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성당 게시판

[4/20]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예수

인쇄

이칠년 [Lilly] 쪽지 캡슐

2000-04-20 ㅣ No.2266

주님 만찬 성 목요일

 

 

 

요한 복음 13, 1 - 15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 예수께서는 이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실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이 세상에서 사랑하시던 제자들을 더욱 극진히 사랑해 주셨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같이 저녁을 잡수실 때 악마는 이미 가리옷 사람 시몬의 아들 유다의 마음 속에 예수를 팔아 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한편 예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의 손에 맡겨 주신것과 당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가 다시 하느님께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뒤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 주셨다.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자 그는 "주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너는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하고 대답하셨다. 베드로가 "안 됩니다. 제 발만은 결코 씻지 못하십니다"하고 사양하자 예수께서는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하셨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는 "주님, 그러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어 주십시오"하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는 "목욕을 한 사람은 온 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그만이다. 너희도 그처럼 깨끗하다. 그러나 모두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하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 넘길 사람이 누군지 알고 계셨으므로 모두가 깨끗한 것은 아니라고 하신 것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고 나서 겉옷을 입고 다시 식탁에 돌아와 앉으신 다음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왜 지금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는지 알겠느냐? 너희는 나를 스승 또는 주라고 부른다. 그것은 사실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옳다. 그런데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

 

 

 

◈ 발은 ’삶의 기초 상태’ 또는 ’삶의 기본 방향’을 상징하기에 예수님은 신체 여러 부위 중에서도 굳이 제자들의 발을 닦으시려 하셨다. ’삶의 기본 상태’ 또는 ’삶의 기본 방향’은 얼마든지 위장될 수 있고 잘 드러나지 않기에 자기 기만이나 환상에 빠질 수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심으로써 그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 하셨다. 그래서 자기 발을 닦는 것을 거부하는 베드로에게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요한 13,8)고 말씀하신 것이다.

 

  신앙의 바른 성숙은 자기 상태를 잘 식별하고 하느님께 혼신을 다하여 투신할 때 이루어진다. 식별은 자기 발의 상태, 즉 자기가 지금 하느님의 땅에 서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서 있는지에 대한 깨달음이다. 만일 내가 하느님의 땅에 서 있지 않다면 하느님의 땅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며 이미 하느님의 땅에 들어서 있다면 보다 가까이 하느님께로 다가가야 한다.

 

  주님은 음식(외형)을 많이 장만한 이의 집에서 만찬을 잡수시길 원치 않으신다.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서 가난해 진 이의 마음에서 만찬을 잡수실 것이다.

 

 

 

가까운 시일내에 사랑하는 사람들(부모님, 친구, 동생) 중 한 사람의 발을 직접 닦아봅시다.

 

주님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우연인지 생각해 봅시다.

 

 

 

 

 



1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