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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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zanac] 쪽지 캡슐

2000-04-13 ㅣ No.925

*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1

 

 

 ┌─────────────────────┐

 │♥  1.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잘 먹습니다>  │

 └─────────────────────┘

 

  CINE CAFE에 가서 영화를 함께 보기로 한 우리는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무얼 먹을까 고민 했습니다. 그렇게 신촌 기차역 쪽으로 걷고 있

  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날 이끌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그렇게 나를 끌고 가기 시작한 그녀는 신촌 영화마당 극장 뒷골목으로

  내 손목을 잡아 당기고 있었고, 전 이런 곳에 뭐 먹을게 있나..싶었습

  니다. 워낙 맛거리 집을 많이 알고 있는 그녀이기에 믿고 따랐습니다.

 

  도착한 곳은 그래봤자 다섯 평 정도 될까..말까,, 하는 조그마한 떡볶

  이 집이었습니다. 그 떡볶이 집의 이름은 ’삐삐네’였고, 그 외에도 그

  골목에 몇 개의 떡볶이 집이 나란히 있더군요.

  그런데 참 신기한건 그렇게 조그마한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

  더군요. 그래서, 그녀와 저도 먼저 먹고 있던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다

  렸어요.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내게 얘길 했습니다.

 

  " 자긴 머 먹을꺼야? "

 

  안쪽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손으로 가리키며 그녀가 제게 묻습니다.

 

  " 음.. 떡볶이랑 순대랑 오뎅 먹을래. "

 

  " 떡볶이는 당근인거 몰라? 오뎅 국물은 써비스루 나오니깡 걱정말구,

    순대두 떡볶이 양념에 비벼 먹으믄 마시찌잉.. 근뒈, 떡볶이 양념에

    비벼 먹기에는 잡채가 마시또옹.. 글구, 여기 김밥두 맛있는데.. 두

    줄이나 줘. 김밥두 먹구 싶구, 순대도 먹구 싶구, 잡채두 먹구 싶은

    데.. 나 이거 다 먹어두 돼? 참! 야끼만두랑 못난이만두랑 계란둥~ "

  그녀는 정말 배가 고팠는지 메뉴에 있는건 죄다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자리에 앉아마자 그녀가 제게 귀여운

  표정을 짓더군요. 그리고 앙증맞은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니 제게 귓

  속말로 이러는 겁니다.

 

  " 3초 있다가 뒤를 돌아서 윗쪽 벽에 써있는 글을 보능거야. 아라찡? "

 

  그리고 그녀는 하나, 둘, 셋! 하고 외치더군요. 그녀가 말한대로 뒤로

  돌아서 윗쪽 벽을 쳐다보았더니, 야광 4절지에 이렇게 써있더라구요..

 

  단무지 · 물  ==> Self  Service   

 

  심부름도 참 다양하게 시켜먹는 그녀에게 순순히 복종할 수밖에.. ^^;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들이 죄다 나오더군요. 그녀는 젓가락

  을 들고, 요것 조것 집어 먹기 시작합니다.

  너무 맛있게 열심히 먹던 그녀는 점점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급

  기야는 순대 두 개, 간 부스러기, 잡채 몇 가닥, 김밥 한 줄을 남기고

  서 도저히 못먹겠다며 젓가락을 놓더군요. -_-;;

 

  먹어도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라서,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은

  언제나 제가 뒷처리를.. 그녀 왈,. 마지막에 남은 하나를 먹으면 살이

  찐다나요..? -_-;; 마지막에 먹으려고 남겨뒀던 계란은 결국 빼앗기고

  말았답니다. 으~ 끝까지 사수했어야 하는데... -_-;;

 

  뭐 먹으러 가면 세상의 얌전은 혼자 다 떨고 있는 양.. 젓가락 들고서

  음식 깨작깨작 거리며 밥 몇 숟가락 떠먹고선, 배 불러서 못 먹겠다고

  하는 여자들 보단,. 이것 저것 안가리고 아무거나 맛있게 먹는 그녀를

  보면 너무나 이쁘답니다. 잘 먹는 그녀가 참 좋아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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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인기가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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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사에 활동적인 만큼 벌려놓은 일이 많은 그녀.. 그래서 새롭게 만나

  게 되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은 그녀.. 항상 밝은 표정으로 사람들을

  대하는게 몸에 베어버린 그녀는 어딜가나 인기가 많습니다.

