르 알라벨레뚜왈dormir a la belle etoile>정도 일겁니다.

직역하면 "아름다운 별아래서 잠자다."란 말입니다.

우리말의 의미는 "하늘을 지붕삼아 땅을 침대삼아 돌베개로 잠자다."

라고 정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노숙자 특별보호대책을 내 놓았답니다.

요컨대 4박 5일간 3차례에 걸쳐 노숙자들을 300여명씩 지방으로 보낸답니다.

그리고 그 지방에서 목욕을 시켜주고 새옷도 입혀 준답니다.

그러고 나면 그들이 서울로 돌아와도 한동안 깨끗해질거란 발상입니다.

국제도시 서울의 위상이 노숙자들 때문에

이미지가 손상될까봐 내놓은 대책이랍니다.

 

아주 멋진 발상 아닙니까!

 

우리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잘 보여야 할 사람을 만나는 날이면

이옷 저옷 갈아입어보고 화장을하고

거울을 몇번씩 들여다보고는 치장을합니다.

 

평소에는 먼지 구덩이에 살다가도 손님을 초대하는 때면

물 청소까지해대며 난리를 피우는게 우리네 가정들입니다.

 

유명인사가 온다거나 높으신 분이 뜨는 날이면

평소엔 잘 안보이던 경찰들이 교통정리를 하며 차량을 통제합니다.

관리들이 독려하여 거리를 쓸고,

나올 사람 안나올 사람 구분해서 통제하고 조정합니다.

 

그 분칠한 미소에 누군가는 속아 줍니다.

그 깨긋이 정리된 분위기에 손님은 흡족해서 돌아갑니다.

그 잘 정비되고 굽신거리는 몸짓에

높으신 분네들은 흡족해서 제 세상이라도 만난양 거리를 질주하고

칙사대접을 받고 흡족해 하며

그 이면에 감추어진 약자들이 받는 통행의 불편이나 고통은 생각조차 못합니다.

 

거지이든 대통령이든 생명이 있는 존재들은

다같이 소중한 인격체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집이없고 가난해도 어떻게라도 입장권을 구입하면

그들도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며칠을 속이는 세상이 무섭습니다.

그런 가장된 모습에 속아서 사는 내가 참 어리석어 보입니다.

 

남들이 이름을 불러주고 박수쳐주는 분위기에 곧잘 속아서

우쭐하는 나의 모습들이 참 한심하게 부끄러워 집니다.

 

누구를 판단할 때 손님 맞을 준비를 갖춘

그 가장된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모습으로 판단하는 현명한 이성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때에 따라서만, 특정인을 만날때만 잘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늘 자신에게 충실하며,

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진솔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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