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성당 게시판

나연아 이젠 좀 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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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항유 [FREEINDO] 쪽지 캡슐

2001-03-01 ㅣ No.811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마음편히 늦잠을 잤다.날아갈듯이 온 몸이 산뜻하구나.

 

나영아 너도 오늘 만큼은 정말 마음먹고 푹 잠을 자기바란다. 안젤라나영아 그동안 아버지 돌보아 드리느라고 정말 수고했다.지난21일 출근전인 새벽시간에 아줌마와 함께 방문했을 때 였지.그 때 네모습이 기억나는구나 며칠간 의식도 없는 상태,담관암 말기의 생을 정리하는 아버지곁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는 지친 네모습이 말이다.낮에 엄마(로사리아)에게 전화를 드렸을 때 이미 많이지친 피곤한 음성으로 말씀하시더구나 "인간의 삶이 이렇게 끈질기네요"하고 말이다.

 

 

 

나영아 아저씨는 지난 1월 20일 간석동아파트 네집에서 아버지를 처음 만난 후

 

불과 한달이 조금 넘었뿐이었지.그런데 우리는 벌써 한집안식구 같구나. 언젠가 병원으로 방문했을 때 미안해하는 아버지께 "우리는 이미 남이 아니지 않아요?"

 

했단다.그날 아버지와 약속을 했단다 우리는 서로기도해 주기로 말이다.살아서는 물론 죽어서도 산자와 죽은자의 통공을믿으며 서로 기도하기로 말이다.

 

나영아 우리가 함께 조용히 묵주기도를 바치던 시간은 참으로 평화스러웠었지.  며칠전에 낮에 엄마와 함께 세시간이 넘도록 서로의 집안이야기등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 시간이 정말 빨리가더구나 남자의 수다도 꽤나 괜찮더구나

 

그날 계속의식이 없던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쎅소폰으로 218장성가를 불러드렸을 때 의식을 차리시면서 기뻐하시더구나.아버지(로사리오)는 이미 황달수치가 30이 훨씬넘는 위험한 상태이셨는에 박수까지 치시며....

 

 

 

13번째 방문은 생전 살아서의 방문이 아니었었지.밤11시가 넘어 인하병원 영안실을 방문했을 때 막 안치실을 나오신 시간 아저씨를 본 네엄마는 주변의 여러친척 집안 어른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저씨에게 기대며 흐느끼셨지"그이가 이젠갔어요.그이가 갔어요"  그 순간 아저씨는 호스피스 봉사자라기 보다는 이미 가족이 된 느낌이었단다.

 

 

 

나연아 21년간의 선생님으로서의 아버지는 참 훌륭하게 사셨듯이 마지막 삶의 정리도 잘마무리를 하셨지.언젠가 아버지께 말씀드렸었지.절대 외롭지 않게 마지막까지 함께 옆에서 지켜주겠다고 말이다.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지만 본당수녀님과 신자들의 기도속에서 편하게 선종할 수 있음은 큰 축복이 아니겠니.그리고 나연아 축하한다.너 대학 2학년 올라가면서 영어교육과 사범대로의 학부시험에 합격한것 말이다.아버지의 귀에 그소식을 알려드렸다지.그래 비록 의식은 없으셨지만 귀는 열려계신 아버지께서는 참으로 기뻐하셨을거야.

 

 

 

어제 벽제를 거쳐 시립묘지(납골당)에 아버지를 잘 모셔드리면서 네엄마도 많이 안정을 찾으시더구나.아저씨는 어제 기쁜일도 있었단다.아버지의학교 친구선생님중의 한분이 교우분인 자매님의 입교권유를 많이 망설여왔는데 아저씨의 호스피스 활동모습을 보며 많이 깨닳았다면 곧 교리를 받고 영세신자가 되겠다고 약속하셨단다.

 

나연아 아저씨는 지난 9년동안의 호스피스 활동을 통해 참으로 많은 은총을 받았고 또 기쁨의 생활을 했왔단다.벌써 우리는 남이 아니잖니.네가 아저씨를 알고 또 아저씨가 네가족과 알게된 이인연! 얼마나 소중한 만남이니?

 

노랫말처럼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어제 아버지학교의 선생님한분과 호스피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분께 사별가족관리를 호스피스에서는 1년간 의무적으로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헤어지면서 그분은 아저씨에게 손을 펴보이시면서 일년이 아닌 5년을 부탁한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더구나

 

 

 

많은분들이 아버지를 위해 많이 기도하고 관심을 가져줌도 고맙더구나.고모,이모는 물론이고 학교의 많은 선생님들의 방문 또 화곡본동 호스피스의 정라파엘 의사원장님도 두번이나 방문해주심, 십정동본당 연령회,구역교우분등등   

 

 

 

나연아 이젠 좀 쉬거라. 정말 수고 많았다.그리고 어제 아저씨말씀대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 기도많이 해드리거라.가족이 함께바치는 연도.또 미사말이다.물론 아저씨도 당연히 기도해드리지.그렇지만 아저씨는 오늘 하루는 푹 쉴생각이란다.

 

잘쉬거라 나연아, 또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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