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파푸아에서 생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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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길 [bandimoa] 쪽지 캡슐

2000-11-24 ㅣ No.1917

온갖 역경과 고통을 감수 인내하며, 하느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낯선 이국 땅에서 헌신 분투하시는, 한국 외방선교회의 이 미카엘 신부님이 저의 클럽에 올리신 글 입니다. 형제,자매님 기도중 한국 외방선교회의 선교 사제님들 기억 하여 주십시요.

( 아래를 크릭 하시면 보실수있습니다. 감사 합니다)

  

*거뮤니티클럽:빛을따라(한국외방선교회)운영자:마태오

 

*회원카페:빛을따라(미사와기도 휴식의공간;신자분들 이용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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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fr_michael73

작성일 : 2000/11/08 10:52      

 

11월 1일은 모든 성인의 날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죠. 그리고 축일이 지난 모든 회원님께, 늦게나마 축하인사 드립니다.

이날 이곳 제가 있는 성당 학교에 책상을 가지러 산 밑에 있는 브라만 학교에 내려가면서, 산길이 중간 중간 부서진 곳을 고치면서 내려가려고 하였답니다. 그래서 이곳 청년 몇 명을 태우고 내려가면서 몇 군데 길을 고치고, 마지막 길 가운데 커다란 돌이 굴러 떨어진 곳이 있어서 그 돌을 치우고 가려고 돌을 치우려고 하니까 움직이지 않데요. 그래서 한시간 반 정도를 돌과 씨름하다 모두 지쳐서 다음에 올라오면서 치우기로 하였답니다. 이 돌이 떨어진 도로는 바로 옆이 50미터 이상의 낭떠러지여서 아슬아슬하게 운전을 해야 지나갈 수 있게 되어있답니다. 어쩔 수 없이 모두 다음을 기약하고 내려가는 중에 제가 먼저 번에 사진을 올렸던 돌을 치우는 장면이 나오는 그 가파른 길을 중간쯤 올라가는데, 차에서 갑자기 타이어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 다음부턴 앞으로 가질 안찮아요. 그래서 사륜구동으로 기어를 바꾸고 올라가려고 하는데, 길이 워낙 잔돌들이 많아 올라가는데 많은 시간과 타이어가 달아야 했습니다. 그 언덕을 오르고 나서 다시 후륜 구동으로 바꾸었더니 아예 차가 움직이지 않고, 그냥 엔진 소리만 요란하게 나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마도 기어가 망가진 것 같다며, 먼저 브라만 학교에 있는 정비소에 가야 겠다고 하면서, 전륜 구동으로 그것도 2단으로 약 20킬로 속도로 그 학교에 도착해서 정비소에 점검을 부탁했더니 아닌게 아니라 기아가 부서졌다고 하데요. 이거 난감하더군요. 후륜 구동이 되지 않으면, 산 위로 조그만 언덕 조차 못 올라가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우리 본당 신부님께서 타운으로 가서 고쳐야 겠다며, 혼자 차를 몰고 타운으로 갔다 올 테니 저보고 걸어서 올라가라 하더군요. 왜냐하면, 다음 날이 위령의 날이라 신자들에게 이미 이야기가 다 되어있는 상태이고, 미사를 봉헌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제가 올라가야만 했답니다.

 

이 곳 길은 워낙 험해서 차가 자주 망가지기 일 수 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차가 없으면, 음식이며, 필요한 물품들을 사 올 수 없기 때문에 고물 차라도 좋다 있어만 다오 하는 마음이 간절하답니다.

 

이렇게 대충 이야기를 마치고 산 및 학교에서 출발한 시각이 오후 2시 경이었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을 했죠. 신발도 안 신고 단지, 슬리퍼(이곳 슬리퍼는 엄지발가락 사이에 한 가닥 발 끼우게 만 있는 것입니다)를 신고 터덕터덕 더운 길을 걸어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점심도 그냥 이곳에서 만들어 파는 주먹 만한 빵 3조각을 사서 먹고, 올라 갔죠. 제가 있는 이곳 성당까지 산 밑에서 차로 올라오면 약 1시간 50분 정도 걸리는 거리 랍니다. 그것도 천천히 말이죠 시속 20키로 정도로 올라 옵니다.

