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밤(栗) 밭에 심은 아름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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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3-10-05 ㅣ No.5410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산성당

밤(栗) 밭에 심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어떤 분들은 가을 추석에 송이버섯을 따러 갔다 오셨다는데...

저는 며칠전 머리 털나고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밤줍기 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우린 村者들이라서 멀리는 못가고 공휴일을 맞아 가까운 양평 땅으로 내달렸습니다.

밤 밭을 전세낸 동창생 녀석이 금번 계속된 雨期로 인하여 손해가 엄청 크다는 첩보를 접하곤, 의리의 용팔이인 이 상기인이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었서 친구들을 동원 하였습니다.

고향의 감자밭을 일구는 일에 일조하겠다는 것을 실행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이번 밤줍기 행사를 벌렸는지도 모릅니다. 종전에 언급했던 그 失言을 만회하려는 아주 약은 수를 쓴 것이지요.

특히 고교동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분상, 힘겨워하는 밤농사 짓는 친구를 모른체 할 수 없었지요.

급히 동원령을 하달하여 약 40여명의 동기생 夫婦를 소집하여 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우선 가을 소풍으로는 딱이었습니다. 고향 친우가 임대를 받아 경영하는 밤밭의 넓이는 약 1만 5천평인 엄청 큰 밭이었습니다. 그런데 밤 밭은 금번 비로 인하여 떨어진 밤들이 사방에 지천이었습니다.


위 사진에 밤색깔 옷에 까만색 김또깡 모자를 쓴 넘이 바로 한심이인 용문검객(農心居士)입니다.


하여 마나님들은 밤을 줍게하고 우리들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회포를 풀 량으로 그냥 시작부터 밤 밭에 둘러 앉아서 쐬주병을 계속 비웠지요.

함께한 울 마나님께는 무릅 인대가 늘어나서 기동이 몹시도 불편하다는 이유를 대면서...

어떻든 밤줍기 행사는 成功的이었습니다.

카~아! 세상에 이런 멋진 테마여행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저는 언젠가 우리 구역장님들도 함께 밤줍기 행사를 해 봐야겠다는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정말 무지 괜찮은 프로그램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수풀 속을 헤치면서 줍는 밤은, 마치 서부 개척시대에 황금알을 줍는 이들이 갖는 그 심정과 같았습니다.

귀경 길에 저는 울 마님으로부터 깊은 사랑과 신뢰를 한 몸에 받았지요.

평소 상기 본인이 워낙 모임 행사가 많은 탓으로 인하여 우리 마님은 상기인을 그저 집 밖에 내놓은 큰아들처럼 여겼었지요만, 이번 만큼은 달랐던 것입니다.

역마살이 낀 넘처럼 밖으로 나갈 일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평소 늘 동문회를 비롯한 친구들과의 부부 모임에서 저는 혼자였답니다.

그래서 늘 습관적으로 혼자 외로이 행사에 참가하곤 했었는데, 이번엔 마나님 왈 “당신! 이런 행사라면 꼭 날 끼워줘요”라고 하여서 그만 저는 크게 감동을 먹었습니다.

어떻든 즐거운 하루였고, 그날 약 한말 정도 주워온 밤이지만, 울 마나님은 온동네 집집마다 밤 배달로 바쁜 하루를 보냅디다.

그래서 더욱 감사한 마음뿐이랍니다. 흑~흑~흑~



2003년 10월 5일

용문동 구역장 李 相卿 가브리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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