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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화>준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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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수 [hans210] 쪽지 캡슐

2002-07-31 ㅣ No.199

   어떤 형제님께;

 

   별 일 없으셨지요? 후덥지근한 회합 장소에 모기는 없습니까?.  

또, 휴가도 없는 레지오 마리애라고 애교섞인 투정을 하는 단원도 계실 법 한데, 아직은 휴가를 안 다녀오신 분이 더 많으시지요?.

 

                   *               *                *

 

  몇 해 전에 꼬미시움 회합에 참석할 당시에도 그랬지만, 요즘 꾸리아 회합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레지오에서 소위 핵심이라는 간부들만 모인 장소인데 허구헌 날 어쩌면 이럴까?´하는 생각에 너무 실망하여 속이 상했습니다.

 

  참다 못하여 ˝거 좀, 조용히들 합시다!˝라고 소리친 저도, 손을 들어 회의 진행 발언권을 얻은 다음, ´동료 의원들이 민망하지 않도록 깨우쳐 주었으면 더 좋았을걸´하고 금방 후회를 했습니다.

 

  하여튼 우리는 흔히 이러한 회의란 것에 별로 익숙해 있지를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모임에서 이야기하는 동안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때, 머쓱하여 우수꽝이가 된 느낌.외로운 느낌.불편한 느낌들이 생겨납니다. 그와 반대로,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주고 있음을 느낄 때는 얼마나 기쁩니까?  한 인격체로써 존중되고 받아들여진 것으로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듣는다는 것은 하나의 예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누구나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다른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안에 들어 올 수 있도록 자신의 고유한 생각들을 접어 두는 것이며, 생각과 마음에 빈자리를 마련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듣는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진정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절대로 변화될 수 없다고 믿었던 나의 기준들 혹은 가치관이 변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은 매우 <도전적>인 것입니다.

그 말씀을 가까이하고 온 마음으로 듣는 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는, 이와는 상이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합니다. 즉 <잘 들어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위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잘 들어주기>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 가능한 한 충분한 빛이 있고 조용한 곳, 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장소를 택하도록 노력한다.

 

- 상대방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차 한잔을 권하고, 함께 있을 수 있는 편안한 자리를 마련한다.

 

-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것을 귀[耳]로만이 아니라 온 존재로서 들어주어야 한다. 다른 어떤 물건 이를테면, 핸드폰을 가지고 만지작거린다거나 시계를 쳐다보며 참을 수 없는 표정을 짓지 말아야 한다.  몸을 약간 앞으로 굽힘으로써 듣는 것에 준비되어 있음을 느끼도록 해 준다.

 

- 이야기 도중, 듣고 있다는 표시로 작은 응답을 하거나, 상대방이 표현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음을 작은 물음을 통해 인도해 줌으로써 상대방이 계속해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하여 내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만이 최상의 활동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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