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없는개! 좀 봐주지!"

인쇄

우영섭 [WL1202] 쪽지 캡슐

2000-09-02 ㅣ No.1780

우리성당 마당 한 구석에 조그만 꽃밭이 있는것은 다 아실 것이다.

그러나 그 조그만 꽃밭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은것같다.

그냥 시시한 꽃들이 조금씩 피었으니까....

그런데도 내가 유독 그꽃밭에 눈길을 주는건 봉숭아꽃 때문이다.

요즘은 예쁜 색깔의 메니큐어가 많아 구태어 봉숭아꽃물을 손톱에 들이려는 사람이 많지않겠으나, 나는 촌스럽게도 해마다 여름이 갈무렵이면 봉숭아꽃에 눈독을 들인다.

지난 해에는 남의동 화단에 핀 봉숭아꽃을 경비아저씨 몰래 훑어왔다. 우리 요한이는 망을 보고 ...   그런데 올해는 성당 봉숭아꽃에 눈독을 들인것이 잘못이었다.

어제 8월 마지막날 레지오를 마치고 나오다 이때다싶어 봉숭아 꽃을 따러 꽃밭속으로 들어갔는데, 이게 웬일! 커다란 개가컹컹 짖으며 튀어나와 난 죽는줄 알았다.

개가 그곳에 있는줄도 몰랐고 봉숭아꽃을 몰래 따려다 그랬으니 가히 심장이멎을뻔했다.

건너편 구성당에 있던 개가 언제 이리로왔지?

하여튼 그개는 봉숭아꽃을 도둑질 하려는 나를 멋있게 혼내줬고 혼비백산하여 집으로 오며 나는 그개를 원망했다.

"무드없는 개! 좀 봐 주지!"



4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