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성당 게시판

즐거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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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선정 [tina.sj] 쪽지 캡슐

1999-11-14 ㅣ No.161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그리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는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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