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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웃는 얼굴이 그렇게 이뻐 보일수 없었는데...(어버이날을 맞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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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원 [lywchj] 쪽지 캡슐

2006-05-07 ㅣ No.6645

어머니의 웃는 얼굴이 그렇게 이뻐 보일수 없었는데...


  늦게 본 아이의 돌맞이 기념으로 작은 책자를 만들면서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님의 사랑을 알았으니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부모님의 사랑을 대신해야겠다’라고 쓴 것이 생각난다. 일년동안 커가는 아기의 이쁜 모습에 어떤 사랑이라도 다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것만이 바로 부모님의 사랑인줄만 알았다.

  그랬으니 살아간 세월만큼 이 세상을 다 겪으시고 다 자란 자식까지 걱정하시면서 그 자식들이 만들어 드린 고통까지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지금까지도 다 헤아릴 수 없었던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 집을 정리하고 누나와 몇 년을 계시다가 재작년 여름, 마지막 머무를 곳이 장남 집이라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우리 집으로 오셨다. 10년이 넘는 아버지 병수발에도, 망가진 유모차에 온갖 폐품을 모아 나름대로 봉사하시면서도 힘들어 하시지 않던 어머니께서, 아직도 자식들이 사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고 걱정되어 많이 늙으신 모습, 그리고 그런 모습을 남에게 보여 주기 싫어하실 만큼 약한 모습으로 오셨다.

 

  그 후 당신의 기도가 효험이 있다고 믿으시기에 많은 시간을 혼자 기도로 보내신 어머니였다. 모처럼 어머니 방에 들어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나 이제 아무 걱정 안 해, 다 자기가 사는 몫이 있을텐데, 내가 더 이상 걱정하면 뭐해.’ 하시며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이쁘셨다. 고등학생 때부터 객지 생활로 어머니와 같이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던 나로서는 방학이나 명절, 그리고 가끔 시간내서 뵙는 경우가 전부였지만 사실 어머니께서 반가워 하시거나 서운해 하시고, 화내시기도 하는 등의 일상적인 모습만 보아 왔었다. 그런데 그 날, 어머니께서 웃으시는 모습이 그렇게 이뻐 보일수가 없었다. 하지만 ‘엄마 웃는 모습 진짜 참 이쁘다.’라고 하면서도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며칠 후, 많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담도에 담석과 일부 종양이 있지만 수술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여느 어머니들처럼 ‘자식 고생 안 시키고 자신도 모르게 죽는게 소원인데.’라고 하시며 병원 가는 것을 두려워 하셨다. 그리고 수술 후, 경과가 좋았던 어머니께서는 ‘평생 가지 않았던 병원을 이번에 다 갔네.’ 하시며 기력을 찾으시는가 싶더니 갑자기 위독해지셨고, 중환자실로 옮겨지신 후 의식을 잃고 계시다가 결국 입원하신지 40일만에 돌아가셨다.

 

  마치 서로 소원해진 자식들이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만들어 주시기 위해서, 너무 갑자기 돌아가셔서 자식들이 간병하지 못한 아쉬움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자식들이 너무 지쳐 힘들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장남인 내가 그나마 몇 달이라도 어머니를 모셨다는 핑계를 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인 듯, 그 만큼의 시간만을 쓰시고 그렇게 돌아가셨다. 이제 돌이켜 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주님께 맡기신 어머니이시니 웃는 얼굴이 그렇게 이쁠 수 밖에 없었음을 느낀다. 어쩌면 모든 어머니들의 마지막 웃음은 언제나 그렇게 이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후에, 어머니의 짐을 정리하다가 작은 성냥통이 가득 들어있는 큰 상자를 보았다. 그 많은 성냥이 누굴 위한 것인지를 잘 알기에, 그 많은 성냥을 다 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이제 우리가 대신 써야겠다. 비록 다 쓰지는 못할지라도...

 

먼 훗날, 우리 아이도 ‘엄마 아빠의 웃는 얼굴이 참 이쁘다.’라고 느낄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속으로만 많이 삭여야 할 말인 것 같다.

‘엄마,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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