 

그래서 얼마나 되라 싶어서 같이 올라가는 청년들에게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 보았더니, 6시간에서 7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하더군요. 걷는 길로는 상당히 먼 길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걷기 시작했답니다. 처음 3시간 정도는 잘 걸을 수 있겠는데, 배가 고파오니까 하늘이 노래지지 시작하지 뭡니까? 걷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다리에 힘도 없고, 그래서 같이 올라가는 청년들에게 배가 고프니, 학교 가게에서 사온 것을 먹고 가자 하면서 조금 쉬는 시간을 갖았습니다. 학교 가게에서 산 것이라곤 콜라, 건빵 같이 생긴 과자가 전부 였죠. 이것을 조금 먹고 나니 다시 기운이 나더군요. 그런데 다 먹고 나니까 산 밑에서부터 비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지 뭐예요. 서둘러 부지런히 걸어 갔지만, 이 비님께서 우리의 발걸음 보다 빠른지라, 우린 비를 쫄딱 맞으면서 걸어야 했습니다. 옷이 젖어 오니까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 하더라고요. 그래도 조금만 가면, 인가가 나오는 기대를 갖고, 걸어 갔습니다. 다행히 약 40분 정도 걸어가니까 집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그 집에 들어가 비를 피하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시간이 약 5시 30분 정도 되었답니다. 그곳에서 비가 그치기를 1시간 정도 기다리면서 옥수수도 얻어 먹고, 젖은 옷도 불에 말리면서 기다렸죠.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답니다.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수도 없이 있을 텐데, 이런 곳에서 건강하게 사목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함께 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 지더군요. 이윽고 비가 조금 씩 내리기 시작했지만, 이미 날이 저물어서 앞이 안 보이는 밤이 찾아 왔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가야만 한다는 말처럼 그 집에서 석유 등을 빌려서 다시 밤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올라가는 도중 5개의 조그만 개울(평상시에는 무릎 정도 차는 개울들임)을 건너가야 하는 데 비가 와서 허벅지까지 차고, 물살도 보통 센 것이 아니었어요. 몇 번은 넘어질 뻔한 적도 있었답니다. 그리고 길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가는 뱀을 하마터면, 발을 뻔 했답니다. 다행히 석유등이 우리를 살려주었죠.

 

비가 와서 그런지 길은 미끄럽지 슬리퍼는 더 미끄럽지 거의 엉금엉금 기다시피 밤길을 올라가야만 했습니다. 오로지 내일 미사를 위해서 말입니다. 올라오는 중간에 몇 번을 쉬면서 힘든 다리를 쉬게하며, 올라가는데 한 청년이 "신부님, 큰길로 가면 아마도 밤 12시 정도에 도착하는데, 우리 지름길로 가면 어떨까요?"하고 물어보길래, 저도 다리에 무리가 오기 시작해서 그렇게 하자면서, 지름길을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처음에 슬리퍼로 지름길을 오르는데 자꾸 미끄러지고 해서 청년들처럼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산길을 올라가기로 하자 청년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괜찮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조금은 아프지만 괜찮다 하면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름길이라는 것이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가는 길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발에 돌이 박히고, 진흙에 미끄러지기를 수 차례하면서 약 50분을 올라갔더니 다시 큰 길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걸어서 도착한 시각이 약 11시였습니다.

 

사제관에 들어와서 주린 배를 간단하게 채우고, 샤워를 하고 나니 저절로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아무런 사고 없이 올라오게 해주신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 날이 지나고 다시 뒤 돌아 생각해 보니, 참 좋은 경험을 하느님께서 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 해주시는 하느님이 계시는 한 어디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참고 견뎌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때론 힘이 들고, 어려워도 여러분들이 있다는 것으로 많은 용기가 생깁니다.

 

회원여러분들 모두 하느님 안에서 늘 함께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파푸아 뉴기니 분디 본당 보좌 이 미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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