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엉터리 아빠의 육아일기(13)

인쇄

조진형 [solo0001] 쪽지 캡슐

2000-05-15 ㅣ No.5330

아빠의 아침

 

창문에 드리운 커튼사이로, 반짝거리는 아침햇살이 눈을 간지럽히는 아침...

눈가에 부딪히는 햇살에 못이겨 눈을 떠보면, 귓가에 들려오는 새근거리는 숨소리...

팔 한짝과 다리 한짝을 아빠의 몸 위에 걸치고, 모든 것을 의지한 채 곱게 잠들어 있는 아기가 있습니다

"현호야~" "현호야~~"

나지막이 부르는 소리에, 행복했던 꿈나라의 한 귀퉁이를 잡고 부스스 눈을 뜨는 우리 아기...

찡그린 얼굴도 잠시, 아빠의 얼굴을 눈에 담고는 히죽이 웃으며 얼굴을 부비는 현호...

 

아내가 들고 들어온 쟁반에는, 현호와 아빠의 행복한 아침을 열어줄 따스한 커피와 우유가 담겨있습니다

 

엄마 아빠의 볼에 가볍게 입맞추고는, 따끈한 우유잔을 두손으로 집어 입을 가린, 현호의 얼굴을 보는 매일아침은 언제나 행복합니다

 

현호의 아침

 

해가 뜬지는 이미 옛날...

질식할 듯한 압박감에 이리저리 뒤척이다, 급기야는 눈을 부릅뜨고 말았습니다

젖먹던 힘까지 다해 아빠의 다리를 걷어내고 숨을 돌리니, 또 다시 밀려오는 피로감...

하지만 더 이상 잠은 오지 않습니다

TV를 서른번쯤 껏다 켜고, 그림책을 조금 찢고, 공을 24개나 바닥에 뿌리고, 부엌에 나가서 걸레통을 들고 들어와도...

아빠는 깨지 않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코고는 소리에 머리만 지끈거릴 뿐입니다

후다닥~ 일어나서 아빠의 얼굴을 봅니다

아빠가 집에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아빠의 배위에 걸터앉았습니다

뒤척이는 바람에 굴러떨어졌습니다

다시 올라가서는, 이제는 비교적 또렷해진 발음으로 아빠를 불러보았습니다

"압봐~"

물론 대답이 없습니다

코고는 소리만 고요한 방안을 울릴 뿐입니다

다시 한번 불렀습니다

"압봐~~"

또 굴러 떨어졌습니다.... ... 젠장

 

고사리같은 손으로 아빠의 얼굴을 어루만졌습니다

철푸덕...철푸덕...

 

앗! 드디어 아빠가 눈을떴습니다

부스스한 눈이긴 하지만, 사랑을 담뿍 담은 눈으로 현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갑자기 너무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함빡 웃음을 입에 물었습니다

드디어 아빠를 깨웠다는 기쁨을 전하기 위해, 엄마를 찾아 부엌으로 내달렸습니다

 

엄마~  엄마~~

큰소리로 엄마를 부른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 멀리 등 뒤에서 나를 비웃는, 아빠의 코고는 소리... ...

.. ... ...

 

 

... ... ...

 

17개월 된 현호의 아침은, 비교적(?)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5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