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김다두 신부님의 기고(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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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parksapienci] 쪽지 캡슐

2004-03-13 ㅣ No.5691

 

1981년 1월 5일자 중앙일보 세류청담난에 기고된 글입니다.

약력(김다두신부님)

1926년 인천태생

1950년 성신대졸

1950~1957해군종군사제

1957~61미국 피츠버그 듀케인대서 교육심리학전공

1961~1963 로마우르바노대 졸

1963서울교구부주교

현재서울역촌동본당주임

 

지금은 용인성직자묘지에 계시지요

1980년 12월 31일 자시미사 강론

어리석은 사랑

 

파리에 있을 때 읽은 콩트가 생각난다

.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눈발이 날리고 날씨가 무척 추운

 

 어느 날 밤 파리의 시내 어느 집 초락한 다락방에서 한

 

 예술가가 조각을 하고 있었다. 굶주리고 추위에 떨며 그

 

예술가는 밤새도록 진흙 덩어리를 앞에 놓고 자기

 

 머리속의 영상을 진흙에 새기려고 무척이나 애를 쓰고

 

 있었다.

 

여러 달 동안 노력한 끝에 그가 머리속에 그리던 작품이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천장으로 난 창문의 유리 사이로 눈송이가

 

날아 들어와 그 예술가의 뺨을 스쳤다.

 

그제서야 나는 날씨가 춥다는 것을 느겼다.

 

 

그리고 날씨가 너무 추워서 자기의 진흙 작품이 얼어

 

 터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입고있던 남루한 겉옷을 벗어 자기가

 

조각한 작품을 둘러쌌다.

 

얼마후 날이 밝았을 때 그 조각가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대개 이런 이야기 인데 그 조각가의 자기 작품에 대한

 

사랑은 분명히 어리석은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몇해 전 성탄날의 일이 또 생각난다.

 

어느 여교우의 안내로 늙으신 목사님 한분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 여교우가 예배당에 다닐 때 잘 알던

 

목사님인데 오랫 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다.

 

매우 초라한 집이었다. 우리 일행이 그의 방에 들어

 

섰을 때 그는 병석에서 일어나 우리를 반가이 맞아

 

주었다. 그런데 그 목사님 부인은 불평이 대단했다.

 

우리가 찾아가기 전날 어느 미국 목사님이 문병하러

 

왔다가 금일봉을 주고 갔는데 자기도 옹색하면서 그

 

목사님이 그 돈을 모두 옆집 환자에게 주어버렸다는

 

사연이었다. 그 불평을 듣고 오히려 나는 그 늙으신

 

목사님의 사랑에 머리가 숙여졌다. 그 목사님의 사랑도

 

어리석은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기적이고 약아 빠진

 

 세상에서 어리석은 사랑이 많을 수록 이 세상은

 

밝아진다.

 

어쩌면 이런 어리석은 사랑이 그리스도의 사랑인지도

 

모른다.

 

그리스도는 초라한 마굿간에서의 탄생에서 부터 너무나

 

초라하였고 종말마저 어리석기 그지 없다.

 

이 초라함과 어리석음이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닌가한다.

 

너무나 크고 웅장하고 화려한 교회는 매력이 없다. 오히려

 

위압감을 준다.

 

이 사회는 어리석은 사람이 많아 질수록 밝아진다. 꼭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어리석은 사람이 많을 수록 세상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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