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문산 수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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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학 [yhim] 쪽지 캡슐

1999-08-09 ㅣ No.987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주일 밖에는 시간을 낼 수 없어 늦게나마 문산지역 수해 현장

의 봉사를 다녀왔습니다.

(금요일에는 수녀님과 이혁순 살레시오 형제가 현장을 답사했고)

 

새벽 6시에 본당을 출발한 일행은 문산성당에서 배정을 받아 각

가정으로 배치, 10시부터 본격 작업에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외에도 화정동, 대화동, 원당, 동작동, 사당동, 인천교구

시화성당등 여러 곳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해 주셨고, 역시 많은

본당에서 물적지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곳은 아직도 전화가 개통되지 않은 상태 였고, 간신히 금요일

부터 수도물이 공급되기 시작하여 본격적인 청소가 시작되었는데

많은 가정이 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지붕위로 지나간 수마는 온 방안을 진흙으로 도배해 놓은 모습이

었고, 목조건물들은 이미 무너져 내려 폭격 당한 후의 흉칙함

그대로 였습니다. 우리는 피해가 큰 1층 주택가 골목을 다니면서

집의 모습을 되 찾아 주는 일로, 온 몸이 땀물과 뻘물로 뒤범벅이

되어 갔지요,

그래도 우리가 간 때는 어느 정도 정리(살림살이를 밖으로 내 버

리는 일)가 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실의에 찬 집주인을 모시고  성당마당으로 다시 모여

맨땅에서 준비해 간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면서 우리들 모습도 또

다른 피난민 수용소 같음을 보고 서로들 웃고 말았습니다.

 

  시가지 큰 도로변에는 적십자회원, 한총련, 조계종봉사단, 유명

메이커의 봉사단원들도 보였습니다. -무슨 봉사단 자랑대회 같은-

아무 표식도 없이 구경하던 분이 어디서 온 사람들이냐고 물으면

그제서야 '성당에서 왔습니다. 힘네세요!' 하는 것으로 우리들

죄값을 대신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골목을 빠져 나오면서 이 와중에도 힘없는 이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친 몸으로 돌아갈 시간은 자꾸 재촉받으며, 시작도 못한 집들을

그냥 스쳐 지나가기에는 우리의 발길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그들은 "호소문"을 길거리에서 돌리며, "인재"에 목청을 높이고 있

었는데...

 

오늘 봉사에 참여한 남성 꾸리아 단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요셉회원들도 더 분발해야 겠습니다.

28명인지 30명인지 잘 모르겠지만 모두들 정말 수고했습니다.

 

주님! 수해를 입은 그들이 인재를 외치며 또 다른 상처를 받지

않도록 주님께서 그러셨다고,

주님의 영광을 위해 그러셨다고,

형제들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주겠노라고,

나눔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게 해 주려고 그랬노라 .......

말씀해 주소서.

 

추신 : 이제는 쌀과 벽지 장판 등이 필요한 때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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