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5주간 목요일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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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2-12 ㅣ No.4139

연중 제5주간 목요일 2/13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치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듯이 기도만 하고 앉아 있을 수도 없고, 진실한 마음으로 주님을 믿고 의탁하며 기도하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주님께서 원하시는 순간에 원하시는 방법으로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시리아 페티키아 여인이 예수님께 다가와 발 앞에 엎드려서 자기 딸을 마귀에게서 건져달라고 청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처음에는 듣기 민망할 만큼 단호히 거절하십니다.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마르 7,27) 그러자 그 여인이,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28) 라고 자신을 수그리며 다시 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냥 고쳐주시면 될 것을 굳이 그 여인의 자존심마저 긁으면서 끝까지 굽히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계시다가 마침내 그 여인이 마치 모든 것을 바쳐 숙이고 들어오기를 기다리시기라도 하신 것처럼, 그제서야 그 여인의 청을 들어주십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 그 여인의 간절함이 드러나기를 기다리셨는가 봅니다. 예수님께서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29) 라고 말씀하시며 고쳐주십니다. 마르코 복음 사가는 그 여자가 집에 가서 보니 아이는 침상에 누워 있고 마귀는 나가고 없었다.”(30) 라고 전합니다.

 

어떤 때, 예수님은 우리가 하는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데도, 금방 들어주시거나 바로 허락하시지 않고 뜸을 들이십니다. 우리가 하는 좋은 일이 제대로 실수 없이 처리되도록 안배하시는가 봅니다. 그리고 그 일을 나 혼자뿐만이 아니라 관계 당사자들이 이해하고 전부 다 동의까지 하면 더 좋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시는 듯합니다. 그 기다림이 어떤 때는 며칠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수십 년이 되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파티마의 푸른 군대라는 기도 단체에 들어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꽤 오랬동안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단체원들은 파티마의 성모 발현 이후 수세기를 걸쳐서 기도해 오다가 마침 제 생애의 젊은 한순간에, 우리가 말하는 회개를 의미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쏘비에트 공화국이 분열되어 각 나라가 독립되는 기적같은 사실을 바라보면서 주님께 감사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하느님 나라의 완성 같은 염원은 우리 인생을 다 마칠 때까지 우리가 볼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채 인류공동체 모두가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듯합니다.

 

지금 당장 여기서 우리 마음 속에 진정 주님께 바라는 소망이 있다면, 주님께서 들어주시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그리고 절실히 기도하면서, 동시에 그 기도가 이루어졌을 때 내가 그 상황에 합당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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