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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가 입을 열다'-지놈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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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영 [Serina99] 쪽지 캡슐

2000-06-28 ㅣ No.2769

신(God)의 고유한 영역인 ’생명’의 영역에 인간이 완전히 개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26일 미국 민간기업 셀레라 지노믹스가 인간 유전정보인 지놈지도의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에 대해서 영국의 선데이 타임즈는 인간의 유전자암호 해독으로 인간의 수명이 2배 늘어날 잠재성을 갖게 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지놈혁명은 여러가지 장점을 가져올 것입니다. 부작용없는 맞춤 신약 개발이 가능해지고, 이미 태아때부터 그 질병 발생률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암과 알레르기 등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거부반응없는 장기이식도 가능해 질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분명 철저한 윤리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지놈 혁명’이 엄청난 대란을 야기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일 것입니다.

 

’우리 아기는요, 파란 눈동자에,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왼 빰 보조개에다 키는 어느 정도, 몸무게는 어느 정도로 맞춰주세요.’ 수정란 조작으로 인해 말로만 들었던 ’맞춤형 아기’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영화 가타카에서처럼 말이죠. 수정란 조작으로 인한 유전적 우등인간과 열등인간의 사회도 가능하게 될 지 모르는 일입니다. 유전적으로 획일화 되고, 조작된 인간과 그리고 복제인간의 탄생도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닌 일이 되었습니다.

 

한편 그 부작용의 다른 하나로서, 이러한 유전정보가 상업적으로 악용될 경우에, 최첨단 유전정보기술을 가진 선진국들 그리고 다른 나라 국민의 유전정보를 소유한 국가들이 그렇치 못한 국가에 대해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미국은 남미의 몇 몇 나라의 민족의 유전정보 및 인디언 족의 유전정보를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점적으로 소유된 유전정보가 때로는 최악의 무기로 변신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이러한 유전정보기술개발로 인한 혜택은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유전적인 우생아(맟춤형 아기) 그리고 유전적 질병치료 등 첨단지놈기술은 역시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부유계층’만이 누릴 수 있어 한마디로 유전적인 우등계층 그리고 열등계층 등의 지금까지 없었던 사회계층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전자 누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것은 하나의 예상되는 사회적 현상인데, 회사 직원 채용시,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그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확인하고 채용여부를 결정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유전정보 누출에 대해서 현재 미국에서는 피해보상을 위한 보험회사들이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요컨데, 인간유전자 지놈 지도 완성이라는 ’지놈 혁명’은 인간생명의 암호를 해독하여, 신의 영역이었던 생명의 신비를 페헤치며 그 생명의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이로움이 ’경악’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일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한편, 우리나라도 인간지놈발표를 전후해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를 위한 3조원에 가까운 대단위투자가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의 유전정보는 바이오산업의 하부구조를 이루어 대단한 기술개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세계 생물정보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지요.

 

문득, 바벨탑이 생각납니다. 인간의 호기심과 능력에 따른 자만심의 상징인 바벨탑. 신에 대한 인간의 도전으로 결국 인류의 패배와 분열을 가져왔다는 바벨탑 이야기는 바로 ’지놈혁명’과 관련하여 우리가 분명 되새겨야 할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바벨탑으로 상징되는, 하느님과 인간의 본질을 잊은 채 쌓아올린 문화와 문명, 과학 그 자체를 위한 과학기술, 조작된 일치와 획일주의가 가져온 것 결과는 역시 이러한 ’지놈혁명’을 둘러싼 현재 벌어지는(예상되는) 현상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생명의 신비로움을 밝히는 ’지놈혁명’ 및 여러 유전정보기술과 조작에 대한 국내 외의 자각과 더불어 윤리적인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이것은 좀 다른 문제이지만 과학과 윤리는 항상 서로 상충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과학과 윤리는 어느지점에서 서로 합의 해야 할까요. 윤리는 결코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지도 않으며, 과학 역시 윤리의 반대편에 서있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천재적인 두뇌의 과학자들이 연구실에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술집에 맥주를 마시며 자신의 개발한 무기가 일본에 투여되는 것을 웃으며 바라보았다는 일화가 있지요. 비단 이러한 일화와 관련하지 않더라도, 윤리적인 책임의식이 없는 과학자는 인류에 도움이 되는 진정한 과학자가 아닐 것입니다. 과학이 그 윤리적인 책임을 갖지 않는다면 과학기술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개인적으로 악용될 소지는 더없이 커지고 인류에 대한 그 영향력도 막대해지지요.

 

하느님의 손길로 거두어져야 할 부분은 하느님께 맡길 줄 아는 겸손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인류에게 도움이 되게 사용하고, 해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금할 수 있는, 인류모두에게 필요한 지혜를 간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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