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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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1-05-23 ㅣ No.2340

오늘 아침

먼 곳에 출장갈 일이 있어서

새벽 길을 나섰지요.

 

어제 내린 비로 인하여

한없이 맑아져 버린 아침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면서

한적한 시골 길을 달려 가는데

 

갑자기 앞서 가던 차가 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섰지요.

 

의아한 마음에 차를 세우고 창밖을 보니

방금 지나간 차에 다리를 치였는지

고라니 한 마리가 버둥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을 껌뻑 거리고 있었지요.

 

세상구경을 나왔다가 사고를 당해버린

고라니가  불쌍했던지 뒤를 따르던 차들이

누구 한 사람도 경적을 울리거나 짜증 냄 없이

차례로 멈춰 섰지요.

 

그 중에 맨 앞에서 가던 화물차 기사분이 차에서

뛰어내려 도로 중앙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녀석을

끌어안고 나오기에 차에 싣고 가서 잡아 먹으려나 보다

라고 지레 짐작하고....

속으로는 제발.........을 외쳤지요.

 

그분은 도로가로 고라니를 안고 나오더니

근처 밭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인계하면서

"주인을 찾아 주라"고 하시면서 다시 차에

오를 때까지 조용히 현장을 지켜보던 운전자들!

 

그제서야 제 입에서도

휴.....하는 긴  안도의 숨이 흘러 나왔지요.

 

현장이 수습 되고 차가 출발하자

그제서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알듯 모를듯 엷은 미소를 머금었던 좋은 사람들

 

비록 사람이 아닌 동물이 사고를 당했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생명을 다시 살리기 위해

애써 주셨던 화물차 기사님과 갈 길이 급한데에도

재촉하지 않고 끝까지 참아 주며 기다렸던

분들께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빌었지요.

 

요즈음 일부 몰지각한 인사께서는

가문의 영광이 어떻고/

태산 같은 성은이 어떻고/

정권 재창출이 어떻고/하는 등

실로 왕조 시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속이 뒤틀려 있었는데

 

오늘 아침

어린 고라니의 구조 모습을 보면서

이 사회는 아직도 다수의 말없는 그러나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있기에

꾸려져 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는 하루였습니다.

 

비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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