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돌아보면 모두가 그리움인 것을 (부끄러운 고백 제8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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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5-07-11 ㅣ No.5608

형제모임에 나오시는 분들 중에서

시간이 허락하는 형제들에게 레지오입단을 권유하여,

1년에 5명정도씩 입단을 시키던 때라

 

요즈음처럼 1명이라도 입단 시키기가 어려운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해나갔지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전에는 레지오단원 1, 2, 3단계 교육이 있었는데,

97년도 외환위기 당시

남들은 힘들어 하면서 주회 나오기도 바빴는데,

 

1년 동안에 2월 1단계, 5월에 2단계, 9월에 3단계를

각 단계마다 2박3일씩 소화해야하는 교육을 모두 마치기도 하였고, 소공동체 교육도 받는 등

 

피정과 교육이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참가를 하기도 했는데,

덕분에 우리집 큰놈이 5월에 유치원에서 아빠 참관수업이 있었는데, 제가 참가하지 못하고

대자를 대타로 보내기도하는 나쁜(?) 아빠이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날마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며 지냈지만,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갈증은 가슴 한켠을 허전하게 하였고, 

96년도인가?

견진성사 교육을 8주동안 성령세미나로 대신한다고 하였고,

 

마침 어느 형제가 대부를 서 달라고 하기에 흔쾌히 수락하고

집사람이랑 우리집 큰놈이랑

8주동안 대자가 될 형제와 같이 성령세미나를

받았지요.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아이를 데리고 내자와 장차 대자가 될 형제와 함께 성령세미나를 받았는데,  

 

우리 부부는 성령세미나를 통하여

엄청난 은총을 받게 되었으니

 

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큰놈을 결혼 7년만에 어렵사리 낳았고

큰놈만 키우기로 하였는데

결혼 13년만에 다시 둘째가 생겼으니 이를 어찌할꼬?

 

순간 당황했으나

"주님이 주신 선물 오로지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지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성령세미나 5주차에 박성구 신부님께서 오셔서 안수 기도를 해주시던 날,

내자의 꿈속에서 뱃속에 있던 구렁이가 빠져나가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 후 둘째가 들어 앉아버렸으니,

 

그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다가

'하느님이 주신 거룩한 아이'라는 뜻으로 聖旻이라고 지었더니,

사람들은 '왜 돌림자 이름이 아니냐?'고 가끔 물어보곤 하는데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아

'하느님이 주신 거룩한 아이다'라고 말하고 그냥 웃지요.

 

성령세미나를 받으면서

날마다 기쁨과 찬미,

감사와 회개의 시간이기도 했지요.

그런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성서를 읽어보기는 하였는데,

'한 번 써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이튿날 대학노트 1권을 사서 신약성서부터 필사에 들어갔지요.

하루에 단 한 줄이라도 쓴다는 각오하에 열심히 써 나갔고,

직장도 남들보다 한 시간정도 먼저 출근하여 성서를 썼고,

점심 시간 등 틈만 나면 성서를 쓰고 있노라니,

직원들이 지금도 그 때의 모습을 기억하고는

"예수에 미친 사람이었다"며  놀려대는 사람이 있지요.

여하튼 1권은 대학노트로 쓰고,

그 다음부터는 쓰기성서 노트를 구입하여 쓰기 시작했는데,

 

성서를 읽을 때와 필사할 때의 느낌이 다른 것을 느끼게 되었지요.
한 절을 쓰기 위해서는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읽게 되었고,

쓰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쓰는 것을 중단하고 묵상에 잠겨보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성서쓰기를 시작하기는 했는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일이고보니

날마다 쓴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른손 엄지와 둘째 손가락은 굳은 살이 박히고,

펜을 잡을 때마다 손가락이 아파서 얼마 쓰지도 못하고 그만두어야 하는 날들도 많았었지요.

술을 먹고 들어오는 날도

날마다 써야한다는 약속 때문에

술취한 정신으로 써 내려간 것을 지금 펼쳐보면

글씨가 엉망인 것을 보고

씁스레한 웃음을 감출 수 없더군요.

당시에는 성서를 필사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던 때인지라

주임 신부님께서

어느날 성서필사를 제시하셨고

일년 만에 신.구약을 다 쓰면 상금을 주시겠다고하여

황금에 눈이 멀어(?) 더 열심히 쓰고 있는데,

 

내자의 대녀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그분도 성서를 날마다 쓰신다고 귀띰해 주기에

경쟁이 붙기 시작했지요.

퇴근하면 내자에게 "당신 대녀는 오늘 어디까지 썼데?"라고

묻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이에 뒤질세라 박차를 가하곤 하였지요.

그 분은 지금까지 신.구약 성서를

일곱 번을 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집에서 날마다 쓰는 사람과 직장일을 하면서 써야 하는 저와는 게임이 안 되었지요.

중간중간 묵상도 하면서 써야했으니,

2년 6개월의 시간에

쓰기성서노트 13권,

닳아 없어진 만년필 5개를 마지막으로

신 .구약 필사를 마치게 되었지요.

신. 구약 필사를 마치던 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9탄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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