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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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godandme] 쪽지 캡슐

2000-03-31 ㅣ No.1253

    저는 학원 강사입니다.남들은 다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직업입니다.주일학교교사 때 부터 들은 소리라 꽤나 오래되었습니다.아이들이 봄이 다 지날 무렵 중간고사를 봅니다.저는 성적을 많이 올려주지요.강의력이 좋다기 보담 아이들이 한낱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며 사느라 중요한 어떤 것들을 못 볼까 안쓰러운 마음에 밤을 새며 공부를 봐줍니다.오늘도 그랬지요.편의점에서 사발면까지 사 멕이며 보충을 하였습니다.요새 아이들 장난이 아니예요.남학생들은 성적 호기심이 생겨 다루기가 아주 곤란합니다.그래도 나는 성당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터에 아이들을 아주 잘 다룰 줄 압니다.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지요.몇몇 녀석이 야한 비디오를 보다 걸려 오기도 하고 집을 나갔다 들어와 학원으로 잡혀 오기도 하지요.그 녀석들이 오늘 최후의 변론에 국어선생님 바로 접니다.저랑 얘기하고 싶다고 해서 무척이나 오래 상담을 해주었지요.다른 좋은 말은 모릅니다.그저 얘기를 들어 주고 동의하기도 하고 갸웃거리기도 하는 게 다예요.그래도 전 지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아이들이 나를 선생님이라 하니까요.저는 다시 학교로 들어갈 겁니다.더 많은 학생들에거 더 좋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그래서 오늘과 같은 아이들의 성장을 많이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집 나갔던 그녀석이 제 사발면 한 그릇을 비우고 다시 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저는 지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그래서 동료 직원과 새벽이 넘도록 술을 마셨습니다.아가씨가 웬 술이냐구요?그것도 새벽에?그러게 말입니다.그래도 그 녀석이 집에 들어가 주었다는 게 너무나 기쁩니다.전 지금 많이 들떠서 취해 있는 상황입니다.요즘은 하루에 여섯 일곱 시간씩 강의를 해도 힘이 납니다.사교육에 학생들을 잡아 가두는 선생님이라 생각해서 늘 마음 한구석이 언잖았는데,오늘은 주님 보시기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아주 기쁩니다.아이들이 집으로 향해 가는 걸음 정말 유쾌합니다.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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