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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계시나요? - 전례상식(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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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apostle] 쪽지 캡슐

2000-02-22 ㅣ No.802

영성체 한 시간 전부터는 물도 못 마시나요?

 

 

’공복재(空腹齋)’란 ’공심재(空心齋)’라고도 하는데,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성체를 영하기 위해 성체를 모시기 일정 시간 전부터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초세기에는 공복재에 대해 지금과 같은 정해진 규정이

 

없었지만, 이미 3세기 초엽에 테르툴리아노 교부는 영성체하기 전 일정 시간

 

동안 어떤 음식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간접적으로 공복재 정신을

 

알려 주었습니다.

 

  본격적인 공복재 규정은 중세 후기에 나타나며, 1917년 <교회법전>에

 

이것을 제도화하여 영성체할 사람은 전날 자정부터 일체 음식이나 음료를

 

먹거나 마시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비오 12세가 1953년에 이 제도를 다소

 

완화시켜 병자를 위한 예외 규정을 두었고, 순수한 물은 언제든지 마실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1959년에 이 제도는 더욱더 완화되어 일반 음식

 

이나 술은 영성체 전 세 시간, 비알코올 음료는 한 시간 전까지 허용되었

 

습니다. 미사를 드리는 사제의 경우에는 공복재 시간을 미사 전부터 계산

 

하게 하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1964년 바오로 6세 교황에 와서는 세 시간

 

지키던 공복재 규정이 사제와 신자 모두 영성체 전 한 시간으로 줄어들었

 

습니다(물은 제외). 그리고 1973년에는 특정한 사람들, 즉 병자, 노약자,

 

간병인 등에게는 공복재 시간을 영성체 전 15분으로 더욱더 축약시켰고,

 

중환자의 경우에는 공복재를 면제시켰습니다.

 

  그러나 비록 오늘날 이렇게 공복재 시간이 단축되었다 해서 공복재의

 

기본 정신이 약화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하루냐, 세 시간이냐,

 

한 시간이냐 하는 시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을 내

 

안에 모시기 위해 합당한 준비를 하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교우들, 특히 젊은이들 중에는 공복재 시간에만 너무 집착하여

 

’우리 신부님은 강론을 오래 하시니까 지금 무엇을 먹어도 충분히 한

 

시간이 되겠지?’하고 공복재 규정 시간을 계산해 가면서 음식을 먹는 이도

 

간혹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바에는 편안하고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성체를 영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처럼 공복재를 지키는 정신보다 시간이라는 외적 규정에만 너무

 

얽매인다면 공복재를 지키는 의미가 퇴색됩니다. 공복재 시간 규정이

 

영성체 전 한 시간이라 하여 그 시간 전까지 술을 마시거나 폭식을 하고

 

성찬에 임한다면, 물론 규정 시간을 지켰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

 

으로 공복재를 잘 지켰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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