 

  한 번은 그녀가 주최하는 모임의 뒷풀이에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뒷

  풀이 장소에 도착하는 순간, 꺄악~ 소리를 지르며 어떤 남자에게로 달

  려가서 매달리듯 펄~쩍 안기더군요.  -_-;;;

 

  뭐.. 처음부터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터라 그런대로 이해해주는

  편이었는데, 다른 남자에게 안기는건 못봐주겠더라구요. 흠흠~ -_-;;;

  그곳에서 뭐라고 할 순 없었기에 일단은 중후함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사방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 소리에,. 그녀는 내게 앉아 있을

  곳을 마련해주고 떠나버렸습니다. 흑흑~ 그렇게 외롭게 맥주를 홀짝이

  며 앉아있던 난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내 시선은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죠. 그녀는 그곳의 많은

  사람들과 거의 인사를 나누고 있는 듯 했습니다.  때론 악수를 하기도

  하고, 때론 아까처럼 포옹을 하기도 하고, 큰 소리로 웃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자리를 옮길 때 마다 그곳은 시끌벅적 해졌고,. 웃음이 끊이지

  않더군요. 한참 동안 그녀의 그런 모응?보고 있다보니 처음 제가 가

  졌던 마음은 없어지고 어느새 제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처럼.. 그녀는 그들에게 그녀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바라보는 이로 하

  여금 덩달아 웃음 짓게 해주는 그녀.. 그러면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

  지나친 친절은 베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그

  그녀를 보며 새삼, 그녀의 애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집니다.

 

 ┌──────────────────────┐

 │♥  3.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질투가 많습니다  │

 └──────────────────────┘

 

  그녀와 다이어리 정리를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내 다이어리에 스티커

  를 붙이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무서운 눈빛으로 날 노려봅니다. -_-;;

 

  " 김수연이 누구야? "

 

  다이어리 맨 뒤 포스트씔에 삐삐번호와 함께 쓰여져 있는 이름.. 흐헉~

  몇 일 전, 심심해서 시간 때울려고 갔던 대화방에서 알게 된 여자아이

  이름이었습니다. -_-;; 그 대화방은 번개방이었고 그 여자아이가 방장

  이었더랬습니다. 그래서 번호를 적어둔 것이었는데,.이래..저래..우찌

  저짜..해서 그 번호를 적게 되었다고 거짓없이 모든걸 고백(?)한 저는

  신경쓸꺼 없다며 종이를 버렸습니다.

  그걸로 끝일줄 알았는데, 그것은 저의 착각이자 큰 오산이었습니다..

  여자는 질투의 화신이라고 했던가요..? 입이 한 발이나 나와서 삐쭉거

  리고 있던 그녀의 삐짐은 하루종일 계속 되었습니다. 제 전화기 벨 소

  리가 울리기라도 하면 귀를 쫑긋 세웠고, 제가 하는 어떤 말에도 웃질

  않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풀어줄까.. 고민 하다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 너 지금 질투하는거야? 아님 내가 채팅한게 기분 나쁜거야? "

 

  " 내가 그렇게 속 좁은 여잔줄 아러? 자긴 그렇게 여자 맘두 모르냐?

    피~잇! 그래, 질투求킴? 자긴 나만 바라봐야 돼!! 알았어??!!! "

 

  그 말을 하고 난 그녀는..괜히 자존심이 상했는지 투덜투덜 뭐라고 꿍

  얼꿍얼 대기 시작했습니다. 푸~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던지.. 전 그녀

  의 팔을 잡아 끌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내 두 팔 안에 꼬~옥 안아주

  었습니다. 그녀가 괜히 싫은척 몸을 빼내려했지만 무시해버렸죠모~ ^^

 

 ┌─────────────────────┐      

 │♥  4.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돌발적입니다   │    

 └─────────────────────┘      

                                                   

  그녀를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날.. 그녀와 쇼핑을 갔습니다.

  명동의 주말이 어떠한지는 다들 잘 알고 계실꺼에요. 정말 어마어마한

  인파들로 인해 정신이 없을 정도죠.

 

  하루종일 쇼핑을 해서 다리도 아프고 피곤했는지, 갑자기 길을 걷다말

  고 멈춰 서는 것이었습니다. 전 다리가 아파서 그런건줄 알고 어디 잠

  깐 들어갈까..라고 말을 했더니,. 그냥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하는

  거에요. 그렇게 우린 명동 유투존 앞 중앙 거리에서 서로 마주보고 서

  있었습니다. -_-;;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기만 하던 그녀가 전 어리둥절 했습니다.

  " 나 안아죠오. "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던 전.. 당황 했습니다. 뜬금없이 안아달

  라니..??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지금 안아달란 소리야..?? 라는 표정

  을 하고 있는 절 보며.. 그녀는 안아달란 말만 반복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그것도 명동 한복판에서 안아달란 그녀의 말에

  전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었던 것도 이유 중에

  하나지만.. 솔직히 너무 쑥스러웠거든요. ^_^;; 그 순간 계속 내 눈만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녀의 눈이 그렇게 절실해보일 수 없었습니다.

  전 양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들을 가만히 땅에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주었습니다. 한참이 지나 그녀에게 왜그랬냐고 물으니, 니

  넓은 어깨와 가슴이 멋져 보여서.. 라고 하더군요.

  전 피식~ 하고 웃어버렸지만, 그리 듣기 나쁘지만은 않더라구요~

  요즘은 저도 돌발적으로 변했답니다. 그녀가 그런걸 좋아하니까요!

