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몽골 초원에서의 단상

인쇄

양영현 [mazkr] 쪽지 캡슐

2010-04-07 ㅣ No.4509

오랫만에 방문한 3월 몽골은 아직 추위가 남아있는 날씨였습니다.
밤에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기온을 보였습니다.
통역에게 "아직 날씨가 춥다"  했더니,  그는 올 해 겨울이 너무 추웠고 영하 45도에서 15일 이상 가더랍니다. 
예전에는 영하 45도로 가더라도 하루 이틀에 벗어났는데 이번 겨울은 달랐다는거지요.
춥지만 눈은 거의 오지 않는 나라인데 올 겨울은 눈도 많이 왔다 애기 하더군요.
 
일정을 진행하던 중 수도 울란바타르를 벗어나 지방으로 일을 보러가게 됩니다. 
짚차를 타고 초원 길을 가는데 멀리서 양과 말, 소들이 풀을 뜯는 한가로운 모습이 보였습니다.
잔설이 좀 있는 들에 풀 뜯는 모습이 오랫만에 보기도 하고, 추운 겨울을 보냈다 하니 그곳도 봄이 온것 같아 반가웠지요.
그래서 "보기좋다. 저 놈들도 신나겠다" 감탄했더니,  통역왈 "신난게 아니고, 제들은 살아있는게 감격스러운 존재들에요" 하는군요.
놀라서 물었죠. "왜?"
"지난 겨울에 장기간 혹한 때문에 몽골 가축의 십분의 일인 450만 마리가 동사 했어요. 거기다 눈이 덮여 풀을 못뜯어 굶어 죽기도 다수에요" 하는 겁니다.
참고로 몽골은 가축을 완전한 방목으로 키웁니다.  가축 우리는 그냥 통나무로 울타리만 돼있죠. 겨울도 마찬가지에요.
"날씨는 풀리는데 죽은 가축의 사체 처리를 하느라 국가가 비상사태에요. 유엔에서 200억 정도를 긴급지원하고 있어요"
"안먹어?"
"몽골은 잡은 가축 외엔 안먹어요" 
기가차더군요.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얼거나 굶겨 죽은 상황하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나라에서 수백억의 돈을 들여 사체를 땅에 뭍는 상황하니, 참!!
언젠가 들판에서 말이 얼어 죽어 네 다리를 뻗뻗이 내뻗고 나뒹굴어 있는 사체를 보았던 흉측한 기억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그리고 나선 나는 조용히 입 다물고 시트에 깊숙이 가라앉아 고개를 숙이고 가기만합니다.
 
문득 우리나라 농촌에 있는 소들이 생각나더군요.
소 한 마리에 소모는 아이가 한 명은 붙어있고,
주인이 풀 좋은 곳으로 데려가 풀을 먹이고, 
그 사이 주인은 풀을 베어 모아 집으로 가져와 더 충분히 먹이고,
해질 무렵이면 몰고와 비 바람, 심지언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우리에 넣어주고,
아플것 같으면 수의사를 불러와 주사도 놔주고,
긴 겨울을 나라고 여물을 미리 준비해서 창고에 쌓아놓고 때마다 든든히 먹이고,
키우다가 팔라치면 그 정에 눈물이라도 훔치는 아이 주인과 아줌마 주인도 있을것이고.
우리나라 소들은 주인이 다르구나 생각들더라구요.
 
그런데 거기서 하느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왤까요?
나는 젊은 시절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고 생각하고, 내 삶을 내가 갈구하는 방식대로 살아본 시절이 있어서지요.
말그대로 방목을 하는 것처럼 살아봤지요.
심지어 절대자도 내가 사고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해보기도 하지요.
그러던 내가 어느 시점부터 변화를 하였던 거지요.
자신을 방목하던 내가 어딘가에 말뚝을 박고 줄을 메어 일정한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규제 한것이지요.
그 말뚝이 무었였을까?
 
소 한테 마저 키우는 방법도 모르고 책임감도 없는 주인으로 인해 참혹한 일을 겪느냐,
마치 부모 같이 온갖 방법을 강구하고, 부지런하게 돌보고, 정을 주는 주인이 있어,
하찮은 가축으로 나마 존재의 결과가 다르냔데!
 
누가 나를 돌보시는가! 
누가 나를 간절히 돌보시는가! 
누가 나를 붙잡아 주시는가!
누가 나를 그렇게 미울 때도 내치지 않으시는가!
 
추위와 굶주림에 쓰러져 죽어가던 저 가축은 생각이 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누굴 원망을 했을까?
 
이런 단상을 하면서 몸이 소스라치며 저절로 일어납니다.
나의 속도 아침을 대충 먹어 허기를 느끼고, 이 들판도 허기에 가득차 있는것 같더군요.
바지주머니에 있는 묵주를 꺼내어,
주기도문 만으로 반복을 하면서 묵주를 계속돌려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61 2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