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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들.... 나를 즐겁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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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록 [peterkauh] 쪽지 캡슐

2009-11-08 ㅣ No.6978

 
 
정신없이 바쁜 한 주일을 보내자 토요일 아침 눈에 약간의 충혈이 왔다.
안과에 갔더니 과로로 생긴 것이니 주말에 쉬면 나을거라고. 그런데 토요일도 허드레 일로 꽉찼다.
천둥치고 비오는 주일. 바위를 탈 수 없으니 무엇으로 그 짜릿한 쾌감을 채울 것인가? 
날씨가 우중충 하니 집사람과 새벽미사로 시작해서 실내에서 불길을 좀 댕겨볼 참이었다. 
하느님께서는 내 안에 항상 주말에 타오를 여분의 불씨와 연료를 예비해 두신다.
 
오전엔 일주일 간 참았던 게임도 한 판 하고, 글도 한 편 쓰리라. 오후엔 사우나로 좀 풀고...
근데 돌아오자마자 졸음이 밀려왔다. 점심 때 쯤에 눈을 떠 한 편을 쓰곤 사우나로 직행.
돌아와선 비틀즈를 돌리기 시작했다. 왕년 최고가의 AR스피커에 연결된 컴포넌트 턴테이블에서
ABBEY ROAD의 4형제가 발광을 시작했다. 쉿~두두둥둥으로 몸을 비틀게 만드는 그들은
확실히 미쳤다. 그렇다 미쳐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가슴 속 구석구석 한 점의 찌꺼기도 없이
모든 응어리들은 그들의 미친 기타와 괴짜 비트에 실려 날아간다. 오래된 LP음반의 잡음, 얼씨궁.
이건 어디서도 다시들을 수 없는 사람잡는 마술이다. 
비틀즈를 내리 2장을 앞뒤로 돌렸다. 그리고는 싸이먼 앤 가펑클로, 그다음엔 러브스토리 OST,
그리고 마지막엔 오늘 날씨를 닮은, 20대의 추억이 서린 제니스 이언(At Seventeen)까지... .
미쳤다. 그동안에 2잔의 커피와 군것질이 계속됐다.
 
오늘의 주제는 "미친 인간들"이다. 그래서 마지막엔 바이얼린에 미친 파가니니로 끝내기로 했다. 
지난 17일 저녁, 금년 들어 3번 째로, 가족들을 데리고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서울시향 연주를 즐겼는데,
바로 파가니니와 슈만이었다. 대조를 이루는듯 하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은 "미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슈만은 원래 정신병환자였고 클라라와의 사랑이 그 치료재이자 독약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날
연주된 슈만의 교향곡 2번은 클라라와의 사랑이 그를 가장 행복하게 했던 시절에 작곡된 아름다운
곡이었다.  파가니니의 바이얼린 협주곡은 완전히 요샛말로 "골이 날아가는" 곡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사람", "사람의 창자로 바이올린의 줄을 만들지 않고는 저 소리가 나올 수 없다"
라는 평을 들었던 파가니니 기교의 "광기"가 극점에 달한 곡이다.  이 곡의 협연자는 한 번 이 곡을 연주한
후 일주일은 몸살을 앓아야 할 곡이다(약간 과장).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스킬과 테크닉은 감상하는 사람의
넋을 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런 곡에는 허점이 있다. 온통 기교 투성이이기 때문에 주제가 선명치 않아
골통에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 저녁 내 연구실 음악다방의 마무리는 이 미치광이의 곡으로^^! 
미쳐야 사람을 움직여~~ 얼씨구!!  또 한 주일 미쳐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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