 

 ┌──────────────────────┐

 │♥  5.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요리를 잘합니다  │

 └──────────────────────┘

 

  몇 일 전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미국에 가시고 집에 아무도 없었을 때 였어요. 집 보다는 밖

  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그다지 걱정은 없었습니다. 밖에서 사먹거나

  집에서는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되니까요.

  하루는 집에서 발표회 준비 때문에 자료수집 해온 화일과 책들을 펼쳐

  놓고 정신없이 정리 하다보니,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그녀가 양 손에 한가득 무언가를 들고서 들어오더군요.

  부모님이 미국에 가고 안계시다고 얘기 했더니, 맛있는거 해준다고 그

  녀가 집으로 찾아온거에요. 정말 이뻐죽겠습니다. ^_^;

  집에 오자마자 발표회 준비 잘 되냐고 먼저 물으며 거실 탁자 위에 한

  가득 어지럽혀진 자료들을 살펴 보더군요. 그런대로 잘 되간다는 나의

  말을 뒤로하고서 그녀는 주방으로 가서, 무언가를 자르고 씻고 볶고,.

  참! 그녀는 밥도 할 줄 알았습니다. ^_^;;

  또래들 중에 밥 못하는 여자애들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전 평소에 그

  녀가 요리에 취미가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도와준다고 했더니, 준비 시간도 모자랄텐데 하던 일이나 계속 하라고

  하더군요. 중요한 발표회였기에 망정이지 평소 같으면 아마 어림도 없

  었을꺼에요. -_-;;;

 

  그녀는 남자도 부엌일을 해야한다! 라고 주장하는 여자거든요. 뭐든지

  함께하는걸 좋아하는 그녀는, 결혼하면 남편이랑 항상 같이 요리 할꺼

  라고 말하곤 했었거든요. 저도 그 말엔 주관적으로 공감하는 편이구요.

  그래서, 전 엄마한테 틈틈히 요리를 배운답니다! (긁적긁적... ^_^;;)

  그렇게 함참을 부시럭 거리더니 갑자기 주방이 조용한거에요.. 이상하

  다..싶어 조용히 주방으로 가보았습니다. 몰래 숨어서 볼 생각은 아니

  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갖가지 야채들을 볶아놓은 것에 밥을 비비고 있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야무지게 잘 하던지.. 언제 저런건 배워뒀는지..

  정말 신기했습니다. ^_^;;;

 

  하도 활동적이라 가정적인 면은 없는줄 알았었는데,.

 

  저런 면도 있었구나..  그녀에게 새삼 놀랐답니다..

 

  식탁위엔 이것저것 많이 놓여져 있었어요. 참기름, 맛소금, 김,. 등등

  김밥은 아닌 것 같고, 저렇게 밥을 비벼서 무얼 하려는건지 도무지 알

  아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_-;;

  이제 준비가 다 되었는지, 그녀는 식탁 의자에 앉아 일회용 위생 장갑

  을 끼더군요. 그리곤,. 손에 밥을 덜더니 열심히 조물락 조물락 거리면서

  옆에 놓여진 무언가에 집어 넣더군요. 그게 뭘까.. 한참을 생각해보니

  유부였습니다. 세모난 유부 안에 꾸~욱 눌러서 밥을 넣고, 그 위로 김

  장식을 하더라구요. 저런건 또 어디서 배웠지..?

 

  아~ 누가 그랬던가.. 요리하는 여자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O.o;

 

  더이상 훔쳐보질 못하고 다시 거실로 와서 쇼파에 앉았습니다.

  참기름 냄새가 솔~솔~ 코 끝을 찔렀고, 뭔가 Surprise 한 것을 기대하

  고 있었죠.  그 때 였습니다.

 

  그녀가 절 부르더군요.

 

  이보다 더 다정하게 들릴순 없다!!

  맞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다정했습니다. ^_^;;;

  그녀가 준비한 음식은 여러가지 였습니다. 예쁜 세모 모양의 유부덮밥

  과, 한 입에 쏘옥 들어갈만한 크기의 밥에 잘게 잘라놓은 김이 뒤덮여

  진 주먹밥,. 그 외에도 곁들여 먹으라고 준비한 오징어 무침과 집에서

  싸왔다는 오이 소배기.. 모든 음식 위에 예쁘게 뿌려진 깨소금..

 

  집에서 혼자 라면 끓여 먹고 있을까봐 걱정되서 온거라며..  반짝이는

  두 눈을 하고서 그녀는 내가 얼른 먹어주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맛이 어땠냐구요..?? 이거 진짜 거짓말 아니구요. 정~말 맛있었어요!!

 

  물론 맛도 더할나위 없이 좋았지만, 그녀의 정성에 다시 한번 감동~~~

  감동~ 정말 감동의 물결이었답니다. 음식 만들 때 정성어린 마음 없이

  만들면 똑같이 만든 음식이라도 맛이 틀리다는 말이 정말 맞나 봐요..

  그 후로 틈만나면 그녀에게 맛난거 해달라고 땡깡 부린답니다앙~  ^_^

 

 


 

http://zanac.new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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