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그녀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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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voice] 쪽지 캡슐

2000-02-16 ㅣ No.1122

 

그는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그는 아침에 내가 뽑는 커피의 한잔이 그의 것인지를 모른다.

내가 그와 수업을 같이하는 날 목욕을 한다는 것을 모른다.

그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항상 그 말을 그를 위해 해 준다는 것을 모른다.

지금 그의 뒷자리에 앉아

창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는 어려운 일을 말없이 해 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의 침묵이 긍정이란 의미를 모른다.

난 내가 기분이 좋을 때,

그와 손을 잡고 이야기를 얼마나 하고 싶어하는지 그는 모른다.

늦은 밤에도 그의 전화를 기다리며,

불끈 방안의 어둠 안에서 얼마나 그를 그리워했는지 그는 모른다. 그는 치마를 좋아하고 연분홍을 좋아한다.

난 검은 바지를 좋아하지만......

몇 년 전 친구들과 돈을 모아 사준

밤색 머리띠를 그는 기억을 못하며

그가 인상 깊었다는 여인의 머리핀이

흰색이었다고 말한 것도 기억 못한다.

내가 그의 이름에만 억양을 넣는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 일기장에

그의 이름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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