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요즘 성가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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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민 [johnlee74] 쪽지 캡슐

1999-04-13 ㅣ No.413

좀 가라앉은 것 같더군요.

초반에만 해도 정말 오랜만에 가장 잘 나가는 성당 단체로 주목받던 성가대.

모든 일이 새옹지마가 아닌가 새삼 깨닫습니다.

협의회장이라고 뭐 특별히 개별 단체의 내부적 사항까지 다 신경쓸 수는 없지만 그간 걱정없는 단체로 별로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자세히 아는 바도 없다는 사실에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눈치와 짬밥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몇 년 단체 생활을 하다보니 일일이 같지는 않지만 단체 운영의 문제점이란 거시적인 안목에서는 거의 비슷하더군요.

잘 나갈 때는 가만 있다가 문제가 생기니까 떠드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결국 몇가지 취약점이 초기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구조적으로 성가대는 '허리'가 약한 것 같습니다.

새로 쏟아 들어오는 신입생을 2년차들이 이끌어주기란 역부족이죠.

어느정도 경험도 쌓이면서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지닐 수 있는 3,4 년차들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초등부 교감으로 있던 96년도에도 9명의 신입 중 6명이 다음 해에 그만 뒀습니다.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비슷한 연령의 선배가 없었던 것이 큰 원인이었죠.

직속 선배 부족에도 잘 적응한 98학번의 경우는 동기끼리의 단합으로 극복한 이례적인 경우라고 보여지네요.

 

운영 상에 문제점도 있었던 것 같네요.

어떻게 결정된 일인지는 몰라도 한 달에 한 번 애프터를 한다는 사실.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성인이라 하지만 그건 미국에나 맞는 소리죠.

그들이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자신의 내적인 성숙과 자립심을 키우고 사회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면 솔직히 우리는 암기력 좋지만 밖에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어린아이 밖에 되질 않습니다.  

대학이 그들에게는 학문 매진의 장소라면 우리에게는 그와 더불어 정신적 성숙을 경험해야 할 이중적인 장소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치명적인 약점이죠.

그러기에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껴 정신적 공황에 빠지지 않을 선후배의 끈끈한 정이 유달리 강조되는 법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성당 어느 청년 단체든, 대학의 어느 동아리든 활동 그 자체만을 위한 단체는 잘 유지되기 힘들다고 봐요.

신입생이나 몇 년 된 청년이나 개인주의적인 서구처럼 활동 그 자체에 완전한 의식을 지니며 그것만을 위해 객관적이고 냉철한 안목으로 참여하려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물론 고학번 선배들은 충분히 커진 자아와 자신들의 개인적 사정때문에 뒷풀이의 필요성을 못 느낄지 모르겠으나 저학번에게는 단순히 술이나 퍼마시는 장소는 분명 아닐 껍니다.

 

제가 아는 외부적인 두 가지만 짚어봤는데요, 혹 제가 실수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나라에서 단체가 잘 되냐 안 되냐는 (특히 성당에서) 일 그 자체보다도 그 단체의 구성원간의 결속력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 얼마나 마음이 서로 통하고 이해하고 있는가, 얼마나 의욕을 가지고 있는가 등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제와서 내가 하리'는 선배들의 노력이 어쩔수 없이 필요하겠죠.

 

과연 성당 단체가 일이 우선일까요?  전 자꾸 부정하고 싶어지네요.

   

성가대 여러분, 화이팅 입니다.

        

   

  

 

 

비단 성가대 뿐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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