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4주일

인쇄

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9-15 ㅣ No.1980

연중 제24주일(다해. 2001. 9. 16)

                                             제1독서 : 출애 32, 7∼11. 13∼14

                                             제2독서 : 1디모 1, 12 ∼ 17

                                             복   음 : 루가 15, 1 ∼ 3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번 주간에는 너무도 참혹하고 너무도 비인간적인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슬퍼하고, 불안해하고, 다시 한번 인간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세계가 돌아가려고 하는 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전쟁이라는 것을 통해 아무 상관도 없는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에 신중해야합니다.  하여튼 인간은 존중받아야하고 무차별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어서는 안됩니다.

  '가시고기'(조창인 저)라는 책이 있습니다.  가시고기는 우리 물고기로 둥글고 멋진 보금자리를 만든 뒤 암컷을 유인, 둥지 안에 알을 놓게 합니다.  산란 뒤 암컷은 둥지를 떠나고 수컷은 가슴지느러미를 열심히 움직여 둥지의 알과 부화한 새끼들에게 신선한 물을 계속 공급해 주고 외부의 적으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합니다. 새끼들이 독립할 때가 되면 돌 틈에 머리를 받아 생을 마감하는 눈물겨운 부성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백혈병에 걸린 열살짜리 아들과 온몸을 바쳐 아들을 사랑하는 시인 아버지의 이야기로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이렇게 깊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맨날 어머니의 사랑만을 듣고 살아온 우리들에게 아버지들을 다시 보게,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가끔 우리는 무뚝뚝하고 화를 내시고 야단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정말 내가 아버지의 자식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러나 표현되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표현되지 않고 사랑하는 아버지의 아픔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도 사랑하면 표현되지 않는 아버지의 사랑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떠나간 아들, 방탕한 삶을 살았던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했습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 있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대하여 쏟아 붓는 사랑이 있을 뿐입니다.  이 내리사랑의 극치는 부모의 참을성으로 절정을 이룹니다.  그래서 자녀가 부모를 거슬러 잘못했다 하더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부모에게 돌아가면 됩니다.  탕자의 아버지는 자기 아들이 언젠가는 돌아오리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아 결국 저 멀리 터덜터덜 걸어 돌아오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아들은 저지른 잘못 때문에 아버지에게 다가서기를 주저합니다.  그러나 반가워 뛰어가는 사람은 아버지입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은 의인들보다 죄인들에게서 더욱 크게 드러납니다.  내가 지은 죄 때문에 주님께 다가서기 힘들 때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 아홉보다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는 것을 더 기뻐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고쳐먹고 하느님께로 돌아서면 하느님께서는 기뻐하시며 크신 팔을 벌려 맞아주실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도 하느님이 아닌 금송아지를 섬겨서 죄를 지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죽음이라는 벌대신에 용서를 해주시는 자비로우심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제2독서에서도 "나는 죄인들 중에 가장 큰 죄인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사도 바오로는 진정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면서부터 자신이 얼마나 큰 죄인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사랑에 시샘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자기 동생의 잘못을 엄벌로써 다스리지 않고 도리어 그를 환영하고 성대하게 잔치를 베풀어주는데 사랑대한 형의 시샘이 나옵니다.  이것은 자기가 잘났음을 내세워 형제가 받는 은혜를 시샘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빗나간 마음 자세를 나타내는 것이며, 남을 헐뜯는 선행보다 마음으로 뉘우치는 죄인이 하느님 나라에서는 기쁨이 된다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잘한 사람만 상주고, 죄 있는 사람을 가차없이 벌주시는 분이 아니라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기회를 주십니다.  아버지는 인자한 말로 동생에게 보여준 사랑을 시샘하는 큰아들을 끝까지 달랩니다.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었고 내 것이 다 네것이 아니냐.  그러나 잃었던 사람을 되찾았고 죽었던 네 동생이 다시 살아났으니 이 날은 기쁘고 즐겁지 않느냐.'고 끝까지 달랩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자비하심을 보여주시며, 사랑하시고 있음을 오늘 복음은 보여줍니다.

  회개한 죄인을 보고 가장 기뻐하시는 하느님임을 생각할 때 하느님은 결코 우리를 내치시는 그런 매정한 하느님이 아니심을 알게 됩니다.  우리도 우리의 삶속에서 자비로운 마음과 사랑하는 모습을 드러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언제나 하느님의 자비로움과 사랑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1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