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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화>준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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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수 [hans210] 쪽지 캡슐

2002-08-08 ㅣ No.200

   어떤 형제님께;

  몇 날 며칠을 계속되는 비로 인하여 피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제 좀 그만 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平和와 善!

*              *               *

 

   요즈음에는 엘리베이터에서나 공중 화장실에서, 또는 지하철 플랫 홈에서, 짧막한 명언.채근담.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읽어 볼 수가 있어 참 좋고 흐뭇합니다. 어떤 음식점 계산대에서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글 한 토막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밤, 여덟 살 먹은 아들과 아버지는 재미있는 프로가 없나하고 텔레비젼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말했다. ˝야, 여기 미인대회를 하고 있네˝ 어린 아들은 아버지에게 미인대회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뽑는 대회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아들은 아주 진지하게 아버지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해서 아버지를 완전히 감격스럽게 만들었다. ˝그럼 엄마는 왜 저기에 안 나갔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어떠한 사물로부터 받는 느낌이 저마다 다릅니다. 아버지가 보기에는 자기 아내가 현모양처로서 아무리 사랑스럽다고는 하지만, 집안 살림만 알고 가꾸지 않은 아내의 체형으로 보건데 솔직히 말해서 미인대회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덟 살 먹은 아들의 때 뭇지 않은 순수한 어린 마음에는 내 엄마가 이 세상에서 최고 엄마이고, 최고 미인일 수밖에 없지요. 물론 <아름다움이란 것>에 대한 가치 기준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쁘레시디움은 어제 <○○○의 집> 목욕봉사를 통해서 각자가 느낌이 있으셨을 텐데, 그 중에는 남을 위한 봉사를 통해서 내가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결론도 포함될 것입니다. 건축물폐기장을 지나 도착한 <○○○의 집> 주변 상황은 보이러실 앞의 쓰레기더미하며 너저분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성거리던 현관 입구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그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얼굴을 찡그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일뿐, 막상 일거리를 분담하여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善하며, 아름다운지를 금방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저 혼자만 그렇게 느꼈습니까? 온전치 못한 육신이었지만 그들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한 영혼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우선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교본 408~420쪽에 걸쳐 자세하게 설명된 것처럼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서 마리아와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을 모시고 간다고 생각하면 나의 정신적인 무장이나 자세 등은 어떠하여야 하겠습니까?. 그리고 <○○○의 집>에서 생활하는 형제들 한 분 한 분이 그리스도처럼 보인다면 우리의 활동 자세는 또 어떠하여야 하겠습니까?

 

   단지 불행한 이들에 대한 박애정신이나 순전히 인간적인 동정심에서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레지오의 상훈 셋째 대목에서도 <레지오 단원은 활동 대상자 안에서 성모님이 성자 그리스도를 다시금 뵙고 섬기시듯이 할 것>을 강조 합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들을 그리스도의 신비체 교리에 입각하여 차별 없이 새로운 눈으로 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그 분들은 사회에서 생존경쟁을 하는 우리들과는 달리 죄를 짓고 살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깨끗한 이들입니다.  그러한 그들과의 사이에 버티고 있을지도 모르는 장벽을 허물기 위하여,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모시듯이, 종(從)이 주인에게 하듯이 존경심을 가지고 검소한 옷차림과 소박한 말씨로 겸손한 태도를 지니며 그들의 삶에 동화되어야 합니다. 상대가 정신장애가 있다고 해서 그런지 막말을 쓰시는 분이 계신데, 그렇게 하는 것이 반드시 그들과의 벽을 허무는 방법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또 어쩌다가 생각나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주 찾아가서 만나는 것이 동화됨의 지름 길 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새롭게 이제 시작한 이 활동은 지속적으로 이어 질 때에야 비로소 그 의미가 있다고 보아집니다. 그리고 활동에 참여하여 느끼셨겠지만, 전체 단원이 모두 함께 참여하신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잔 손 가는 일거리가 상당히 많아서 분담하여 했으면 좋겠고, 더 커다란 뜻을 꼽는다면 우리 쁘레시디움 단원들 모두의 일치를 일구어 낼 수 있다는 데에 있지요.  쁘레시디움은 이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조그마한 희생을 요구했습니다. 이래서 못하고 저래서 못한다면 언제 무엇인들 할 수가 있겠습니까?  교본에서 영혼들을 위한 <사도직 활동을 하지 않는 신자>는 하느님의 뜻에 어긋난다고 했으며, 행동은 전혀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바라기만 하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했습니다.

 

   끝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때 자신도 행복해지고 언제나 활력이 넘치게 됨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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