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피정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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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주 [hjlidwina] 쪽지 캡슐

2000-04-05 ㅣ No.1770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파견미사후 함께 창경궁에 해바라기 하러 가는 건데 전 노친네가 된 관계로 집에 와서 자고 말았습니다. 노친네니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한숨, 아니 여러숨 자고 일어나 이제사 맑은 정신으로 피정후기 를 대신 끄적이기로 했습니다. 지금 93년어느 유월 제친한 친구가 손수 녹음해서 준 테이프를 듣고 있습니다. 혹시 로버트 플랜트라고 아시나요? 레드제플린이란 그룹의 싱어였거든요, 그 사람이 그룹해체후 한 참만에 허니드리퍼스라는 이름으 로 전과는 아주 다른 곡들을 선보였었지요, 그 노래들이 몇곡있는데 그 곡 들이 지금 나오고 있네요. 93년,,,음..그 때 제가 뭘 사랑하고 있었는지 되씹어 봤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끊임없이 부르고 계신다지요? 다만 우리가 제 때에 알아듣지를 못하고 응답을 못하거나 후에 결과 혹은 살아온 족적을 반추컨대 하느님의 뜻이었음을 알게 된다지요? 저도 그렇게 성당 아니 신앙생활을 시작했던 듯 합니다. 뜻하지 않게 영세를 받고 사춘기적 감상주의적인 유치한 신앙심이 제대로 커지기 전에 어른이 되어 소위 성당활동이란 것을 시작했습니다. 진짜 아무 준비없이...그리고 갑작스럽게 접하게 된 또 다른 사회에서의 부대낌..성당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낯설었지만 점차 서로 익숙해져 제가 성당외의 곳에서 겪는 고민들을 나누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오랫동안 그곳에서 머물 수 있었을까? 사실 5년동안 성당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채워지기 보단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을 생활했었는데 결국 성당활동의 목적이 제 신앙의 고백이라기 보단 제가 생각한 가치관의 구현 의 장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적으로 신앙인으로서 성숙되어지는 장이 아닌 제가 옳다고 생각한 -물론 이것도 하느님의 사랑의 하나라고 생각한- 것의 전파의장. 가장 본질적인 하느님과의 하나됨, 아님 이웃과의 하나됨보다는 아주 인간 적인 이상들에 매몰되어 그것을 구현하고자 아둥바둥 했으니... 아주 어리석었지요? 그래 놓곤 결국 나가떨어졌습니다. 태생적인 한계니, 어쩌니 해대며 ... 그리고 몇년을 맘껏 놀다가 이제야 다시 제 교만함과 아둔함을 반성해 봅니다. 이것도 하느님의 부르심이겠지요? 몇년을 맘대로 노는 제가 너무 피폐해지는 것을 보다 못한 하느님 의 부르심!! 절 귀히 쓰고자 하시는 것이 아니라 절 살리시려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서 -좁지만- 이리저리 걸어다니다가 우리가 묵는 숙소를 어슬렁 거리다가 거실창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끄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반지하에 있는 숙소의 창가에서 마당을 내다보고 싶 어졌습니다. 그래서 돌아앉아 의자에 무릎을 꿇고 창가쪽을 바라봤습니다. 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제가 아침에 마당에 어슬렁거릴때 분명 계속 마주친 나무였습니다. 근데요,,,눈 높이를 낮춰 본 그 나무는 달랐습니다. 나무가 아팠는지 밑 쪽에 시멘트 같은 것으로 발라놓은 곳이 있더라 구요...문득 하느님이 육화하신 것을 떠올렸습니다. 그 분이 육화하실 수 뿐이 없었던 이유를... 우리인간에게 눈높이를 맞추실려고 한 것이지요, 우리의 부족함을 우리의 상처를 더 잘 이 해하고 감싸안아주실려고... 저는 어제 고해성사할 준비가 되지 않아 신부님과의 면담으로 끝내고 말았습니다, 그 때 성체성사에대한 아주 우매한 말씀을 드렸는데요 좀 알것같습니다. 순간에 문득 떠오른 것이지만 ... 고해성사 봐야겠습니다. 좀 게으르긴 하지만 곧 미사 때 영성체를 영할 수 있겠네요... 주무시기 전에 시한수---사실 이해인시인은 제가 썩 좋아하지 않는 시인인데 우연히 제 취향을 모르는 어른의 선물로 받아둔 책입니다. 한번 오늘 피정도 다녀와서 꺼내봤네요. 읽어 보실래요? 벗에게1 내 잘못을 참회하고 나서 처음으로 맑고 투명해진 나의 눈물 한 방울 너에게 선물로 주어도 될까? 때로는 눈물도 선물이 된다는 걸 너를 사랑하며 알았어 눈물도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임을 네가 가르쳐주었어 나와의 첫 만남을 울면서 감격하던 너 너를 너무 사랑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내 마음 이해하면서도 힘들었지? 나를 기다려주어 고맙고 나를 용서해주어 고맙고 그래서 지금은 내가 울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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