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울언니...

인쇄

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5-03-21 ㅣ No.5128

 

울언니...

 

저에겐 열살도 더 위인 언니 하나가 있답니다.

남녘땅 빛고을에 살고 있는데 많이 아프다는 소식에 벼르고 별러 지난 토요일 그녀를 만나러 갔습니다. 직장과 가정을 가진 주부가 집을 떠나 잠깐이나마 어디든 다녀 온다는게 쉽지는 않은일이어서 마음속으로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많이 망설이다가 후-울- 적  서울을 떠나 버렸습니다.  같이 가자고 저를 꼬드기는 남편을 남겨두고...(시간이 없어 하니 어쩔 수 없었지요.) 혼자 들어선 동생을 보며 반가움과 외로움에 그녀는 두눈에  그렁 그렁 눈물을 담고 맞아 주었습니다.   우울증과 외로움을 가득안고 그게 병이 되어 버린 그녀...

 

제 어릴적 일찍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아버지를 대신하여 열일곱살이던 언니는 네명의 올망 졸망한 동생들을 부양하여야 했어요. 그 어린 그녀가 할수 있는일은 험하고 힘든 일들이었을 거예요.  그때 우리는 M시에서 엄마와 동생과 저만 살았었는데 어린 동생과 저만 남겨두고 새벽 일찍 일 나가신 엄마를 제비새끼가 먹이 구하러 나간 어미를 기다리듯 그렇게 늦은밤까지 기다리곤 했지요. 

 

가끔씩 집떠나 있던 언니는 어린 동생들을 보러 집에 오곤 했었는데 그녀의 올망 졸망한 보따리 속에서 나온 예쁜 옷가지와 평소에 먹어 보지 못한 과자, 빵등을 한아름  안겨주어 허전했던 우리 어린것들의 가슴속을 푸짐하게 채워  주며 풍요로운 포만감을 안겨주곤 했습니다. 어린 우리는 언니나 오빠가 다녀가면 새로운 의복을 입고 으스대는 마음으로 온동네를 뛰어 다니곤 했지요. 나풀 나풀 단발머리 흩날리며... 늦은 저녁 어머니가 찾아 나설때까지...

어려웠지만 풍요로운 마음을 가진 아이들로 자라도록 양분이 되어준 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삽니다.

 

자라면서 우리가 계속 학업을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  준 그녀,

몸과 마음이 앙상한 가지처럼 되어 젊은날 눈에 띄게 아름답던 그녀는 어디에도 없고 몸은 마르고 마음은 외로움에 젖어 있네요. 밤새워 그녀의 힘든 마음을 들어주고 다독여 주고 휑한 그녀 마음에 연두빛 새봄을 심어 보려 했습니다. 내 어린날 내 마음에 행복을 심어주던 그녀를 이번에는 제가 풍요로움을 심어 주려 하네요.  성지 주일 미사를 함께 드리며 주님안에 그녀를 퐁당 담구어 위로와 평화를 채워주고 싶었답니다.  이런 병에 좋은 만병통치약 아시는분은 좀 알려주세요. 따스한 사랑과 위로, 자주 만남이 치유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돌아오는 길은 고속 버스 맨 앞 좌석에 앉아 연하디 연한 봄을 연두빛으로 담아내는 땅을 바라보고 무언가 씨앗을 심는 머리 수건 둘러쓴 농부의 아낙도 보았습니다.  자연은 새 순을 틔우고 있고 다음주일은 주님 또한 부활하시니 우리 안에 따스한 봄이 오고 있네요. 이제  부활절날   새로 주님의 자녀로 태어나게 될 대녀를 위해, 우리 남편의 대자로 태어날 형제를 위해 새 가족을 만날 준비를 해아 겠네요. 아마 따스한 훈풍을 몰고 다니며 마음시린이들, 외로운이들의  마음에  따스한 바람을 불어 넣어야 할까 봐요.

 

봄이 오는 길목에서 스텔라가 썼어요.

 

 

 

 

 

 

 

 

 

 

 

 



72 2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