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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gablil68] 쪽지 캡슐

1999-08-19 ㅣ No.1045

어디가 잘못된건지 며칠째 땅은 시들시들 제 색깔을 잃어가며 아파하고 있었다.

 

잘 먹지도 못하고 얼굴은 메말라 금새라도 쩍쩍소리를 내며 갈라질것 같았다.

 

아빠 해의 따스함도 엄마 하늘의 푸근한 간호도 땅에게는 아무런 도움이되지 못했다.

 

말도 잘 못하여 그저 목이마르고 답답하단 소리만 가느다랗게 신음처럼 내 뱉고

 

있었던것이다.

 

땅의 엄마인 하늘도 아빠인 해도 아픈 원인을 몰라 마냥 애만태우고 있을뿐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몰라 남몰래 눈물만 훔칠 뿐이었다.

 

간혹가다 구름과 바람 이슬비가 문병와 위로를 해보지만 그저 땅은 힘없는 엷은 미소로

 

친구들을 배웅할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땅은 점점 더 고통스러워 하며 몸을 파리한 몸짓으로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해와하늘은 손을 써보지도 못하는 자신들을,자식의 고통을 그저 바라만 봐야하는 자신들을

 

원망하며 한숨으로 괴로움을 떨어내려 했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하늬바람,높새바람 부부가 그 소식을 듣고 해와 하늘부부를  

 

찾아왔습니다.

 

"혹시 모르겠지만 저 바다너머에 사는 먹구름 가족에게 부탁을 해보세요."

 

땅의 부모가 한숨으로 물었다. "하지만 그 가족들이 땅을 어떻게 해줄수 있을까요?"

 

바람부부가 대답했다. "어떻게 해줄지는 몰라도 지금그렇다고 땅을 저 상태로 둘수는

 

없는것 아니겠습니까. 모든수단과 방법을 다 취해봐야죠."

 

땅의부모가 되 물었다. "또 한가지 어려움은 그 먹구름 가족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희생해가며 저흴 도와주려 하겠어요? 그리고 그들은 태풍이 아무말도 않는 이상

 

누구의 도움도 들어주질 않잖아요."

 

바람부부가 안심 하라는듯 "태풍은 저희 조카뻘쯤 되는데요, 벌써 부탁해놓고 오는길

 

입니다.

 

더이상 지체 마시고 어서 길을떠나 부탁해 보세요. 태풍이 그 가족에게 얘길해 놓겠다고

 

했으니..."

 

하늘과 해 부부는 인사로 헤어지는 바람 부부가 너무 고마웠다. 그저 자기자식을 자신들의

 

일인양 도와주려는 성의가...

 

별다른 도리가없는 부부는 희망을 갖고 길을떠나 먹구름을 찾아갔다. 먹구름 가족은 실의와

 

절망에 빠진 땅의 부모에게 의외로 친절했고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과함께 태풍과 자기

 

가족들이 "최선을 다해 땅을 소생시켜 보겠습니다." 하고 굳은 믿음까지 보여 주었다.

 

조금은 안심이 된듯한 땅의 부모는 서둘러 땅이 바로수술을 받을수 있을 만반의 준비를하러

 

길을 재촉했다.

 

얼마후 먹구름 가족은 어떻게 설득 했는지 주변의 모든 먹구름 가족들을 동원해 땅을

 

찾아와 수술을 시작했다.

 

나흘낮, 나흘밤을 그렇게 계속 수술을했다.

 

순간순간 땅의 참혹한 신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수술은 순탄하게 진행되어 가는것같았다.

 

땅의 부모는 정말 지극한 기도로 자식의 쾌유를 빌었다.

 

먹구름,태풍도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 땅을 치유하려 애썼다. 천둥으로 심장을 울려

 

보기도 하고 번개로 뇌를 자극해 보기도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너무도 숭고한 희생을 치른 먹구름 가족들은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을 잃어가고 있었다.

 

먹구름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져 가며 탈진한 음성으로 그러나 희망만은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수술이 대단히 잘 된것 같습니다. 걱정마세요..."

 

그말에 해와하늘은 땅에 생긴 희망과 숭고하고 거룩한 자기희생으로 자기자식을 구해준

 

먹구름에 대한 끝없는 고마움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대 수술을 마친 땅은 혼미한 상태에서 연신 폐 비닐,폐 타이어,공병,프라스틱,썩지않는

 

옷등 쓰레기들을 계속 게워 내고있었다.

 

한번 그럴때마다 땅은 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을 따름이었다.

 

엄마 하늘은 그런 땅을 부둥켜 안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식을위해

 

기도했고 아빠 해는 그런 땅의 모습이 안스러워 있는 힘을다해 따사로운 빛으로 자식을

 

간호했다.

 

그런 부모의 애틋한 간호는 호전반응으로 토악질을 거듭하여 몸을 추스리기 조차 힘든

 

땅에게 조금은 여유와안정을 가져다 주었고,차츰 정신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땅은 정신을 차려가며 아직은 완쾌되진 않았지만 아빠 해의 따사로움이 느껴지기  

 

시작했고,엄마 하늘의 조금은 조심스러운,푸근한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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